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을 때 생기는 팔자주름이 고민이라면?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웃을 때 생기는 팔자주름은 주름살 아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팔자 주름이 고민이에요. ”

하지만, 상담실에서 마주 앉은 20대 초반의 환자 얼굴에 팔자주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팔자 주름.. 안 보이는데요?”

제 말에, 20대 환자는 팔자 주름이 패이도록 굳이 힘주어 웃는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이렇게 웃으면 보이잖아요. 너무 신경쓰여요.”

“웃을 때 생기는 팔자주름은 주름살 아니에요. 아무리 예쁘고 팽팽한 얼굴도 웃을 때는 팔자주름 생기니까요. 웃을 때 팔자주름 안 생기는 사람 누가 있어요?”

“…. 신경 써서 본 적 없어서 그건 잘 모르겠어요. ”

 

팔자주름이 고민이라며 성형외과를 찾는 분들 중  20~30대가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비해 자외선 노출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피부의 노화가 빨라진 것도 아닐 테니, 과거보다 팔자주름이 빨리 생겨서는 아닐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대부분에서, 웃을 때 패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주름입니다. 마치, 눈을 번쩍 치켜 뜨면서 이마에 주름이 생겨서 고민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뭔가 완벽하고 매끈해 보이는 연예인들이나 SNS에 보이는 얼굴들 때문에 내 얼굴의 자연스러운 움직임마저 참을 수 없게 되어 버린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듭니다.

‘팔자주름’이란 말을 모르는 분은 거의 없겠지만 다시 그 뜻을 설명드리면, 콧볼에서 입꼬리 사이에 팔(八) 자 모양으로 생긴 주름을 말합니다. 영어로는 Nasolabial fold(코 입술 주름)라고 하지만, 웃을 때 깊어지므로 laugh lines이나 smile lines 이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치료가 어려운 질환’을 ‘난치병’이라 합니다. (‘난치병’이란 말은 마치 의학용어처럼 보이지만, 사실 일상어에 가깝습니다. ‘치료가 어렵다’는 기준이 의학적으로 정의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사들이 반쯤 농담처럼 ‘피부과의 난치병은 ‘기미’이고, 성형외과의 난치병은 ‘팔자주름’ 이라는 말을 합니다. 질환의 심각성이란 면에서는 난치병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에 어울리지 않지만, 치료가 어렵다는 점만 놓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닙니다.

팔자주름을 성형외과의 난치병이라 부르는 이유는,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기도 하고,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큰 수술을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수술로 팔자주름을 펴는 것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헤어라인을 따라 긴 절개를 가하고 주름을 당겨서 펴는 ‘안면거상술’이나 광대뼈와 볼살을 위로 옮기는 ‘안면윤곽술’처럼 큰 수술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팽팽하게 펴지는 것도 아닙니다. 유치원생도 웃으면 주름이 생기듯, 주름은 자연스러운 표정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코 주위가 꺼지거나 입이 돌출되어 팔자 부위가 두드러지는 경우라면, 간단한 필러 시술로 무난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 보형물을 넣는 소위 ‘귀족수술’도 한때 많이 시행되었지만, 필러에 비해 그다지 장점이 없다 보니 현재는 그 시행이 크게 줄었습니다. 팔자 필러가 이동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주사의 미숙함 때문으로 보입니다. 잘 주입된 팔자 필러는 거의 이동하지 않습니다. 다만, 너무 많은 양이 주입되면 ‘원숭이상’처럼 보일 수 있으므로, 지나친 것보다는 모자란 것이 낫습니다.

시술이나 수술만이 방법은 아닙니다. 꾸준히 시행하면 도움되는 예방법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유명 의학저널인 NEJM에 실렸던 사진이 있습니다. 28년 동안 트럭을 운전하며 왼쪽 얼굴이 자외선에 많이 노출된 노인의 얼굴입니다. 자외선은 피부 노화와 주름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요인입니다.

NEJM 366;16, 2012

자외선을 피하는 것 외에도,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흡연을 피하며, 레티놀 제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웃을 때 패이는 부위이므로, 많이 웃으면 팔자주름이 심해진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팔자 주름이 걱정되어 웃지 않는다는 분을 뵌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우리가 ‘팔자 주름이 깊어진다’라고 흔히 말하지만, 실은 처지고 늘어진 살 때문에 팔자주름 위쪽이 두꺼워지는 것에 가깝습니다. 웃지 않으면 주름이 덜 생겨 노화가 늦춰질 것 같지만, 웃지 않는 얼굴은 살이 아래로 더 처지므로 웃는 얼굴보다 나이들고 어두워 보입니다. 편측 안면마비가 오랜 시간 지속된 쪽의 얼굴이 더 나이 들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반면 환한 웃음은 볼살을 위로 끌어올려 우리의 얼굴을 훨씬 젊고 아름답게 만듭니다. 얼굴의 인상은 주름 하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박준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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