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 아픈데 원인 몰라 정신병까지…손 통증 무시하다간

[Voice of Academy 9-인터뷰] 대한수부외과 한수홍 이사장, 노시영 홍보이사

한수홍 이사장이 대표적인 손목 질환 중 하나인 손목터널증후군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제가 혹시 미친 게 아닐까요? 손끝이란 끝은 다 아픈데, 어느 병원을 찾아가도 원인도 못 찾아요. 이젠 제가 진짜 아픈 건지 의심이 돼요. 정신과까지 가봤고, 원형 탈모까지 왔어요.”

대한수부외과 한수홍 이사장(분당차병원 정형외과 교수)은 수년 전 찾아온 한 환자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한 교수 앞에 놓인 환자의 두 손은 이미 여러 병원을 거친 뒤였다. 좀처럼 멈추지 않는 손가락 끝의 고통은 환자의 삶 전체를 극한까지 몰아붙이고 있었다. 수부외과 전문의인 한 교수의 눈에 의심스러운 증상들이 보였다. 몇 가지 검사를 거친 뒤 마침내 병명이 잡혔다. 사구체 종양. 희귀질환이나 난치병은 아니었다. 손끝에 주로 많이 생기는 혹이 지나치게 커져 생긴 병이다. 손가락 10개 중 9개에서 종양이 발견됐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였다. 한 교수는 곧 수술을 했고, 환자는 말끔하게 나았다. 물론 정신과도 더 이상 안 다닌다.

한 이사장은 국내 수부외과와 미세수술 분야에서 손 꼽히는 실력자다. 경희대 의대를 나와 미국 하버드대 의대 수부클리닉(MGH)에서 연수했다. 미국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수부외과 전문병원인 ‘클라이너트 커츠 수부·미세수술 연구소'(Kleinert Kutz Hand Care Center)에서 기초과학연구원으로 임상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다. 대한정형외과학회, 대한미세수술학회 이사 등을 역임하며 학계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한 이사장은 “현장에서 환자들이 손 전문의를 만나지 못해 고생한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속상하고 안타깝다. 수부외과 전문의가 보면 단기간에 명확히 진단 내릴 수 있는 병들이 있기 때문이다. 진단도 쉽고 불필요한 검사도 생략한다. 반대로 엉뚱한 곳으로 가면 시간, 비용, 정신적 손해가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코메디닷컴은 한 이사장과 노시영 대한수부학회 홍보이사(광명성애병원 성형외과 과장)를 함께 만나 수부질환에 관한 다양한 얘기를 들었다.

어깨밑부터 손끝까지… “만성 손 질환자 증가” 

-수부외과(手部外科)라는 명칭은 일반인에겐 낯설다. 간단히 설명한다면?

“해부학적 용어라 어려울 수 있다. 수부외과는 어깨 밑에서부터 손가락 끝(상지)까지 발생하는 문제를 다루는 과다. 손가락 절단부터 손과 팔의 다양한 통증, 저림, 골절, 손상 등을 치료한다. 대표적 질병으로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써 발생하는 손목터널증후군과 나이 들어 생기는 관절염 등이 있다. 테니스 엘보, 골프 엘보 같은 운동 관련 질병도 수부외과에서 고친다. 이밖에 선천적 장애에 의한 변형, 다지증, 합지증, 선천적인 결손도 치료한다. 대한수부외과학회 홈페이지에는 환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23개 수부질환 풀이 코너가 마련돼 있다.”

-최근 진료 현장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질환은?

“경제 발전에 따라 한국 사회가 변하면서 수부외과를 찾는 환자들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처럼 공장에서 손가락이나 손이 잘리는 응급 환자는 줄었다. 반면 스포츠 부상, 고령층 골절 환자들이 늘었다. 직업적으로 컴퓨터를 많이 쓰는 사무직들이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다. 급한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줄어든 반면에 만성적 손 질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고령화 사회도 수부외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나?

“노인 인구가 늘면 당연히 수부외과 환자도 증가한다. 퇴행성 관절염 골다공증 노화로 인한 질병을 비롯해, 건초염 혹은 류마티스 관절염과 만성 질환에 영향 받는 수부질환들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날씨가 추워지면 고령 환자가 확실히 늘어난다. 빙판에 미끄러지는 분들이 많이 온다. 넘어질 때 어디로 바닥을 짚나? 주로 손이다. 뼈가 약해진 노인들은 쉽게 손이나 팔 뼈가 부러진다. 하체(하지)의 근 손실도 손 부상에 영향을 미친다. 다리 근육이 줄면 균형 잡기도 힘들고 쉽게 넘어진다. 노년 인구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골절이나 관절염, 여러 가지 신경 문제와 퇴행성 변화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관심을 둬야 한다.”

-디지털기기 사용이 늘면서 손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진 듯하다.

“컴퓨터 사용을 오래하면 당연히 손목에 무리가 간다. 이 때 생기는 대표적인 질환이 손목터널증후군이다. 갑자기 발병하는 게 아니라 피로가 쌓였을 때 생긴다. 나이가 들어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으로 생기는 경우도 있다. 손가락 끝, 주로 엄지부터 중지까지 3개 손가락이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가끔 이런 증상을 목 디스크로 오해하는 환자들도 있는데, 손목터널증후군을 먼저 의심해 보는 게 맞다. 손목을 구부린 자세로 지나치게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는 것도 손목에는 좋지 않다. 반대로 손목터널증후군이 생긴 다음에 스마트폰 사용이 힘들다고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미세현미경 이용 1mm도 복원…뇌사자 팔 이식도 성공 

이전보다 줄기는 했지만, 손가락 절단이나 부상은 여전히 불시에 발생한다.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노련한 수부외과 의사를 빨리 찾아야 한다. 시간이 지연될수록 손이 이전의 모습을 찾을 확률이 낮아진다. 국내에서 손가락 미세접합 및 재건수술 경험이 가장 많은 의사 중 한 명인 노시영 홍보이사가 아직도 당직을 서는 이유다. 중앙대 의대를 나온 노 이사는  미국 UCLA 의대와 클라이너트 커츠 수부·미세수술 센터에서 연수를 했다. 대한미세수술학회 학술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수부외과학회 홍보이사 외에도 대한말초신경수술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손 전문의로 일하는 게 이색적이다.

“세계 최초로 신장 이식에 성공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던 의사가 성형외과 전문의다. 수부외과에서 뼈 손상은 주로 정형외과에서 다루지만 피부이식, 혈관연결 등 미세한 접합과 재건 수술 부분에선 성형외과가 좀 더 전문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기술이 크게 발전해 아주 미세한 접합 및 재건 수술도 한다. 절단된 부위가 아예 사라졌거나 손상이 심하면 이를 최대한 복원하기 위한 수술도 한다. 근육과 뼈, 피부, 힘줄 등을 신체의 다른 부분에서 떼어와 이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발가락을 떼어내 삶에서 더 많이 필요한 손가락 기능을 하도록 대체해주는 식이다. 혈관과 신경, 인대 등은 1mm 이하, 최근에는 0.3mm 정도까지도 미세 현미경을 이용해 정교하게 복원해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뇌사자의 팔을 이식하는 수술도 성공했는데, 이 수술도 정형외과 전문의와 성형외과 전문의가 함께 했다.”

뇌사자의 팔을 이식하는 수술은 국내에선 2017년 처음으로 대구 W병원에서 성공했다. 이후 2018년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뇌사자한테서 기증받은 손·팔을 이식하는 수술을 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손·팔 이식술도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받게 됐다. 

-손이 다른 부위의 외상과 다른 점은?

“손은 조금만 탈이 나도 굉장히 예민하게 느껴진다. 특히 접합은 응급수술이 필수다. 빠른 시간에 수술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생명을 잃지는 않는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손가락 접합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수술에 들어간다고 해도 쉽지는 않다. 끈질기게 오랜 시간을 들여 정교하게 해야 하는 수술이다. 조금만 삐끗해도 조직 괴사가 생길 수 있다.”

“응급지혈 후 최단 시간에 병원 찾아가세요”

-최근엔 반려동물에 물린 외상 환자가 흔하다고 하던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크게 늘면서 반려견, 반려묘로 인해 손가락 절단이나 부상 사고를 겪는 환자들이 급증했다. 골절, 절단 사고들이 심심치 않게 생긴다. 보통 개에 물리면 상처가 더 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고양이 이빨은 톱니(세모)와 같은 구조라 상처가 더 깊어 주의해야 한다.”

-반려동물의 공격으로 손가락이 절단 됐을 때 최우선 조치는?

“앞서 말했듯이 절단 같은 부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당연히 병원에 오는 시간이 짧을수록 경과가 좋다. 우리나라처럼 의료 접근성이 뛰어난 경우에는 지혈만 제대로 하고 되도록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좋다. 한 번은 한 어머니가 너무 놀라서 아이의 잘린 손가락을 입안에 넣고 온 경우도 있었다. 손가락을 마르지 않게 하겠다고 한 것이지만, 최악의 조치였다. 입 속 세균에 감염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구급차를 부르고 구급대원의 조치를 따르는 게 가장 현명하다.”

손은 27개의 뼈, 24개의 근육, 32개의 관절로 이뤄진 복잡한 신체기관이다. 특히 접합이나 재건 수술은 초고난도의 수술 기법을 필요로 한다. 수부외과 전문의들의 자부심과 우려가 동시에 나오는 곳도 바로 이 지점이다. 의료진은 손 수술을 통해 누군가의 인생을 지켜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일은 점차 어려운 형편으로 접어들고 있다.

노 과장은 “외상 환자를 받기 위해서는 야간이나 주말 당직 근무를 계속 해야 한다. 알다시피 요새 이런 선택을 하는 성형외과 의사는 점차 줄고 있다. 게다가 수술을 위해서는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를 비롯한 다양한 직역의 협력 의료진도 필요하다. 병원 경영 측면에서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손을 잃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다만 삶의 질은 추락한다. 정부에서 손과 팔 이식 수술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한 것도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면서 “손 외상과 질환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는 의료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한 정부와 사회의 집중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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