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페론 치료제 코로나19 입원 위험 절반으로 줄여”

인터페론을 이용한 코로나19치료제가 임상시험에서 상당한 효과를 나타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체내 분비되는 항바이러스 물질인 인터페론을 이용한 코로나19 치료제가 임상시험에서 상당한 효험을 입증했다. 감염되고 7일 내 1회 접종만으로 입원치료가 필요할 만큼의 위중증 반응을 절반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아이거 바이오제약이 개발 중인 ‘페그인터페론 람다(peginterferon lambda)’의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과학전문지 《사이언스》가 최근 보도한 내용이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초기부터 인체 내에서 분비되는 항바이러스 물질인 인터페론이 코로나바이러스 격퇴 무기가 되기를 기대했다. 인터페론은 바이러스 침입 시 면역계의 방어 활성을 돕고 병원체를 제거하기 위해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당단백질이다. 주로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의 RNA와 단백질 합성을 방해함으로 바이러스 복제를 방해하고 면역세포 간의 다양한 신호 전달의 기능을 수행한다. 그 이름도 바이러스 복제를 방해(Interfere)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래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는 인터페론 반응을 효과적으로 무력화시킨다. 과학자들은 추가적인 인터페론을 제공함으로써 그것에 대항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2녀간 코로나19 환자들 대상의 인터페론 치료제 실험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세계보건기구(WHO), 영국 바이오기업 시네어젠이 각각 개발하던 인터페론 치료제에 대한 대규모 임상시험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페그인터페론 람다’는 브라질에서 비입원 고위험군 1900명에 대한 임상시험에서 효험을 입증했다. 대상은 50세 이상이거나 당뇨, 비만, 고혈압, 폐 질환이 있는 사람들로 참가자의 84%는 백신 접종자였다. 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7일 내에 페그인터페론 람다 또는 위약을 1회 무작위 접종했다.

페그인터페론 람다 접종자는 916명이었는데 입원하거나 응급실에서 6시간 이상 치료를 받은 사람이 25명(2.7%)였다. 반면 위약 접종자 1020명 중 같은 증세를 보인 사람은 57명(5.6%)였다. 사망자 숫자는 통계적으로 의미 없을 정도로 적었지만 위약그룹에선 4명이 숨진 반면 페그인터페론 람다그룹에선 1명만 사망했다.

아이거는 6월 30일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 사용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이거의 데이비드 코리 최고경영자(CEO) “우리는 이번 실험 결과가 현재 미국과 전 세계의 코로나 환경에 매우 일반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대표적 코로나19 치료제인 화이자의 팍스로비드가 5일간 30캡슐을 복용해야 하는 반면 페그인터페론 람다는 1회 주사로 충분하다는 점에서 “처방이 용이하고 특히 고위험군 환자에 게 주효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에서 람다 인터페론의 역할을 연구해온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의 면역학자인 안드레아스 웩 박사는 “매우 인상적 결과”라고 밝혔다. 미국 보스턴 어린이 병원의 면역학자인 이반 자노니 하버드대 교수는 젊은 층에 대한 소규모 임상시험에선 이 약이 증상 지속 시간을 줄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유보적 태도를 보였으나 “기본적으론 과학적 예측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페그인터페론은 인터페론과 작용 기전이 같지만 몸속에서 대사 속도를 늦춰 약효가 더 오래가도록 만든 약물을 말한다. 페그인터페론 람다는 인터페론 중에서 가장 최근 발견된 3형 인터페론의 하나인 인터페론 람다의 기전이 오래가도록 한 약물을 뜻한다. 원래 D형 간염 치료제로 개발됐다. 하지만 인터페론 람다가 주로 기도와 같은 호흡기관의 상피 표면에 수용체가 있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바이러스 전염을 제한하는 초기 방어선 역할을 한다는 점에 착안해 코로나19 치료제로도 개발됐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SARS-CoV-2를 접종한 쥐에게 람다 인터페론을 주입한 결과 과도한 염증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호흡기 전체에 걸쳐 바이러스 감염을 제한했다는 연구결과를 4월 15일《셀 리포츠》지에 발표했다. 같은 연구진은 아이거가 개발한 인터페론 람다-1(IFNL-1)의 수용체가 부족하도록 유전자 조작한 쥐의 SARS-CoV-2 바이러스 부하가 급증한다는 것도 밝혀냈다. 또 지난해 자노니 교수 연구진은 코로나19 환자의 폐, 목, 코의 체액 샘플을 분석한 결과 IFNL-1이 바이러스를 상부 기도에 가둬 두는 가장 보호적인 반응과 관련이 있음을 발견했다.

다른 과학자들은 인터페론 람다가 단일클론 항체, 백신, 팍스로비드와 같은 항바이러스제와 달리 내성을 갖춘 SARS-CoV-2 새로운 변이가 등장해도 기본적으로 영향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의 조단 펠드 교수는 “이는 숙주 표적 약물이기에 바이러스의 내성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소수의 초기 외래 환자에게 페그인터페론 람다를 1회 접종했을 때 바이러스가 제거되는 속도를 높일 수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페그인터페론 람다가 다목적 항바이러스 치료제이기 때문에 미래 도래하게 될 호흡기질환에도 유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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