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끊으라고?” 당장 안먹으면…내 몸에 무슨 일이?

고기 끊었을 때 일어나는 몸의 변화...장 박테리아 상태 변하고 영양상태도 달라져

어제 시켜먹었던 치킨을 오늘 이후 더 이상 먹지 않는다고 했을 때, 한입가득 쌈 싸먹던 돼지보쌈을 더 이상 먹지 않는다고 했을 때 우리 몸은 어떻게 변할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육식이 건강에 안좋다는 소리가 자꾸 나온다. 우울할 땐 고기 앞으로 가야하는데, 건강 생각하면 정말 덜먹어야 하는걸까. 어제 시켜먹었던 치킨을 오늘 이후 더 이상 먹지 않는다고 했을 때 우리 몸은 어떻게 변할까?

고기를 끊었을 때 가장 먼저 일어날 수 있는 몸의 반응은 ‘짜증’이다. 고기를 상상하는 순간, 뇌는 입력돼 있던 고기 맛을 입 안 가득 맴돌도록 전했다. 그 담백한 맛을 이제 상상으로만 즐겨야 한다니 짜증이 날 수 밖에. 그러나 점점 고기 맛을 잊어버리고 다른 입맛에 적응해 간다. 그러면서 고기로부터 단절된 몸은 서서히 이전에 없던 변화가 일어난다.

장 속 생태계가 달라진다

무엇을 주식으로 먹느냐에 따라 사람의 장 속 생태계도 달라진다. 2014년 뉴욕시티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잡식, 비건, 채식주의자들에 기생하고 있는 장 박테리아는 차이가 있다. 특히 어떤 육가공 식품도 섭취하지 않은 비건(완전채식)주의자들의 장과 잡식 주의자들의 장 상태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비건에서 ‘질병 예방적인’ 장내 박테리아가 더 많이 발견된 것이다. 질병에 대항하는 데 더 힘을 갖고 있는 박테리아들이라 할 수 있다. 고기를 끊는다면 장 속 생태계에 건강한 변화를 줄 수 있다.

심장상태가 서서히 튼실해지기 시작한다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의 적색육은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장질환 유발과 관계 있는 장 미생물을 활성화시키는 카르니틴라는 성분 때문이다. 카르니틴은 동물의 대사과정에서 지방산을 미토콘드리아로 옮기는 데 필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다. 식물성 단백질에서 미미하게 발견되는 반면 적색육의 동물성 단백질에 이 카르니틴이 많이 들어있다. 때문에 적색육 섭취가 많으면 심장질환 위험도 높아지게 된다. 고기를 끊으면 자연스레 이 카르니틴 효소의 양이 줄어들어 심장질환 위험에서 멀어질 수 있다.

암과 친한 물질들이 체내에서 점점 사라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베이컨, 살라미, 소시지 등 가공육이 포름알데히드, 감마방사선, 담배와 같은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가공육을 하루 50g정도 먹는 것(베이컨 2장 정도)만으로 장암 발생 위험은 18% 높아진다. 적색육을 많이 섭취해도 암(특히 대장,직장암) 위험성이 높아진다. 국립과학연보(PNAS)에 따르면 적색육에는 포유동물에게서만 발견되는 Neu5Gc(N-Glycolylneuraminic acid)라는 설탕물질이 있어 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 인간에게는 없는 이 물질이 체내에서 암세포 유발을 돕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기를 먹지 않으면 Neu5Gc의 섭취가 줄어들어 이로 인한 암 유발 잠재적 위험상태에서 멀어질 수 있다. 고기를 끊고 채식 위주의 식단을 섭취하면 대장암 위험요소 지방인 담즙산(bile acid)과 중성스테롤(neutral sterols)도 줄어든다.

고기에서 얻던 영양소가 점점 줄어든다
채식을 할 경우 건강상 이점도 많지만, 고기를 끊으면 영양소 결핍이 생길 수도 있다. 채식주의 식단은 여러 미네랄을 제공할 수 있지만 철분, 비타민 D, 비타민 B12 등을 공급하는 데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콩류, 견과류, 과일, 녹색 채소, 통곡물 등을 통해 철분 섭취를 대체할 수는 있다. 비타민B 12는 이스트 추출 식품으로 대신할 수 있고 달걀, 시리얼, 우유 등으로 비타민 D를 공급할 수는 있다. 고기를 끊는다면 부족해질 수 있는 영양소를 채우기 위해 다른 대체 식품을 골고루 섭취해주는 것이 좋다.

지방이 빠져 체중이 줄어든다 
고기를 먹지 않으면 축적되는 지방의 양이 감소한다. 살이 빠질 수 있는 최적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 미국 조지아 워싱턴의과대학교 연구진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식단을 잡식에서 채식위주로 바꾸었을 때 얼마나 살이 빠지는지 관찰한 결과를 보면, 고기 섭취를 중단하고 두 달 정도가 지났을 때 체중이 평균 4.5kg 줄었다. 하루 칼로리 섭취가 얼마나 되는지, 운동량은 얼마나 되는지 등의 여부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기를 먹지 않았을 때’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육식 위주의 식단을 줄이면 섭취하는 칼로리도 줄어들어 체중감량에 용이하다 할 수 있다.

‘아니 그럼, 고기를 안 먹는 채식주의자들은 모두 날씬하고, 암, 심장질환에 안 걸리느냐?’, ‘누군 고기만 먹어도 건강하고 누군 채소만 먹는데 아프냐’ 라는 반문이 나올 수도 있다. 채식주의자여도 뚱뚱할 수 있고, 암에 걸릴 수 있다. 병은 어떤 한 가지 원인으로만 나타나지 않고, 여러 복합적인 요인과 개인의 신체 상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채식위주의 식단이 각종 질환에 걸릴 위험을 낮춰주는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식단에 좀더 많은 녹색 채소를 추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고기는 충분히 섭취하되 채소는 충분히 섭취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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