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M&A 바람···JPM콘퍼런스에 쏠리는 시선

빅파마들 신약 특허만료 앞두고 R&D 전문기업 인수 나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바이오·제약산업에 인수합병(M&A)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빅파마들이 특허 만료에 따른 매출 손실을 메우기 위해 경쟁적으로 바이오 기술 전문 회사들을 사들이고 있다. 8일 개막한 글로벌 헬스케어 업계의 최대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감지된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제42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사 제품 특허 만료를 앞둔 빅파마들이 신약 파이프라인 강화를 위해 M&A 리스트를 채워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허만료 대비해 신약 인프라 강화

특허만료 제품을 가지고 있는 제약사들이 흔히 꺼내는 카드가 M&A다. 특허만료에 따른 매출 감소를 상쇄하려고 신약개발 기업을 사들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사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강하는 전략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약 170개 의약품이 특허권 만료를 앞두고 있고, 이는 연간 매출 4000억달러에 다다른다. 이에 따라 당장은 물론 앞으로도 M&A가 활기를 보일 전망이다.

이번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GSK는 천식치료제를 개발 중인 영국 제약사 아이올로스 바이오를 최대 14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계약금으로 10억달러를 지급하고, 상업화 등에 따른 성공 마일스톤으로 최대 4억달러를 건넨다는 계획이다. 아이올로스는 호흡기와 염증 치료법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회사로 천식치료제 ‘AIO-001’을 개발하고 있다.

GSK는 아이올로스 인수를 통해 호흡기 질환을 강화하겠다는 계산이다. GSK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의 출시에 힘입어 성장했으나 특허만료와 매출 감소를 직면하고 있다. 이번 인수는 이런 회사의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꼽힌다.

머크는 자회사를 통해 항암제 회사 하푼 테라퓨틱스를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하푼은 ‘삼중 특이적 T세포(TriTAC) 활성화’ 플랫폼과 자체 플랫폼 ‘ProTriTAC’을 보유한 회사다. TriTAC 플랫폼을 적용해 환자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없애도록 유도하고, ProTriTAC을 활용해 면역세포가 종양에 도달할 때까지 비활성화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돕는 ‘인게이저(T-cell engager)’를 만든다. 소세포폐암과 전립선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HPN32’를 임상 중이다.

머크의 이번 행보는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매출 감소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키트루다는 2028년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눈여겨봤던 시장 진출 기회

금리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부담이 감소한 글로벌 제약사들은 그간 눈여겨봤던 기업들을 인수하기도 한다. 지난해 불황으로 기업가치가 낮아진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을 발 빠르게 인수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이다.

존슨앤드존슨(J&J)은 바이오회사 앰브릭스 바이오파마 인수를 통해 항체-약물접합체(ADC)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엠브릭스는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 전문 회사로, 전립선암(mCRPC) 치료 후보물질 ‘ARX517’, 신장암에서 발현하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ARX305’ 등을 보유하고 있다. J&J는 엠브릭스와 자회사를 합병하고, ARX517 개발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물질을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보스턴사이언티픽은 의료기기 업체 액소닉스를 37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 회사의 ‘R20’은 지난해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충전식 장치로 전기 자극을 천골 신경에 전달하는 방법으로 변실금을 치료한다.  보스턴사이언티픽은 이번 거래를 통해 고성장이 예상되는 천골 신경조절 분야에 진출하게 됐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EY는 최근 연례 보고서를 통해 올해 M&A 열기가 더 뜨거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Y는 “제약바이오 업계는 핵심 제품의 특허 만료가 임박한 상황에서 M&A를 성장성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지난해 제약바이오 업계 평균 인수 규모는 77% 증가했고, 올해 빅파마들은 더 큰 계약에 계속 서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2월 바이오기업들의 주가 상승은 올해 헬스케어 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데 도움을 준다. 미국 바이오업계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S&P 바이오테크 ETF(XBI)’는 지난해 12월에만 18% 상승했고, 나스닥 바이오테크 지수는 2022년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천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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