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건부] 술 취해 ‘이 자세’로 자면 안되는 이유는?

팔다리 장시간 짓눌리면 생기는 구획증후군...심하면 피부가 썩을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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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나 몸통이 다른 신체 부위를 누르는 자세가 지속될 경우 근육이 썩는 구획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술에 취해 팔이나 다리가 굽어져 잠들 때가 있습니다. 알코올로 통제된 뇌에 통증 전달이 더뎌 팔이 저린지 다리가 저린지 모르죠. 이럴 때 주의해야 할 질환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구획증후군. 다리나 몸통이 다른 신체 부위를 누르는 자세가 지속될 경우 근육이 썩는 구획증후군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캐나다에 사는 36세 여성 줄리아 앤더슨은 술에 취해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앞으로 엎드려 자다가 종아리 조직이 썩어버린 일이 생겼습니다. 종아리 부위에 구획증후군이 생긴 건데요.  더 오래 이 자세로 있지 않았고 제때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아찔했습니다. 하마터면 다리를 절단해야 할 지경이었죠. 종아리에 피가 안통해 괴사된 것이었습니다. 앤더슨은 허벅지 피부를 떼내어 종아리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투석 치료도 이어가야 했지요. 1년간 심한 통증으로 진통제를 복용해야 했고, 3년이 지난 후에도 발끝이 저리고 제대로 걷기 어려운 후유증을 겪고 있습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고 팔이나 다리를 구부린 채 잠이 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이유입니다. 구획증후군은 이외에도 △매우 단단한 붕대 또는 석고 깁스를 오래 한 경우 △뱀에 물린 경우 △심한 화상 △심한 타박상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근육 키우는 도핑용 스테로이드) 사용 △혈액 순환이 차단된 후 혈류가 축적된 경우 △달리기, 자전거 타기, 조정과 같은 반복적인 운동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에 따르면 우리 몸 하체와 상체에는 근육이 한 덩어리를 이루며 여러 구획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가령 다리에는 4개의 구획이 있습니다. 구획증후군은 보통 몸의 양쪽 팔다리 구획, 하체 구획에서 발생합니다. 보통 해당 구획을 압박하는 요인을 중단하면 15분 이내에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다만 오랜 시간 팔 다리 한쪽이 강하게 눌린 채 고정되면 림프액, 혈액이 원활하게 돌 수 없겠죠. 이로 인해 부종이 심해지면서 근육 구획 내 압력이 증가합니다. 문제는 이 근육 구획 부위를 지나는 동맥이 더 압박될 경우입니다. 말단부 혈액 공급이 차단되면 피가 돌 수 없죠. 이런 피 막힘 시간이 4~8시간 동안 지속되면 구획 내 근육이나 다른 연부조직이 괴사합니다. 즉 살이 썩습니다.

구획증후군이 생기기 시작하면 피가 안도는 부위가 먼저 창백해집니다. 부종, 감각 장애, 마비, 심한 통증 등이 나타납니다. 심하면 맥박도 떨어집니다. 한 자세로 짓눌려 있다가 이러한 증상이 느껴지면 바로 해당 부위에 가해지던 외부 압력을 바로 제거해야 합니다. 외부 압력을 제거한 후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병원에 바로 가야 합니다. 조직이 썩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근막을 절개해 구획 내 압력을 떨어뜨리는 응급 수술을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늦지 않고 바로 수술하면 68%~70% 정상 기능 회복이 가능합니다. 구획증후군이 생기고 12시간 이상 지난 후에는 그 회복 정도는 낮아집니다. 이 시간이 지났을 시 근막 절개술을 받아도 8% 정도만 정상 기능을 회복한다고 보고됩니다.

구획 증후군은 근육 구획 내의 조직 압력을 측정하여 진단 할 수 있습니다. 측정한 압력이 30mmHg를 초과한다면 구획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구획증후군이 의심되면 압박하는 요인을 빠르게 없애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원인에 따라 조치를 취해야 하죠. 깁스나 붕대로 생기는 구획증후군도 흔한 만큼, 병변 주위를 감싸고 있는 붕대나 드레싱, 석고 붕대를 신속히 제거하도록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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