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교협, 총선 전 헌법소원 예고…의료계 일각 “신중해야”

정진행 서울대 의대 교수 "계속된 각하, 정부에 힘 실어 줄 수도"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소송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의대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헌법소원·가처분에 나선다고 예고했다. 앞서 전의교협은 의대증원 정책에 반발해 지난달 법원에 의대증원 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각하 판결을 받았다. 각하는 소송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소송에 대해 판단 없이 끝내는 판결이다.

전의교협은 법률적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5일에는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은 정부의 공권력에 해당하고, 교수의 자유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의 기본권이 침해했기에 헌법소원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헌법소원 심판은 공권력에 의하여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에 헌법재판소에 제소하여 그 침해된 기본권의 구제를 청구하는 제도이다. 다만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에 따라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청구할 수 없다. 이를 ‘보충성 원칙’이라고 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집행정지 처분이 아닌 본안소송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전의교협 법률대리인 이병철 변호사는 “헌재 판례상 보충성 원칙의 예외가 있는데, 법원의 권리 구제 가능성이 없거나 기대할 수 없는 경우가 해당된다”며 “지금은 구제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헌법소원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5일 전의교협은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증원 처분 등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그러나 2일 서울행정법원은 해당 신청을 각하했다. 신청 자격의 부적격성 때문이다.

당시 재판부는 “신청인들(전의교협)이 의대 증원·배정 처분에 관해 직접적·구체적 법률상 이익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며 “신청인 적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각하 이유를 밝혔다. 교수 단체는 의대 증원 정책으로 인해 교수 단체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것.

전의교협의 행정소송 외에도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수험생 등이 의대 2000명 증원 정책과 관련해 소송·집행정지 신청한 2건 역시 연이어 각하됐다. 의대 증원 정책 집행정지와 관련해 제기된 6개의 행정 소송 중 벌써 절반이 각하 처리된 셈이다.

이처럼 소송이 잇따라 각하되면서 의료계 일각에서는 소송 제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진행 서울대 의대 병리학교실 정진행 교수(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전 비대위원장)는 5일 “전의교협의 소송과 행보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법조계 자문에 따르면 행정 내지 헌법 소송은 일반적으로 승소의 확률 자체가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편이라 소송 제기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계속된 소송으로 각하 처리가 많아질 경우 오히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의 정당성에 힘이 실릴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무작정 소송을 넣기 보단 승소 가능성을 판단해 꼭 필요한 소송만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법적 대응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승패에 따라 명분에 영향을 준다”며 “부득이하게 정무적으로 꼭 필요한 소송이 아닌 한, 승소가능성이 높고 꼭 필요한 효능감 있는 사안에 집중을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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