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은 당뇨병 탓에 세상을 떠났다

[이성주의 건강편지]정조의 병

이산은 당뇨병 탓에 세상을 떠났다

정조의 편지, 즉 어찰(御札)이 화제입니다. 임금의 사적 편지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지만, 저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봅니다.

이 편지들을 뜯어보면 한동안 당연시됐던 독살설의 가능성이 뚝 떨어집니다. 사인(死因)은 무엇일까요? 저희 ‘코메디닷컴’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당뇨병일 가능성이 높은 듯합니다.

정조는 승하 2개월 12일 전에 “갑자기 눈곱이 불어나고 머리가 부어오르며 목과 폐가 메마른다”고 썼고, 승하 13일 전에는 “뱃속의 화기가 올라가기만 하고 내려가지는 않는다. 올해 한 해 동안 황련을 1근 가까이 먹었다. 마치 냉수 마시듯 하였으니 어찌 대단히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밖에도 항상 얼음물을 마시거나 차가운 온돌의 장판에 등을 붙인 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는 일이 모두 고생스럽다”고 썼습니다.

우선 황련(黃蓮)이 어디에 쓰이는지 서울 종로3가 춘원당의 윤영석 원장에게 물었더니 그는 “염증과 열을 다스리기 위해 쓰이며 여러 증세를 종합해 보니 당뇨병, 고혈압 등 성인병의 합병증으로 심열(心熱)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증세를 더 찾아봤더니, 승하 1년 전에 외사촌 홍취영에게 보낸 편지에 “온몸에 뜨거운 기운이 상승해 등이 뜸을 뜨는 듯 뜨거우며, 눈은 횃불 같이 벌겋고 숨도 가쁘다, 시력이 나빠져 현기증도 있고 책을 오래 읽을 수 없다”는 기록이 있더군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지낸 허갑범 연세대 명예교수는 “직접 진단을 안했고 정보도 부족해 확신할 수는 없지만 당뇨병 때문에 ‘고혈당성 고삼투압성 비케톤성 혼수’가 와서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했습니다. 허 명예교수는 인슐린 약이나 주사가 나오기 전인 1970년대만 해도 이 증세로 숨지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혈당이 500~600㎎/㎗, 심지어 700㎎/㎗까지 올라가기도 한다고 합니다. 40대에 희생자가 많았는데 정조 역시 48세에 승하했습니다.

몸의 열기, 눈의 이상, 갈증 등은 모두 당뇨병, 즉 소갈증(消渴症)의 대표적인 증세입니다. 사료를 통해 이전에 알려진 등창도 대표적인 합병증입니다. 혈당이 높으면 피가 끈적끈적해져서 말초신경까지 잘 흐르지 않습니다. 당뇨병 환자가 오래 누워있으면 방바닥과 닿은 등에 피가 통하지 않아 썩게 되는 것이죠.

의학자들에 따르면 세종대왕도 당뇨병 때문에 숨졌다고 합니다. 세종은 실명을 하고 종창(腫脹)과 풍질(風疾)로 고생했는데 이 역시 당뇨병의 합병증입니다. 지난해 MBC와 KBS2에서 방영한 두 드라마 ‘이산’과 ‘대왕세종’의 주인공이 모두 당뇨의 희생양이 됐다니 묘한 우연이군요.

옛날에는 임금처럼 잘 먹고 덜 움직이는 사람만 이 병에 걸렸지만, 지금은 인구의 10%가 환자라고 합니다. 당뇨병은 각종 합병증이 무서운 병입니다. 매년 1만 명 이상이 당뇨 합병증으로 발, 다리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 있으며 이에 버금가는 수의 사람이 시력을 잃습니다. 뇌중풍, 심장병, 콩팥질환 등의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도 적지 않고요.

그러나 하늘은 액운만 내리지 않습니다. 당뇨병 환자도 식생활, 운동, 치료만 제대로 하면 합병증 없이 평생을 건강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환자의 절반 이상이 자신이 당뇨병이라는 것을 모른다는 사실. 혹시 자신의 혈당을 모르는 분은 가급적 빨리 혈당을 재시기 바랍니다. 정조와 세종의 병, 요즘엔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것, 꼭 명심하세요.

당뇨병 환자의 생활수칙

①금연과 절주. 술은 가급적 안 마시는 것이 좋다.
②자신에게 하루에 필요한 열량과 섭취할 음식의 열량을 안다.
   ▶칼로리 체크하기
③운동으로 체중을 관리한다.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운동 후 저혈당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늘 사탕이나 초콜릿을 갖고 다닌다.
④발 관리에 신경 쓴다. 매일 발을 깨끗이 씻고 말려야 하며 발톱은 일자로 깎는다. 발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발에 상처나 물집, 통증 등이 있으면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한다.
⑤생활계획표를 짜서 이를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⑥취미생활과 대인관계 등으로 웃음을 유지한다.

오늘의 음악

내일은 밸런타인데이죠? 사랑 노래 세 곡을 준비했습니다. 퀸, 카를로스 산타나, 냇 킹 콜의 노래가 이어집니다.

♫ I was born to love you [퀸] [듣기]
♫ I love you much too much [산타나] [듣기]
♫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 [냇 킹 콜]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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