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머리 혹 방치”…알고보니 희귀암 女, 무슨 사연?

의사는 20년 전 두개골 성장으로만 진찰...결국 희귀 연조직암인 융기성 피부섬유육종 진단

머리에 20년동안 달고 있던 혹이 희귀 암 융기성 피부섬유육종으로 밝혀졌다. 사연의 주인공인 케일리는 등의 근육과 다리 피부 이식을 통해 머리를 재건했다. 두피 모낭이 없어졌기 때문에 평생 머리를 기를 수 없다. [사진=영국 일간 더선 보도 캡처]
20년 동안 머리에 혹을 달고 살아온 한 여성이 그 정체를 알고 충격을 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선 보도에 따르면 호주 퀸즐랜드에 사는 47세의 카일리 바렛은 머리에 있는 혹이 무해한 ‘두개골 성장’일 뿐이라고만 들어왔다. 하지만 머리를 하던 중 미용사가 다시한번 병원 검사를 받아보라는 권유에 병원을 다시 찾았다. 그 결과 희귀 연조직암인 융기성 피부섬유육종(Dermatofibrosarcoma Protuberans, 이하 DFSP)을 진단 받았다. 이후 머리에서 암을 제거하는 대수술을 받았고 영구적인 탈모를 안고 살아야한다.

배우이자 모델인 카일리는 머리에 혹이 있었음에도 20년 넘게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왔던 자신의 ‘끔찍한’ 시련을 공유하며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카일리는 “탈모가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고, 즉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너무 무서웠다”며 “죽어서 남편 션과 네 아이를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두려웠다”고 다시 심정을 전했다.

카일리는 2000년대 초에 처음 혹을 발견하고 의사의 진찰을 받았지만 증상을 완전히 무시당했다고 주장했다. 처음에 의사가 단순히 두개골이 자라는 것으로만 설명해서 혹이 계속 커져도 의사를 믿었다는 케일리. 그는 “더 빨리 조직 검사를 받았더라면 지금쯤 나는 정상으로 살고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케일리는 사람들에게 혹이 있으면 검사를 받고 2차 소견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케일리는 2020년 1월, 머리를 하던 중 미용사가 두피에 낭종이 있는 것을 보고 검사를 받아보는게 좋겠다 조언함에 따라 다른 의사에게 초음파 검사와 생검을 받았다. [사진=영국 일간 더선 보도 캡처]
2020년 1월, 머리를 하던 중 미용사가 두피에 낭종이 있는 것을 보고 검사를 받아보는게 좋겠다 조언함에 따라 다른 의사에게 초음파 검사와 생검을 받았다. 그때만 해도 암이라고는 전혀 생각치 못했다. 결국 카일리는 2020년 5월에 이 희귀암을 진단을 받았고 빠른 시일 내에 대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수술은 사망 위험이 높았다. 그는 살아남지 못하고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과 의료진은 암 덩어리를 제거하고 등 근육을 이용해 머리를 재건했다. 카일리의 다리에서 피부를 떼내어 피부 이식도 이뤄졌다. 두피를 채취할 때 모낭이 모두 제거되었기 때문에 대머리로 살 수 밖에 없다. 신경 말단을 잘라내어 머리에는 통증이 없었지만 등에는 근육을 떼어낸 탓에 배액관 두 개와 살을 꿰맨 자국이 남아있다.

외과 의료진은 암 덩어리를 제거하고 등 근육을 이용해 머리를 재건했다. 카일리의 다리에서 피부를 떼내어 피부 이식도 이뤄졌다. 등에는 근육을 떼어낸 탓에 배액관 두 개와 살을 꿰맨 자국이 남아있다. [사진=영국 일간 더선 보도 캡처]
그는 “움직이거나 기침을 할 때 허리가 너무 아파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피부 이식 때문에 다리도 아팠다. 머리 뒤쪽에 커다란 대머리가 돼있어 거울을 보는 것도 싫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무서워서 공황 발작을 일으킬 정도였다.

카일리는 머리카락을 다시 기를 수도 없다. 수술 이식 부위에 모낭이 없기 때문에 털이 자랄 수 없는 까닭이다. 가발을 쓰고 평생을 살아야 하지만 가급적 행복한 마음을 가지려 애쓰고 있다.

한편, 미국 메이요 클리닉에 따르면 DFSP는 천천히 자라며 피부 밖으로 퍼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치료 후 수년 동안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암의 뿌리가 피부 깊숙이 박혀 있을 경우 암을 잘라내려면 재건 수술이 필요하다.영국에서는 매년 평균 147건의 융기성 피부섬유육종이 진단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백만명 당 1명에서 발병한다고 보고 되며 30~50대 사이에 주로 발생한다.  진피나 피하연부조지에서 발생하는 드문 종양으로 모든 연부조직 육종의 1.8%를 차지한다.

DFSP는 일반적으로 팔, 다리, 몸에 나타나며 처음에는 여드름이나 혹 처럼 보일 수 있다. 그 증상은 종양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크게 몇가지로 구분되는 데 △피부 아래에서 천천히 자라면서 통증이 없는 덩어리나 혹 △쉽게 갈라지거나 피가 날 수있는 흉터 또는 피부 깊숙이 자리 잡은 여드름 △부드럽고 움푹 들어간 느낌의 덩어리나 혹 △분홍색 혹은 갈색을 띠거나 보라색 음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피부(타박상처럼 보일 수 있음) 등의 특징을 보인다. DFSP를 몇 년 동안 방치하면 피부의 최상층을 통해 자라나 궤양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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