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갉아먹는 음식들… 일부 학자들 “세금 물려라”

초가공식품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악영향 연구 이어져

많은 첨가제와 가공이 더해진 식품은 건강에 좋지 않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적으로 일생 네 명 중 한 명이 정신질환을 겪는다. 정신건강 질환자들이 늘고, 자살률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여러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것 중 하나는 음식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다. 특히 현대인들이 많이 소비하는 초가공식품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초가공식품에 세금 부과해야

초가공식품은 그대로 다단계의 가공을 거친 식품을 말한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공중보건 영양학자인 브라질 상파울루대학 카를루스 몬테이루 교수의 분류가 주로 사용된다. 몬테이루 교수는 노바(Nova) 체계를 통해 식품을 4가지로 분류했다.

1군은 비가공식품과 저온살균, 건조, 냉동, 통조림 등 단순한 방식으로만 변형한 식품들이다. 2군은 기름, 소금, 설탕 등 조미와 조리에 사용되는 식품들이다. 3군은 가공됐지만 지방, 설탕, 소금 등 2군의 성분만을 넣은 음식이다.

4군 식품은 19세기 후반부터 등장한 초가공식품이다. 대규모 설비에서 주로 만들어진다. 2군 성분 외에도 방부제, 화학첨가물, 착색료 등 다양한 물질들이 들어있다. 긴 유통기한, 인공적인 향과 모양 등이 특징이다. 현대인들이 식사 대용으로 간단하게 섭취하는 햄버거, 피자, 시리얼, 빵은 물론 사탕, 쿠키를 비롯해 대부분 과자류 탄산음료, 가공육, 냉동식품들이 포함된다.

2016년 새로 나온 식료품 2만여 종 가운데 60%가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될 정도다. 소비량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 식품이 비만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있다. 다만 뇌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초가공 식품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줄리아 러 틀리지 캔터베리대학 임상 심리학 교수와 로저 멀더 오타고대학 정신과 교수는 뉴질랜드 의학저널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임신한 여성들에게 해로운 음식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태아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초가공 식품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최근 뉴질랜드 언론은 전했다.

러 틀리지 교수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많은 연구에서 초가공 식품 섭취가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는 점이 밝혀졌다면서, 임신 중에 이런 음식을 과다 섭취하는 것은 아이들의 우울증, 불안증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최근 10년간 정서나 행동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진단받은 2세에서 14세 사이 남자아이는 4.4%에서 8.6%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여자아이는 2.1%에서 3.8%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치권에서 설탕이나 지방 등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 이들 식품 섭취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초가공식품의 판매 비율도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식품 포장지에 경고문을 부착하는 등 강력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인지기능 떨어뜨리고, 우울증 위험도 높여

초가공식품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연구는 최근 지속해서 잇따르고 있다. 올해 3월 발표된 장기 연구에서도 호주 디킨 대학식품 기분센터의 멜리사 레인 박사 연구팀이 총 2만3000명 이상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15년간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초가공식품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은 우울증의 지표 중 하나인 ‘고도화된 심리적 고통’을 경험할 확률을 23%나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들의 사회인구학적 특성, 교육 수준, 흡연과 같은 생활 습관 등의 변수를 조정한 뒤의 결과다.

지난 5월에도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교의 의대 역학자인 에릭 헤치 박사가 지난해 미국의 성인 10000명을 상대로 벌인 조사에서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을수록 경미한 우울증이나 불안감을 보고했다.

헤치 박사는 “열량의 60% 이상을 초가공식품에서 섭취하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날들이 증가했다”면서 “이것은 인과관계의 증거는 아니지만 연관성이 있다고는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연구는 초가공식품과 인지기능 저하의 연관성을 밝혀냈다. 상파울루 대학의 나타나리라 고메즈 곤칼베스 교수는 지난 10년간 약 1만1000명의 브라질 성인을 추적한 연구에서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인지기능이 자연스럽게 감소하지만, 열량의 20% 이상을 초가공식품에서 소비하는 사람들의 경우 인지기능 감소가 28%까지 가속화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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