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자 아닌 ‘살아있는 환자’에…돼지콩팥 첫 이식 성공

하버드대 의대 외과팀 “투석 환자, 16일 유전자 변형 돼지 콩팥 이식 수술 후 회복 중”

미국 하버드대 의대 메사추세츠 종합병원 외과의사들이 유전자 변형 돼지의 콩팥을 혈액 투석 중인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메사추세츠 종합병원]
유전자 변형 돼지의 콩팥(신장)을 ‘살아있는 환자’에게 처음으로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미국 NBC 방송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메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팀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유전자 변형 돼지의 콩팥을 혈액 투석 중인 62세 남성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유전자 변형 돼지의 콩팥이 뇌사자(뇌사 판정을 받은 사람)에게 이식된 적은 있으나, 살아 있는 환자에게 이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사추세츠 종합병원 신장내과 윈프레드 윌리엄스 박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유전자 변형 돼지의 콩팥을 이식받은 환자 리처드 슬레이먼(62)은 회복 중이며, 이르면 이번 주말에 퇴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윌리엄스 박사는 “정말 획기적인 이정표다. 이번 이종이식 수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여러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 4시간에 걸쳐 이번 콩팥 ‘이종이식’ 수술을 집도한 외과의사는 가와이 타츠오 박사 등이다. 가와이 박사는 “콩팥으로 가는 혈류가 회복된 직후, 콩팥은 즉시 분홍빛을 띠며 소변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본 콩팥 중 가장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미국 장기이식 시스템을 관리하는 비영리단체(United Network for Organ Sharing)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0만 명 이상이 이식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다. 하지만 이종이식에는 큰 위험이 뒤따른다. 미국에선 돼지의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도 2건 있었다. 하지만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 수명이 2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윌리엄스 박사는 “슬레이먼에게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번 주말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슬레이먼은 7년 동안 투석을 받다가 2018년 숨진 기증자의 콩팥을 이식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지난해 이식이 실패할 조짐을 보이자 투석을 재개했다.

이에 앞서 2022년 1월엔 미국 앨라배마주립대 의대 버밍엄캠퍼스(UAB) 외과팀이 유전자 변형 돼지 콩팥을 뇌사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또 2023년 7월 뉴욕대 의대 랭건병원에서도 유전자 변형 돼지 콩팥이 뇌사자에게 이식됐고, 뇌사자는 32일 이상 생명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이식은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번 콩팥 이식은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다른 뾰족한 치료법이 없는 경우 실험적 치료법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FDA의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에 따라 이뤄졌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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