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 관절염, 왜 여성에 더 많을까?

2개의 X염색체 중 여분의 유전자 발현 차단하는 RNA에 비밀이

류마타스 관절염과 같은 자가면역질환 환자의 80%가량은 여성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성은 남성보다 류마티스 관절염, 다발성 경화증, 루푸스 같은 자가면역질환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다. 여성은 면역체계가 자신의 조직과 장기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 환자의 80%가량은 여성이다.

그 이유가 여성의 성염색체에 있을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셀》에 발표된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생물학적 성별이 암컷일 경우 세포 내에 두 개의 X염색체가 존재한다. 수컷은 단 하나의 X염색체와 길이가 그 절반도 안 되는 Y염색체가 짝을 이룬다.

X염색체는 생명유지와 관련된 활성 유전자를 수백 개나 보유한 반면 Y염색체는 극소수만 담고 있다. 그러나 X염색체를 두 배 더 많이 갖게 되면 신체에 치명적인 단백질을 두 배 더 많이 생산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자연은 그들 중 하나를 비활성화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X 염색체 불활성화 전사체’(Xist)라는 특별한 RNA는 한 쌍의 X염색체 중 여분의 X염색체에 의해 생성된다. Xist는 여분의 X염색체의 긴 부분에 붙어서 유전자 발현을 0이나 그에 가깝게 줄이고 여분의 X염색체는 그냥 내버려둬 제 기능을 하게 만든다.

문제는 이 Xist가 그것과 함께 결합하는 이상한 단백질 조합을 끌어들이는데 100개 가까운 그 단백질 중 상당수가 자가면역질환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발견한 것이다. 따라서 Xist가 생성하는 이러한 단백질 덩어리가 여성에게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하게 된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루푸스 유사 자가면역질환에 취약하도록 사육된 수컷 생쥐에게 Xist 유전자를 삽입했다. Xist는 화학물질을 사용해 발현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에 연구진은 원할 때만 Xist를 생산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단지 Xist 유전자를 삽입하는 것만으로는 수컷 생쥐에게 눈에 띄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단 Xist 유전자가 활성화되자 수컷 쥐에 전형적인 단백질 덩어리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자가면역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은지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해당 생쥐와 대조군 수컷 생쥐에게 루푸스 유사 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자극제를 주입했다. 활동적인 Xist 유전자가 삽입된 수컷 생쥐는 암컷 생쥐에 근접하는 속도로 루푸스 유사 상태가 발생했다.

모든 암컷 생쥐와 Xist 활성화 수컷 쥐가 자가면역 장애를 일으킨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가면역질환을 활성화하려면 어떤 종류의 유발 요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연구 책임자인 스탠퍼드대의 하워드 창 교수(피부과 및 유전학)는 “우리는 Xist RNA가 세포 밖으로 누출돼 면역체계가 이를 감지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의 시작엔 이러한 환경적 요인이 필요하다”고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러나 쥐에게 사용된 자극 유발 물질조차도 쥐 모두에게 루푸스 유사 장애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이는 자가면역질환 발병 여부에 다른 유전적 영향이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Xist 연결 단백질 덩어리는 자가면역질환과 연관되어 있다. 연구진은 이를 개인의 민감성을 결정하는 검사의 기초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연구진은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약 100명의 환자의 혈액 샘플을 검사해 자가항체(Xist와 뭉쳐지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항체)가 있는지를 찾았다. 이를 통해 자가면역질환의 잠재적 민감성에 대한 테스트로 사용될 수 있는 자가항체 목록을 만들 수 있었다.

의학계의 남성 편향성이 이러한 발견을 늦게 만든 요소일 수 있다. 창 교수는 “우리는 수십 년 동안 남성 세포주를 참조 표준으로 사용해 왔는데 그 세포주는 Xist와 Xist/단백질/DNA 복합체를 생성하지 않는다”며 “이로 인해 여성 환자의 항Xist 복합체 항체가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eurology.org/doi/10.1212/WNL.0000000000208104)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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