청색광 차단 안경, 효과 있을까?

스마트폰 등의 액정 화면에선 청색광을 포함한 400~900나노미터 파장의 빛이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람이 볼 수 있는, 즉 가시광선의 파장대는 380~750나노미터다. 대략 무지개의 일곱 색이 그 영역에 걸쳐있다. 파장이 길수록 따뜻한 붉은 색에 가깝고, 짧을수록 푸른 빛을 띤다. 흔히 말하는 블루라이트(청색광)의 파장은 400~450나노미터에 분포한다.

물리학 용어였던 청색광이 일반인의 입에 오르내린 건 2018년에 나온 연구 결과 때문이다. 청색광이 망막 세포를 변성, 시력을 저하한다는 것. 쥐로 실험한 결과였다.

여기에 스마트 기기를 결부하자 문제는 더 심각하게 보였다. 스마트폰 등의 액정 화면에선 청색광을 포함한 400~900나노미터 파장의 빛이 나오기 때문. 오래 들여다보면 망막을 손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후 청색광을 차단하는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안경용 렌즈,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에 붙이는 차단 필름 등이었다. 기기에 밤이 되면 청색광을 줄이는 ‘야간 모드’ 기능을 넣기도 했다. 청색광은 정말 해로운 걸까?

미국 건강 매체 ‘웹엠디’에 따르면 스마트 기기 화면에서 나오는 청색광이 인간의 눈에 해롭다는 과학적 증거는 아직 부족하다. 마찬가지로 “해롭지 않다”고 단정할 근거 역시 부족하다. 2016년 미국 모어하우스의대 연구 결과가 이 상황을 잘 표현했다. 이 연구는 “며칠에서 몇 주 정도 스마트 기기 화면의 청색광을 쏘였다고 안과적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증가하지 않지만, 단기적 결론으로 장기적(몇 달~몇 년) 상황까지 일반화할 수는 없다”고 정리했다.

청색광은 무조건 제거해야 하는 해로운 광선이 아니다. 적절한 청색광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 오전에 청색광을 포함한 밝은 빛을 쐬면 밤에 숙면할 수 있다. 청색광이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해 수면 리듬을 안정화하는 덕분이다. 또 청색광을 무조건 거르면 색을 정확하게 인식하기 어렵다.

그럼, 차단 제품은 유용한 걸까? 미국 전문가 단체의 입장을 참고할 수 있겠다. 미국 안과학회, 수면학회, 검안사협회 등은 눈 보호나 수면 보조 도구로 청색광 차단 안경을 추천하지 않는다.

바야흐로 낮이 길고 볕이 따가워지는 계절이다. 이 시기 눈 건강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청색광보다 자외선이다. 청색광과 달리, 자외선은 눈에 관한 한 백해무익이다. 선글라스, 모자 등으로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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