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미뤄도?” 너도나도 ADHD…알고보니 ‘이것’ 영향?

최근 급증한 성인 ADHD, 과잉진단 우려

일부 소셜미디어 계정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일들을 잠재적 ADHD 증상이라고 주장한다. [사진=’데일리메일’ 보도내용 캡처]
영국의 한 전문가가 중년 여성 사이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이하 ADHD) 진단 사례가 급증한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정신과전문의 조안나 몬크리프 교수는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를 통해 성인들 사이에서 ADHD가 과잉 진단되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소셜미디어와 ADHD 관리 앱, 사설 클리닉을 들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해당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강력한 약물을 불필요하게 복용하고 있다고 몬크리프 교수는 설명했다.

ADHD는 산만함, 과잉행동, 충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주로 소아청소년기에 나타나지만, 최근에는 성인들도 ADHD를 원인으로 치료나 약물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성인기에 발현된 ADHD 증상을 성인 ADHD로 진단할 것인가, 이전에 발현한 ADHD 잔재 증상으로 볼 것인가, 혹은 별개의 질환에 의한 증상이 집중력 장애의 형태로 나타난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의 중인 상황이다.

영국 국립보건서비스(이하 NHS) 2022/23 회계연도 자료에 따르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여성의 ADHD 약물 처방은 전년 대비 6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0~60세 사이 여성의 경우에도 1년 동안 4000명 가량 증가했다.  현재 영국에서는 23만 명 이상이 부주의와 과잉행동을 이유로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것이 NHS의 통계다.

ADHD 진단 부추기는 사설 클리닉, 소셜미디어, 관리 앱

이와 같이 진단 사례가 급증한 데 대해 몬크리프 교수는 크게 세 가지 원인을 꼽았다. 첫 번째는 사설 클리닉의 역할이다. 사설 클리닉을 통해 ADHD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 사설 클리닉에서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NHS를 찾아 치료를 지속하고자 하면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추세에 NHS의 많은 정신건강 전문의들이 놀라움을 표하며, 동시에 이들 클리닉에서 실시하는 평가가 철저하게 이루어지는가에 의구심을 갖는다. 실제로 올해 초 실시된 BBC 조사에 따르면, NHS에서 ADHD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설 클리닉과의 화상전화 평가를 통해 ADHD 진단을 받고 강력한 약물을 처방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두 번째는 소셜미디어의 영향이다. 몬크리프 교수는 틱톡과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대중에게 ADHD를 의심하고 진단을 부추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많은 유명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이 성인 ADHD 진단을 받았다는 내용을 공유하며 이 ‘유행’에 기름을 붓고 있단 것이다. 이 중 일부는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을 ADHD의 잠재적 증상이라고 알린다.

수천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영상 하나에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올리는 일부 계정에서 ‘설거지하기 싫음’, ‘일을 미룸’, ‘정리를 안 함’과 같은 사소한 일을 잠재적인 ADHD 징후로 나열한다. 더 이상한 증상을 특징으로 내세우는 사람들도 있다. 한 틱톡커는 자신이 29세에 ADHD 진단을 받았다며 몸에 나도 모르는 멍이 있다거나, 그런 의도가 없는 행동이 추파를 던지는 것처럼 보인다거나, 깜빡하고 상할 때까지 음식을 두었던 경험이 ADHD 증상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ADHD가 사람마다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하지만, 이들이 나열한 것 중 어떤 것도 NHS가 잠재적 성인 ADHD의 증상으로 보는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ADHD가 사람마다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하지만, 이들이 나열한 것 중 어떤 것도 NHS가 잠재적 성인 ADHD의 증상으로 보는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몬크리프 교수 또한 일상 생활에서 나타나는 이런 사소한 문제를 ADHD의 징후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설거지나 기타 반복적인 작업을 하길 원치 않는 것은 극히 정상이며, 그 자체로 ADHD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인 ADHD는 매우 드물며, 치료가 필요한 임상 징후는 부주의나 충동성과 같은 측면이 환자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는 게 자신의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세 번째는 ADHD 관리 앱이다. ADHD 증상을 관리하는 ‘획기적인 방법’을 제공해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혼란스러움을 조절한다는 일부 유료 앱은 스스로를 ADHD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그저 ADHD가 의심되는 사람도 사용이 가능하다. 몬크리프 박사는 “자신이 ADHD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많이 끌어들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약물 치료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DHD 처방 약물, 장기적인 영향 알 수 없어

몬크리프 교수는 ADHD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위험 없는 결정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DHD 약물은 다양한 각성제 형태를 취하며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몬크리프 교수에 의하면, 이러한 약물 복용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

성인 ADHD의 증상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무엇이 ADHD이고 아닌지에 대해 선을 긋는 건 임의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만약 자신이 성인 ADHD가 아닌지 의문이 든다면,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여 정확하게 진단 및 치료를 받아야 한다.

    지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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