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조 투입하는 미국 바이러스 정복 프로젝트 성공할까?
미국 백악관이 7년~10년간 653억 달러(75조5651억여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지구적 대유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26개 바이러스군에 대한 백신 개발 및 신속한 실험과 생산을 위한 계획이다.
에볼라, 지카, 니파, 라사열 같은 팬데믹 후보 바이러스 20여개에 대한 선제적 백신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발언이 현실화한 것이다
3일(현지시간) 이를 발표한 에릭 랜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장은 1960년대 인간의 달 착륙을 목표로 했던 아폴로 프로젝트에 비견했다. 이는 현재 팬데믹 대응에 나서고 있는 모든 정부 부서의 업무를 통제하는 ‘미션 통제 센터’를 필요로함을 의미한다고 과학전문지 사이언스가 같은 날 보도했다.
27쪽 분량의 계획서에 따르면 거의 40%의 돈이 백신 개발에 쓰이고 20% 미만이 치료비로 투입될 예정이다. 나머지는 새로운 진단법 개발,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 공중보건 개선 및 세계보건 협력에 쓰인다.
상세 내용으로 들어가면 백신의 경우 인간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26개 바이러스군을 겨냥하고 있다. 또 새로운 병원균이 발견될 경우 100일 이내에 백신 개발, 시험, 승인을 완료(코로나19 때에 비하면 3배나 빠른 속도)하고 130일 이내에 미국민에 대한 백신 공급, 200일 이내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백신공급에 나선다는 목표가 제시돼 있다.
임상시험에 들어갈 경우 몇 주 내에 10만 명이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전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는 코로나19 때의 임상시험 대상 3만 명에 비해 3배 이상 않은 숫자다. 이밖에 피부 패치나 비강 스프레이와 같은 새로운 백신투약 기술도 모색될 예정이다.
이 계획은 현재 의회에 상정돼 있는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내년 예산안에서 150억 달러를 우선 책정했다. 나머지 503억 달러에 대해선 향후 6~9년간 추가 지원받을 수 있도록 의회의 협조가 요청된 상태다. 랜더 국장은 이 예산의 의회 통과를 “매우 낙관한다”고 밝혔다.
랜더 국장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이러한 유형의 과학 기술 발전으로 인해 우리는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업데이트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능력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며 “5년 후의 우리는 이 같은 위기에 더 잘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계획서도 코로나19로 미국이 치른 비용이 지금까지 16조 달러가 넘는다는 점에서 653억 달러의 예산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의회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불확실하다. 이 제안은 미래의 전염병 예방 및 대비를 개선하기 위해 4년에 걸쳐 300억 달러를 지출하겠다는 이전 요청을 확대한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민주당의 내년도 예산안에는 이중 50억 달러만 포함됐다. 이 때문에 많은 공중 보건 전문가로부터 혼란스러운 대응으로 코로나19 위기를 확산한 미국 정부의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 받았다.
이번 계획에 대해서도 야심 찬 계획이라고 하기엔 재원이 불충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네소타대의 역학자인 마이클 오스터홀름 교수는 “착수금은 괜찮지만 실행에 옮기게 됐을 때 충분한 자원을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 “현실적이 되려면 우리가 정말 갖고 싶은 것을 뒤로 미룰 줄 알아야한다”고 말했다.
가시적 성과를 너무 앞세운 탓에 그를 뒷받침할 기초연구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스턴대 신종전염병정책·연구센터를 설립한 나히드 바델리아 교수도 이번 프로젝트가 약물과 신기술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그걸 구축하는데 필요한 인프라 투자는 부족해 보인다고 아쉬움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