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한 잔 술도 태아 뇌 파괴

태아알코올증후군 유발 ··· 임신부, 금주 필요

엄마 한 잔 술도 태아 뇌 파괴주부 김 모 씨(29.경기도 성남시 수정구)는 2년 전 숨진 아들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김 씨는 임신 초기에 임신 사실을 모른 채 술을 마셨고,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음주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계속 술을 마셨다. 김 씨의 아들은 뇌 세포가

모두 죽고 뇌 전체가 망가진 채로 태어나 여러 번의 뇌수술을 시도했으나 결국 사망했다.

태아알코올증후군(FAS·Fetal Alcohol Syndrome)은 임신 중인 여성이 술을

과도하게 마셨을 때 태아에게 신체적·정신적으로 나타나는 선천성 기형이다.

우리나라는 FAS에 대한 역학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어 정확한 유병률을 알 수 없다.

영국의 경우 알코올 중독자의 수는 많지만 FAS 유병률은 0%로 알려져 있다. 제대로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의견이 있다.

어머니가 습관적인 음주자인 경우 신생아 1000명 중 4~7명이 FAS 기형아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졌을 뿐이다.

이화여대 간호대학 박경일 교수는 “FAS 아동에게 나타나는 징후인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언청이,

저체중아 어린이가 증가하는 현상을 볼 때 알려지지 않은 FAS의 발병률이 높을 것으로

짐작된다”며 “우리나라에서 FAS가 희귀병인 것처럼 얘기하는데, 의료진의 진단적

기준에 대한 지식 부족이나 오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의외로 숫자가 적게 보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발병 원인

우리나라 가임여성의 고도위험음주율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고도위험음주는

남자의 경우 소주 1병 이상, 여자는 소주 5잔 이상 마시는 것을 말한다. 2006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임여성의 고도위험음주는 2001년에는 20∼29세 여성이

1.2%, 30∼39세 여성이 1.4%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에는 19∼29세 여성이 2.33%,

30∼39세 여성이 1.77%로 증가했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교실 이정권 교수는 “한국인은 서양인에

비해 술을 마시고 실수하는 행동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알코올 중독을 병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음주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높다”며 “그 때문에

과음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양대병원 정신과 안동현 교수는 “요즘 여대생들은 술자리에 자주 참석하고

과음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 큰일”이라며 “여성은 임신 기간이 아니래도 술을

마시는 것이 나중에 태어날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증상

알코올 때문에 FAS를 갖고 태어난 아기는 산전 사망률이 높다. 혹 무사히 태어난다

하더라도 평생 치명적인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알코올은 혈관, 뇌 장벽을 쉽게 통과하고 태반도 통과해 태아에게 전달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과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유를 하는 경우 엄마가 술을 마셨다면

신생아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엄마 혈중 알코올 농도의 95%까지 높아졌다.

FAS 기형아는 대뇌가 파괴되거나 저체중이거나 심장, 척추, 귀, 손가락, 발가락,

안면 등에 기형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들은 대체로 코밑 인중이 없고, 윗입술이 아래 입술에 비해 현저하게 가늘며,

미간이 짧으면서 눈이 작은 특징적인 얼굴 모습을 하고 있다.

FAS아동은 ADHD, 뇌성마비, 간질 증상이 나타나거나 지능지수(IQ) 80 이하의 저능아로

태어날 가능성도 있다.

∇예방과 대처

FAS의 가장 좋은 예방법은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술을 한 방울도 먹지

않는 것이다. 아직까진  FAS를 일으키는 알코올의 최소량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태아통합진료클리닉 김종화 교수는 “임신 계획이

있는 여성이나 임신중인 여성이 매일 소주 한 잔 반 정도를 마시면 태아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매일 소주 8~12잔 이상 마시면 FAS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고, 16잔 이상 마셨을 때 FAS 발병률은 30~5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임신 초기인 12주 이전까지 태아의 장기가 형성되는데 이때 술을

마시면 장기에 기형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며 “임신 후반부에 음주를 하면 태아의

정신지체와 지능저하, ADHD를 일으킬 확률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FAS 어린이의 대부분이 TV나 신문,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를 극도로 꺼린다. FAS

때문에 생긴 기형을 비관하고 자신에게 이런 장애를 준 엄마를 원망하는 마음에 스트레스

지수도 높다.

FAS 어린이의 어머니 중에는 알코올 중독자가 많다. 일반적으로 FAS 자녀를 둔

엄마는 자녀의 FAS 원인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치료받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 모든 사실을 남편이 알게 되면 가정파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 숨기는

경향이 있다.

박경일 교수는 “FAS는 우리나라 의사들에게도 조금은 생소한 병이라 엄마가 술을

마셨던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놔야만 FAS 진단이 빠르고 아이에게 더욱 적극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신 중에 아이에게 기형이 발견되면 유산시켜 달라고 하는 엄마들이 있다는

얘길 듣곤 한다”며 “엄마가 되려면 생명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알고, 엄마가 마시는

술 한 모금이 태아에게 끔찍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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