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로 심장마비 예방?…“막힌 동맥 세포, 암세포와 비슷”

죽상동맥경화증으로 막힌 동맥 안 ‘평활근 세포’, 암세포와 많이 닮아

동맥 속의 죽처럼 생긴 끈끈한 찌꺼기(플라크)는 혈관을 막아 심장마비,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 막힌 동맥 내 특정 세포(평활근 세포)가 암세포와 많이 닮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죽상동맥경화증은 심장마비(급성 심근경색)와 뇌졸중의 주요 원인이다. 죽처럼 생긴 끈적끈적한 플라크(찌꺼기)가 혈관을 막아 피 흐름을 방해한다.

막힌 동맥 안 ‘평활근 세포’가 암세포와 매우 비슷한 특징을 갖고 있으며, 이 때문에 항암제로 죽상동맥경화증을 치료해 심장마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밴더빌트대 의대 등 공동 연구팀은 죽상동맥경화증에 걸린 사람과 생쥐의 동맥 내 평활근 세포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죽상동맥경화증이 진행되면 동맥 안 평활근 세포가 지나치게 많이 증식(과증식)하고 세포 사멸에 대한 저항성, 침습성 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막힌 동맥 내 평활근 세포와 암세포가 매우 유사한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암의 또 다른 특징인 DNA 손상이 인간과 생쥐의 평활근 세포에 축적돼 죽상동맥경화증을 가속화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평활근 세포 안에서 DNA 손상을 증가시키는 유전적 돌연변이를 도입해 생쥐의 죽상동맥경화증이 악화하는 속도를 한층 더 높일 수 있었다. 건강한 생쥐와 사람의 혈관 조직에서는 DNA 손상을 입은 평활근 세포의 징후를 발견할 수 없었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컬럼비아대 의대 무레닥 라일리 박사(석좌교수, 임상중개연구소장)는 “변형된 근육세포, 즉 막힌 동맥 안 평활근 세포가 죽상동백경화증을 일으킨다. 기존 항암제로 이 병을 치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적으로 동맥 내부를 구성하는 평활근 세포가 변하면 죽상경화반으로 이동해 세포의 정체성을 바꾸고, 암 유전자를 활성화하고, 플라크 내부에서 증식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연구의 제1 저자인 밴더빌트대 의대 라일리 앤 후이즈 팬 조교수는 “동맥 내 평활근 세포의 전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세포가 플라크 안에 머물러 있기에 대부분 양성종양처럼 행동한다고 생각되지만, 이 가설을 입증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DNA 손상이 있는 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일반 항암제(니라파립)로 죽상동맥경화증 생쥐를 치료한 결과, 죽상경화성 플라크의 크기가 크게 줄고 플라크의 안정성이 개선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플라크가 안정되면 심장마비 위험이 낮아진다.

연구팀에 의하면 스타틴은 죽상동맥경화증을 줄이고 심장마비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일부 사람은 이 약 때문에 심혈관병을 일으킬 위험을 안고 있다. 암과 비슷한 죽상동맥경화증의 특성을 더 많이 파악하면 이런 사람의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 결과(Atherosclerosis Is a Smooth Muscle-Cell Tumor-Like Disease)는 국제학술지 《순환 (Circulation)》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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