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임신이 고민이라면...“임신 전 당뇨병 꼭 예방해야"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결혼이 늦어지고, 임신 시기도 늦춰지는 추세다. 만 35세 이상 여성이 임신을 하는 경우 의학적으로 '고령임신'이라고 한다. 과거에 비해 건강-영양 상태가 좋아지면서 고령임신의 가준 나이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 신생아 가운데 35세 이상 임신으로 태어난 아기가 26.4%나 된다(2017년 통계청). 앞으로 고령임신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어서 산모와 아기를 보호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고령임신 가운데 특히 첫 임신이 문제다. 나이가 들면서 자궁근종과 같은 부인병이나 고혈압, 당뇨, 비만, 심장병 등을 갖고 있는 여성이 많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은 임신부가 임신성 당뇨까지 있으면 거대아 출산과 그로 인한 난산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고령임신의 경우 난자 염색체의 돌연변이로 인해 다운증후군처럼 염색체 이상인 아기가 태어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따라서 고령임신을 하면 산전 기형아 검사를 하는 등 산부인과 전문의와 긴밀하게 소통해야 한다.
당장 임신 계획이 없더라도 고령임신이 예상된다면 임신 전부터 건강한 몸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꾸준한 운동과 생활습관 개선으로 성인병을 예방해야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당뇨병 예방이다. 최근 당뇨병 유병율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30~40대 여성 가운데 당뇨병 위험에 노출된 사람이 많다.
박중신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성 당뇨병으로 인해 태아기형이 증가하진 않지만, 원래 당뇨병을 가지고 있던 경우에는 임신 초기에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태아에게 기형의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했다. 당뇨라고 해서 임신성 당뇨와 현성당뇨(원래 당뇨를 앓고 있던 경우)를 혼합해서 생각하면 안 된다. 임신부가 당뇨병이 있다고 하면 임신성 당뇨병인지, 원래 앓고 있던 당뇨병인지 꼭 구분해야 한다.
임신 후 생긴 임신성 당뇨병 때문에 태아기형이 높아지진 않는다. 하지만 임신 전부터 당뇨병을 앓던 여성이 혈당 조절에 실패하면 태아기형의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것이 큰 차이다. 현성 당뇨병이 임신성 당뇨병보다 산모나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임신성 당뇨가 생겨도 임신 중 항상 산전검사와 상담을 받아야 한다.
임신 전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면 임신중독증(의학적 병명은 전자간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당뇨병성 신증, 당뇨병성 망막증, 당뇨병성 신경병증, 감염이나 케톤산증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태아의 경우 자연유산이나 원인불명의 태아사망, 태아기형의 빈도가 증가한다. 분만 후에는 신생아의 호흡곤란증, 저혈당증, 저칼슘혈증, 고빌리루빈혈증 등이 생길 가능성이 늘어난다.
임신 전부터 비만했던 임신부도 여러 산부인과 관련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대표적으로 임신중독증, 임신성 당뇨병 그리고 거대아가 생길 가능성이다. 박중신 교수는 "임신 중에 적절한 체중증가가 있는 것이 중요하지만 너무 적어도, 너무 많아도 문제"라면서 "평소 비만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적절한 체중으로 미리 맞춰 놓고 임신을 시도하는게 안전하다"고 했다.
고령임신은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규칙적으로 진찰받고, 산전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산전관리 중 염색체 이상 태아를 선별하기 위해 의사와 상의해 양수검사나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게 도움이 된다. 임신 전부터 엽산과 같은 영양소를 잘 보충하고 운동으로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