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은 얼굴 디자인”…의사 손재주만 좋으면 잘한다?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손재주만 좋으면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라도 수술을 잘한다’는 말은, ‘안전운전과 상관없이 빨리만 밟으면 운전을 잘한다’는 말처럼 위험하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늘어진 눈꺼풀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어요. 그런데 그 선생님은 전문의가 아니었어요. 당연히 전문의라고 생각했는데요. 수술받고 얼마 안 돼서 눈꺼풀이 뒤집어졌어요. ”

“원장님, 제가요.. 눈이 이래서요 늘 약을 달고 살아요. 머리가 너무 아파서 매일 판피린을 세 병 이상 안 마시면 지낼 수가 없어요. 원장님, 오늘이라도 수술받고 싶어요.”

하안검 수술 시에 피부를 너무 많이 잘라내거나 아래 눈꺼풀의 지지 구조에 손상이 생기면 눈꺼풀이 뒤집히는 ‘안검 외반’ 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분은 그 정도가 너무 심했습니다. 누가 수술했길래, 겁도 없이 피부를 이리 많이 잘라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아래 눈꺼풀이 뒤집어진 경우 뒤집어진 눈꺼풀을 바깥쪽으로 당겨서 뼈에 단단히 걸어주는 ‘외안각 고정술’이 흔히 시행됩니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1주일 후 실밥을 뽑았습니다. 잠을 못 이루는 밤이 많았는데 눈이 편해져 1주일 내내 푹 주무셨다고 합니다.

수술 후 1주.

그런데 수술 후 한 달째, 오른쪽 눈꺼풀이 다시 뒤집어지며 삼백안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수술 후 5개월째 다시 내원하셨 때에는 양쪽 눈이 다시 심하게 뒤집어진 상태였습니다.

수술 후 5개월 다시 뒤집어진 눈.

이분은 통상적인 ‘외안각 고정술’로 해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비전문의에게 받았던 첫 번째 수술에서 피부가 너무 많이 제거된 것입니다.

진료과목 성형외과 간판을 걸고 (‘진료과목’은 ‘비전문과목’ 이라는 뜻입니다) 성형외과 진료를 보는 비전문의들이 점점 늘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이를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성형외과는 수련과정에서 ‘미용 수술’이 아닌 ‘재건 수술’을 주로 배우기 때문에 미용 수술은 ‘전문의’보다 ‘손재주가 좋은 의사’가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전문의가 모든 비전문의보다 수술 실력이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때로는 손재주가 뛰어난 비전문의가 전문의보다 좋은 수술 결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전문의가 되기 위해 배우는 것은 ‘술기’ 만이 아닙니다. 술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안전하게 수술하는 법’입니다. 운전 학원에서 ‘안전하게 운전하는 법’을 배우는 것과 같습니다.

수련과정에서 안전을 위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끊임없이 배운 전문의는 ‘겁쟁이’가 됩니다.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를 벗어나는 과정이 수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전문의들이 비전문의의 수술을 보고 느끼는 첫 반응은 주로 ‘겁도 없네’입니다.

안전선을 넘은 수술로 생긴 문제에는 통상적인 해결책이 무용합니다. 결국 이 분은, 부족한 눈꺼풀 피부를 채워주는 피부 이식이 필요했습니다.

하안검 수술 시에 이런 식으로 피부를 잘라내므로 이런 모양의 피부가 부족할 것입니다. 그런데, 눈꺼풀의 피부는 우리 몸 전체에서 가장 얇은 피부이므로 다른 곳의 피부를 이식하면 두껍고 어색해 보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눈꺼풀 피부입니다. 얇은 눈꺼풀 피부를 채취할 수 있는 곳은 단 한군데 있습니다.

널리 시행되는 ‘상안검 수술’ 혹은 ‘절개법 쌍꺼풀 수술’시에 이런 모양으로 피부를 잘라냅니다. 평소에는 그냥 잘라내서 버리는 피부이지만 아래 눈꺼풀에는 가장 좋은 이식편이 됩니다. ​왼쪽 윗눈꺼풀의 피부를 오른쪽 아래 눈꺼풀로 오른쪽 윗눈꺼풀을 왼쪽 아래 눈꺼풀로 이식하면 모양도 딱 맞습니다.

피부이식 수술이 필요하다고 설명을 드리니, 환자는 난색을 표하셨습니다.

“원장님, 제가 지금 수술비를 마련할 수가 없어요. 모아둔 돈을 저번 수술에 다 썼거든요.”​

“아니, 눈이 이렇게 뒤집어졌는데 수술비 걱정을 하세요. 수술비는 당연히 안 받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수술날이 되고 계획대로 피부를 잘라내서 이식했습니다. 윗눈꺼풀의 상안검 수술도 함께 해드리게 되었습니다. 아래 눈꺼풀의 결손부 모양에 맞춰서 피부를 잘라내는 수술인데 환자분은 윗눈꺼풀 수술까지 되었다며 좋아하셨습니다.

피부이식 후 2주. 이식된 피부는 일단 잘 생착되었습니다.

피부이식 6개월 후이 지나도 눈꺼풀은 다시 뒤집히지 않고, 피부도 잘 자리 잡았습니다. 이제는 안심입니다.

피부이식 한 지도 1년이 지나 눈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드렸습니다.

피부 이식 후 13개월째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이 예쁘게 나와야 한다며 미용실에서 예쁘게 머리도 하고 오셨습니다. ​

제가 보관할 사진인데 예쁘게 나와야 한다며 미용실에서 머리도 하고 오셨습니다. ​

“아유, 예전 가던 미용실에 갔는데 거기서도 너무 잘 됐다고 해서 참 기분이 좋았지 뭐예요.”

피부 이식 시 흉터가 눈에 띄어 결과가 아쉬운 경우가 많은데 다행히도 매끈하게 자리를 잘 잡았습니다.

사실, 이런 피부이식 수술은 성형외과 전문의라면 누구나 능숙하게 시행하는 가장 기본적인 재건 수술입니다. 운전으로 치면 재건 수술은 ‘안전하게 정지하는 법’ 과 같습니다. 그러니, 성형외과 수련 과정은 ‘안전하게 운전하는 법’과 ‘안전하게 정지하는 법’을 배우는 것과 비슷합니다.

‘손재주만 좋으면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라도 수술을 잘한다’는 말은, ‘안전운전과 상관없이 빨리만 밟으면 운전을 잘한다’는 말처럼 위험합니다.

    박준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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