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처방하는 ‘소프트웨어’… “딱 맞춘 재활운동이 손 안에”

[바이오VIBE] 에버엑스 윤찬 대표

에버엑스 윤찬 대표가 코메디닷컴과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에버엑스]
소프트웨어가 약처럼 대접받는 시대가 왔다. 의사는 환자에게 디지털 치료기기(DTx)로 불리는 소프트웨어를 처방해 병을 치료하고 예방한다. 최근 가장 성장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기도 하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DTx 관련 건강보험 수가 기준을 구체적으로 신설하는 등 정규 의료 체계 속으로 들어올 채비도 하고 있다.

DTx 개발사 ‘에버엑스’는 근골격계 질환을 타깃으로 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업체다. 국내 DTx 업체들이 다루는 질병은 불면증이나 우울증, 뇌졸중 후유증 등 정신과 질환인 상황인 탓에 에버엑스의 존재는 도드라진다.

윤찬 에버엑스 대표는 “사실 근골격계 질환이야 말로 DTx가 제대로 사용될 수 있는 영역이다”라고 강조했다. 서울부민병원 정형외과 과장으로도 근무하고 있는 윤 대표는 진료현장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는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적 운동과 재활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DTx는 더없이 훌륭한 보조 도구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DTx가 가장 필요한 분야, 근골격계 재활”

“환자들을 만날 때 할 수 있는 말은 언제나 ‘가르쳐 드린 운동 열심히 하셔야 빨리 낫는다’는 말뿐이었다. 24시간 환자 옆에 붙어 코치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진료현장에서 겪은 좌절과 한계를 극복하고자 DTx 개발에 도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 임상 현장에선 재활 운동 치료를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재활을 담당하는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는 것도 쉽지 않고, 환자 입장에서도 재활할 때마다 병원을 방문하는 건 어렵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 재활운동이지만 환자가 정확한 동작과 적절한 운동량을 지키지 않을 때 의료진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에버엑스는 2022년 의료진이 이용하는 솔루션 ‘모라(MORA)’를 개발해 병원에 공급했다. 의료진이 환자 개인에게 필요한 커리큘럼을 직접 구성한 뒤 환자에게 처방하고, 환자는 이를 바탕으로 집에서 재활 운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제품이다.

모라 플랫폼에는 전문의 그룹이 개발한 3000개의 운동 동작, 150여개의 추천 커리큘럼이 제공돼 전문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환자가 운동을 수행하는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의료진에게 공유되기 때문에 즉각적 피드백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MORA 솔루션의 AI 추정시스템으로 환자의 자세를 교정하는 모습. [사진=에버엑스]
“일반적으로 진료 환경에서 충분한 케어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택하는 건 유튜브에서 운동 영상을 찾아보는 것이다. 영상 제작자들은 환자의 나이, 성별, 호전 정도 등 각각의 요소를 고려하기도 어렵고 충분한 의학적 근거를 갖췄는지 확인할 수도 없다. 대부분의 환자는 정확한 자세를 따라하는 것도 쉽지 않다. 에버엑스는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는 데 집중했다.”

실제로 모라는 AI 자체 추정 시스템을 활용해 환자가 자신의 자세를 직접 교정하도록 돕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운동 모습을 촬영하면 최적의 재활 자세를 가이드해 주는 방식이다.

이러한 이점을 바탕으로 서울대병원, 한양대구리병원, 울산대병원, 부민병원 등 총 20개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모라 플랫폼을 채택했다. 2022년 5월부터 지난해까지 진행된 모라의 베타테스트에서 환자의 치료 수행률이 74%, 통증 개선율이 81%로 나타났고, 환자와 의료진의 만족도 모두 80%를 넘었다. 현재는 400여명의 환자에게 1,000건 이상의 치료가 배정된 상황이다.

환자 ‘스스로’ 이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해

에버엑스는 근골격계질환 DTx인 ‘모라 Cure’를 개발 뒤 임상 진행 중이다. 기존 모라 플랫폼과의 차이는 운동프로그램을 인공지능(AI)이 제공한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질병명을 입력하면 AI가 필요한 운동을 추천해주는 시스템이다.

모라 Cure에서 다루는 질환은 슬개대퇴통증증후군과 만성요통이다. 이 둘은 대상환자가 많고, 의료진의 수요도 많다는 특징이 있다. 슬개대퇴통증증후군은 무릎 앞부분의 접시 모양 뼈 주변에서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무릎 통증 환자 중 20~3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의료기기의 임상시험은 연구자 임상시험, 탐색 임상시험, 확증 임상시험의 세 단계로 이뤄진다. 연구자 임상은 연구자들이 참여해 데이터상 효과를 검증하는 단계다. 탐색임상은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단시간 시행되며, 초기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게 된다. 확증임상에선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의 환자에게 장시간 효과를 검증해 허가를 위한 데이터를 확보한다.

현재 모라 Cure는 슬개대퇴통증증후군에 대한 탐색임상까지 마친 상태다. 올해 초 확증임상에 돌입해 연말 종료가 예상된다. 계획대로면 내년 상반기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후 처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MORA 솔루션 구동화면 예시 [사진=에버엑스]
만성요통에 대한 탐색임상은 오는 2월경 종료 예정이다. 마찬가지로 올해 확증임상을 거쳐 내년 하반기 상용화가 목표다. 에버엑스는 추후 1~2개 질환을 더 추가할 예정이다.

에버엑스는 국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모라의 미국 버전인 ‘에버엑스-리햅(Rehab)’은 FDA 2등급 의료기기로 지정됐으며, 현재 캘리포니아 지역 주요 재활센터를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IT-가전 분야에서 가장 큰 규모의 행사로 인정받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윤 대표는 “미국 현지에서 병원급 규모의 물리치료센터 40~50개소에 솔루션을 공급하는 것이 내년 목표”라며 “국내에서는 2025년까지 대학병원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의료진의 절반 이상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모라 플랫폼을 사용하도록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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