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성형 후 코끝이 들렸어요”…엉덩이 진피 넣었다는데, 왜?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필요 없는 보형물을 쓰는 것도 문제이지만, 보형물에 대해 과도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도 없다.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사진=클립아트코리아]
“몇 년 전에 코 성형했는데요. 결과가 제 기대와는 달라서, 재수술을 고민하고 있어요.”

최근 재수술 상담을 오신 분의 콧대는 낮고 퍼져 보였으며, 코끝은 들려 있었습니다. 콧대도 매끈하지 않고, 울퉁불퉁한 느낌이라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전 코 수술 때, 콧대는 무엇으로 높였어요?”

“진피요. 실리콘을 넣는 게 너무 불안해서, 엉덩이 진피로 콧대 높여주는 곳을 찾아갔었어요.”

“뭐가 그렇게 불안했어요? ”

“실리콘 보형물 넣으면 염증 잘 생기고, 십 년 지나면 갈아줘야 한다는 얘기도 있어서요.”

“그렇지는 않아요. 저도 필요치 않은 경우에 보형물 쓰는 건 정말 반대하거든요. 그래도 뭔가 꼭 써야 하는 경우라면, 제 경험상 개중에는 실리콘이 가장 나은 것 같아요. ”

저는 필요 없는 보형물 사용을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이전에도 불필요한 보형물 사용을 반대하는 칼럼을 여러 차례 쓴 적 있습니다. 특히 매부리코에서 콧대를 깎고 넣는 보형물처럼 ‘수술자의 편의’ 혹은 ‘관성’ 때문에 쓰이는 보형물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하지만, 보형물이 필요한 경우들은 분명 있습니다. 필요 없는 보형물을 쓰는 것도 문제이지만, 보형물에 대해 과도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보형물로 실리콘이 가장 널리 사용되다 보니, ‘실리콘’이란 말에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실리콘 보형물’이란 말에 ‘염증’ 혹은 ‘구축’ 이란 말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굳이 따지자면 이는 ‘실리콘의 문제’보다는 ‘보형물의 문제’에 더 가깝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실리콘만큼 검증되고 안전하여 이를 대체할 만한 보형물 소재가 별로 없다 보니 ‘보형물’과 ‘실리콘’이 마치 동의어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코에 ‘보형물’을 사용하고 염증으로 인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무엇 때문일까요?

이를 위해서 일단 ‘염증’ 이란 말을 잘 알아야 합니다.

염증이라는 말 자체에 큰 두려움을 갖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염증은 손상에 대한 우리 몸의 방어 과정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염증’ 자체가 아니라 이로 인해 ‘감염’이 생긴 경우입니다. 집에 강도가 들어서 경찰이 출동한 상황과 비교해 봅시다. 사이렌을 울리며 경찰차가 출동하는 것이 ‘염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출동한 경찰이 그만 강도의 주먹에 쓰러졌다면 이것이 ‘감염’입니다.

우리 몸은 항상 외부의 침입에 노출되어 있고 이에 대한 반응이 ‘염증’입니다. 일례로 눈 다래끼는 눈꺼풀에 생긴 염증입니다. 드물게 수술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대개 먹는 약이나 찜질 등으로 호전됩니다. 코는 외부의 균에 가장 노출되는 기관 중 하나이며 코끝에도 역시 다래끼처럼 염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심지어 여드름이나 뾰루지도 일종의 염증입니다. 먹는 약 정도로 호전될 수 있지만, 보형물이 코끝에 있는 경우 문제가 좀 더 복잡합니다. 코끝까지 연결된 긴 보형물은 감염이 코 전체로 퍼지는 고속도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코에 ‘보형물’을 사용하고 염증으로 인한 문제가 생기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보형물을 코끝까지 길게 써서’입니다.

이 사실을 알고 아시아인의 ‘코 높임 성형술’의 변화 과정을 보면 코끝을 안전하게 높이는 방향으로 수술법이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늘색은 보형물, 회색은 연골을 나타냅니다.
보형물로 콧대를 높이는 수술.

처음엔 콧대에 보형물을 넣어 높이는 식으로 수술했지만 코끝의 모양이 아쉬웠습니다.

길게 코끝까지 높이는 L자형 보형물.

이후 L자형 보형물을 길게 넣어 코끝을 높였지만 여러 문제가 생겼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감염’과 보형물이 코끝을 뚫고 나오는 ‘돌출’ 이었습니다.

긴 보형물 끝에 자가 연골을 대 줌.

긴 보형물 끝에 자가 연골을 대 주면서 돌출은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감염의 문제는 여전히 발생하기 쉬웠습니다.

코끝은 자가 연골로, 보형물은 콧대에만 짧게 넣음.

현재의 표준 수술법은 ‘콧대는 보형물, 코끝은 자가 연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형물을 짧게 쓰면서 감염으로 인한 문제도 줄었습니다.

이처럼, 안전한 코 수술을 위해서 보형물은 꼭 필요한 경우 콧대에만 짧게 쓰며, 코끝은 자가조직으로 수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실리콘 보형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선택하는 수술법의 단점이 때로는 오히려 두드러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진피는 보형물처럼 단단하지 않아서 물렁물렁하고 뭉뚝한 느낌이 콧대에 잘 어울리기 어렵습니다. 진피가 자리 잡는 과정에서 일부 흡수가 되는데 이때 길이가 줄어들면서 코 전체 길이가 당겨 짧아지는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자가 늑연골은(코끝이 아닌 콧대를 높이기 위해 쓰는 경우), 이론적으로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보형물처럼 매끈하고 자연스러운 모양으로 자가 연골을 깎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 뒤틀리는 근본적인 한계도 있습니다. 염증이란 면에서 특별히 유리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여러 번 재수술로 이물질을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어쩔 수 없이 진피나 늑연골 등 자가 조직을 사용해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첫 수술에서 실리콘 보형물을 대체할 만큼 안정적인 결과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보형물 사용을 권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연히 필요치 않은 경우에 보형물을 사용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그렇지만 콧대를 돋우는 것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 아직은 실리콘 보형물보다 나은 소재가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박준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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