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갈등은 성격 차이 때문? "문제는 대화 방식"
[채규만의 마음이야기]
세상에 갈등 없는 부부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남녀라는 성차, 성장 배경 차이, 상대방에 대한 기대 및 욕구의 차이 등 서로에게 대한 맞지 않는 부분이 많기에 부부들은 갈등을 겪는다. 그중에서 부부들의 가장 큰 차이가 성격 차이다. 아내 성격은 차분하고 내성적인데, 남편의 성격은 외향적이고 활동적일 수 있다. 서로 다른 취향 때문에 부부들은 갈등을 겪을 수 있다. 그렇다면 부부들의 싸움이나 이혼의 원인은 성격 차이인가 아니면 성격 차이나 서로의 의견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말싸움일까?
가트만 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부부 이혼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성격 차이가 아니고 부부가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대화 방식이다.
가트만 박사는 부부 문제에 관한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가 있는 연구자이고 상담가이다. 가트만 박사가 3000쌍의 부부들의 행동을 관찰한 자료를 분석해 보니, 부부의 특징 중에 이혼에 약 90% 이상 직접적으로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은 부부 사이에 주고받는 비난, 멸시, 책임 전가 및 담쌓기 대화 방식이었다. 이러한 자료는 부부들의 이혼 원인이 성격 차이라고 하는 우리들의 상식과는 맞지 않아서 당황할 수 있다.
필자가 부부 상담하면서 왜 현 배우자와 연애하고 결혼까지 했는가 하면 질문을 하면, 거의 많은 부부는, 자신과 다른 성격적인 특징이 있어서 호감을 느끼고 결혼까지 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남편은 여성이 차분하고 조용하고 일을 잘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여성에 반했고, 여성은 남성이 활동적이고, 적극적이고 만나면 재미가 있고,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활동을 할 수 있어서 결혼했다고 했다. 또 다른 예는 아내는 남편이 매사에 조직적이고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고 정리 정돈을 잘하는 것에 끌렸지만 남편이 아내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일을 과감하게 처리는 습관에 매력이 있었다고 했다. 이처럼 부부들은 상대방이 자신의 성격이나 특징에 대해서 상보적으로 서로가 도와줄 수 있는 점 때문에 매력을 느낀다.
부부 갈등의 원인, 차이점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해
서로 다른 성격에 매력을 느낀 부부가 결혼 생활을 시작하면, 결혼 전에는 매력점이 되었던 점들이 결혼 후에는 독약처럼 느껴져서 갈등을 겪는다. 예를 들면, 내향적인 아내는 주말이면 남편이 집에서 쉬면서 음악도 듣고 책도 읽으면서 부 부끼리 차분하고 다정하게 시간을 보내기를 원한다. 그러나 외향적인 남편은 외출해서 동창 모임, 동아리 모임 또는 외부 행사에 참석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활동하고 대화하면서 보내기를 원한다. 아내는, “당신은 왜 시간만 나면 가족 식구들과 시간을 안 보내고 밖으로 나돌아다니는가?” 하면서 불평한다. 남편은 “당신은 왜 그렇게 답답하게 집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가! 집에 있으면 무료하고 심심하잖아!” 하면서 불평한다.
결혼 초기에는 대체로 아내들이 참고, 남편의 욕구대로 사회적인 모임이나 파티에서 참석하면서 남편의 욕구에 맞춰서 갈등을 회피하지만, 결혼 생활이 진행되면서 아내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한다는 생각에 좌절감을 느끼고, 남편에게 그동안 쌓인 불만을 터뜨릴 수 있다. “당신은 왜 그렇게 이기적이야! 시간 나면 외부에서 사람 만나고, 다른 사람들이 도와 달라고 하면 기를 무릅쓰고 도와주는데, 당신 언제 한번 나를 도와주고, 집안일에 신경을 써 본 적 있어!”하고 그동안 쌓인 감정을 강하게 표현할 수 있다.
아내의 갑작스러운 감정표현과 말투에 당황한 남편은, “당신은 팔자 좋게 집에서 내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생활하면서 내가 친구들과 만나서 스트레스를 푸는 행동에 대해서 그렇게도 불만이야! 아이들 성적 관리도 제대로 못 하고 집안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으면서!”라고 그동안 쌓인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인신공격하게 되고, 최상의 방어는 공격이기에 상대방을 인식 공격하면서 막말로 이어 지면서 부부 관계는 악화하기 시작한다. 부부 갈등은 부부의 성격 차이가 원인이 아니고,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서로 주고받는 인신공격성 대화이다.
부부 관계를 해치는 인신공격성 대화의 특징은 무엇인가?
가트만 박사가 행동 관찰을 통해서 밝혀낸 문제성 대화의 특징은 평가식 및 비난적인 대화다. 인간은 남에게 평가받고 통제받는 것을 본질적으로 싫어한다. 부부가 공동생활을 하다 보면 서로 불편하고 부딪치는 상황이 지속해서 발생하는데, 이 경우에 상대방이 수정했으면 하는 사항을 부드럽게 지적해 주면 갈등이 안 생기지만, 상대방을 평가하는 식으로 지적하고 좌절감을 표현하면 문제가 된다.
예를 들면, 남편이 세수할 때마다 물을 밖으로 튀기면서 세수하기에 아내가 짜증이 나면, “여보 당신 세면대를 이용할 때, 물이 세면대 밖으로 튀기거나 바닥에 떨어지면, 물을 닦아 줄 수 있어?”라고 표현하면 부드러운 표현이 된다. 그러나, “당신은 어른이 되어도 세수 하나 제대로 할 수 없어!”라고 표현하면 비난 식의 대화이다.
부부가 같이 살다 보면 부부들 만의 서로 비난하고 평가하는 말들이 있다. 흔히 하는 말로, “너나 잘하세요”, “대로 남불하시네!” 부부들은 상대방에게 무심코 표현하는 말 가운데 상대방을 평가하고 비난하는 말을 알아차리고 이러한 표현만 고쳐도 부부 관계는 몰라보게 좋아질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부부가 서로 앉아서 자신이 한 말 중에서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평가하는 식으로 표현을 해서 불편한 감정을 느꼈는지를 서로 대화를 통해서 주고받으면 가장 좋다. 부부 사이에 비난의 수위, 평가 표현의 용어 등은 다를 수 있기에 솔직한 대화를 통해서 부부들이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상대방을 비난하고 평가한 대화 내용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아내가 외출 시에 시간을 못 지키고 거의 10분 정도 늦게 출발해서 문제가 된다면, 남편이 다음과 같이 표현하면 부드러운 대화이지 비난은 아니다.
남편: “여보, 내가 보기에는 우리가 외출할 때, 10번에 8번은 당신이 10분 정도는 늦게 출발해서(상대방의 구체적인 행동 지적), 모임에 늦거나, 운전하는데 긴장을 하는데(내 생각과 감정), 당신이 외출할 때 지금 보다 한 10분 일찍 준비할 수 있을까(소망 말하기)? 당신 생각은 어때?”라고 표현하면 부드러운 표현이 된다. 이 경우 아내는 “당신이 비난 없이 구체적으로 말해 주어서 감사해요. 다음에는 10분 더 일찍 서둘러 볼께요”라고 하면 부부관계는 서로 화기애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