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 국가선별검사, 이제는 ‘슈팅’이다

[박효순의 건강직설]

C형간염 바이러스는 주로 사람의 혈액·체액·분비물을 통해 전염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C형간염 퇴치를 위한 국가선별검사(국가건강검진) 도입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제1차 바이러스 간염(B형 C형) 관리 기본계획(2023-2027)’을 발표하며 C형간염의 국가건강검진(국가검진 선별검사)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도입을 위한 과정과 절차가 느슨하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국가건강검진위원회 개최가 당초 지난해 11월에서 올해로 연기되어 언제 열릴지 아직 발표가 없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세계 인구 가운데 약 5800만명이 C형간염 바이러스에 만성적으로 감염돼 있다고 보고되며, 우리나라는 약 0.6%의 발병률을 보여 약 30만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되면 약 70~80%에서 만성간염으로 진행하고 이 가운데 약 30%는 간경변증으로 악화한다. 우리나라 간암 발생원인의 약 10%를 C형간염이 차지하고 있다. 대한간암학회와 국립암센터가 발간한 ‘2022년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은 간암의 주된 원인으로 B형간염에 이어 C형간염을 지목한다.

C형간염 바이러스는 주로 사람의 혈액·체액·분비물을 통해 전염된다. 특히 정맥주사 약물남용, 주사바늘 찔림, 비위생적인 문신·피어싱, 오염된 면도날·손톱깎이, 오염된 혈액 수혈 등을 통해 감염될 잘 일어난다.

최근 마약 사용자가 늘어나는 것도 C형간염에는 빨간불이다. 특히 주사기를 사용하는 마약 투여는 C형간염 전염 위험에 거의 무방비나 마찬가지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약물중독 치료 병원 3곳에서 2012년 1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약 11년간 C형간염 검사를 받은 마약투여자 418명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373명)이 주사기를 사용해 마약을 투여했다. C형간염 유병률은 주사기 사용 마약투여자 그룹에서 39.7%(148명), 주사기 미사용 그룹에서 6.7%(45명 중 3명)로 차이가 크게 났다.

C형간염은 만성간염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고 간경변증과 간암의 주요 위험 요인이라는 점에서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보건당국과 대한간학회 등 학계는 C형간염 퇴치를 위한 정책에 다각도로 공조를 해왔다. 지난 2016년 추진된 C형간염 예방 관리대책, 2020년 C형간염 환자 조기발견 사업 진행, 2021년 C형간염 검진 타당성 분석 연구, 2022년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항목 도입의 근거 마련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한국은 C형간염 퇴치를 위한 ‘희망봉’을 돌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C형간염은 예방 백신이 없지만 대신에 강력한 치료제가 있다. 간경변(간경화)이나 간암이 일어나기 전에 조기 발견을 통해 일정 기간 꾸준히 복용하면 대부분이 완치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조기 검진이 중요하다.

건강보건심사평가원 질병통계를 보면, 연간 C형간염 환자 수는 2018년 4만 6286명, 2019년 4만 4483명, 2020년 3만 8451명, 2021년 3만 5393명, 2022년 3만 1763명으로 계속 줄고 있다. 질병관리청 통계에서도 같은 추세로, 연간 C형간염 환자 발생 숫자가 2018년 1만 811명에서 2023년에는 7225명으로 확 떨어졌다.

이는 환자가 준다고 해서 가만히 있어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C형간염을 옭아매야 하는 때임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제는 패스가 아니라 슈팅을 때려야 한다. 국가대표 간의 축구경기에서 패한 팀의 특징은 슈팅을 할 찬스에 이를 놓치는 일이 많다는 점이다. 요즘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아시안컵 대회에서도 이 같은 사례가 잘 드러난다.

한국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2030년 C형간염 청정국’이 될 수 있을까? 이 국가적 과제 해결을 위해 C형간염에 대한 국가검진 선별검사가 ‘결승골’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효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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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k*** 2024-01-30 09:45:43

      C형간염도 조기검진이 이루어질수 있도록 국가검진 검사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좋은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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