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인 재산 노린 사기 막으려면
[유희은 의료소송 ABC]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다(2021년 중앙치매센터). 고령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 치매 환자의 치료나 보호 역시 중요한 사회 문제이다.
치매를 앓고 있는 부유층 노인에게 접근해 입양이나 결혼을 한 후 재산을 빼돌리는 사건들도 있다. 사기꾼들은 치매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진 노인에게 접근해 환심을 산 뒤 자식들과의 접촉을 막고, 재산을 증여받는다.
심지어 노인과 혼인신고를 하고, 이혼을 통해 재산분할과 위자료라는 명목으로 재산을 가로챈 사례도 있다.
2013년 7월, 60대 한 여성은 치매를 앓고 있던 재력가 81세 남성에게 접근해 호감을 샀다. 이듬해 1월엔 그 노인과 혼인신고도 마쳤다.
그 여성은 2013년 11월부터 2014년 3월까지 피해 노인의 부동산과 해외 펀드를 처분했다. 그 돈으로 34억 원 상당 부동산을 본인 명의로 매수했다. 자기 아들, 딸 명의로 용인에 있는 아파트도 매입했다.
그는 1년 남짓한 기간 만에 피해 노인의 재산 대부분을 가로챘고, 2014. 11. 이혼을 통해 남은 재산까지 재산분할과 위자료로 받아갔다. 피해 노인은 재산을 잃고 2016년 2월 사망했다. 법원은 2017년 3월, 가해자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위 사례와 같은 치매 노인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 민법은 질병, 장애, 노령 등의 사유로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성년)후견 제도를 정하고 있다.
성년후견제도는 2013년 7월부터 시행된 제도로 재산관리에 중점을 둔 종전의 금치산·한정치산제도와 달리 후견 범위를 개별적으로 정할 수 있어 폭넓은 보호와 구체적인 지원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법정후견(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과 임의후견으로 구분한다. 특히 임의후견은 자신이 장래에 정신적 제약이 따를 것에 대비하여 사전에 후견 계약을 체결해두는 것으로 법정후견과 차이가 있다.
반면, 법정후견은 성년후견개시 등의 심판 신청을 통해 가정법원이 본인의 의사와 가족들의 의사를 참조하여 성년후견 또는 한정후견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이다.
성년후견 개시를 신청할 수 있는 사람으로는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이 있다(가정법원이 없는 지역에서는 주소지의 지방법원이나 지방법원의 지원에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은 당사자의 생활 관계나 재산 상황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살펴 후견인을 지정한다. 후견인은 가족·친척·지인 또는 변호사·법무사·사회복지사 등이 지정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후견인은 한 명이 선임되지만 여러 명이 선임되기도 한다.
법원은 후견인이 할 수 있는 권한이나 사무 그리고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 범위에 대하여 심판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정한다.
이에 따라 법원의 지정한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재산관리나 법률행위를 대리할 수도 있고, 일정 금액 이상의 재산처분이나 소송 행위 등을 법원의 사전 허가를 받아 이행하기도 한다.
법원은 필요한 경우 후견인에게 보고와 재산 목록 제출을 요구하거나 주기적으로 후견인으로부터 보고를 받음으로써 적절한 후견이 이루어지는지 감독한다.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 등에 관한 내용은 “후견등기사항증명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성년후견제도에 따른 피후견인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등기사항부존재증명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성년후견 제도를 통해 치매 노인처럼 정신적 제약을 받는 사람의 재산을 보호할 수 있다. 그리고 의료나 주거의 확보와 같이 신상에 관한 사항에도 피후견인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