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수도권 몰림 현상은 남의 일?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유력한 정치인인 야당대표가 지역에서 순회중에 크게 다쳐 빠른 치료가 필요했고, 지역의 의료기관에서도 치료가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의료기관이 아닌 서울의 대형종합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다는 것은 일반사람들에게 주는 의미가 크다. [사진=뉴스1]
최근 야당대표가 부산에서 현지 방문일정을 소화하면서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에 60대 남성에게 흉기로 왼쪽 목 부위를 피격을 당한 일이 발생하여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야당대표는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고 인근에 위치한 OO대학교병원으로 옮겨져 검사상 다행히 생명과 관련된 경동맥은 괜찮고 경정맥만 손상이 되었다고 진단되었다. 하지만 출혈로 인하여 빠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OO대학교병원 의료진은 응급수술을 권했지만 헬기를 타고 서울에 있는 국립OO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되었고 다행히 성공적으로 치료가 되었다고 하였다. 부디 완쾌하시고 다시 건강하시길 바란다.

하지만 야당대표에게 사고가 발생하고 치료를 받는 과정을 보면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과 지역의료기관에 대한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야당대표는 평소 지역의료활성화를 위하여 여러 노력을 하고 있던 정치인이었지만 정작 자신이 흉기에 찔려 빠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되자 응급환자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건이 발생한 지역의 종합병원에서 치료받지 않고 서울에 있는 대형종합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참고로 부산에 있는 OO대학교병원은 외상파트에서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물론 야당대표가 서울에 위치한 OO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어야 하는지에 대하여 구체적인 이유와 사정은 잘 알지 못한다. 다만 보도에 따르면 서울로 옮긴 것은 가족과 간병 편의와 당의 요청에 의해 서울로 옮겼다고 한다.

최근에 지역환자들이 수도권에 위치한 대형의료기관으로 몰림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이렇게 지역환자들이 수도권에 몰리면서 수도권에 위치한 대형의료기관에서 적절한 진료와 치료를 받기 더욱 어려워졌다. 특히 빠른 치료가 필요한 암환자들도 수술을 받기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병원들은 환자들이 오지 않아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러한 지방병원의 경영난은 해당 병원환경을 정비하거나 최신 의료장비를 구매하기 어렵고 유능한 의료인력을 고용할 수 없어 결국 서울이나 수도권에 위치한 대형병원보다 자체 경쟁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이에 환자들은 다시 서울이나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수도권 대형의료기관으로의 환자쏠림현상이 사회문제화되면서 정부는 물론 정치권에서는 의대정원확대 및 지역국립대학병원과 거점기관에 대한 지원을 늘려서 중증/응급의료역량을 높이겠다고 발표하였고 실제로 상당수의 투자가 이미 이루어졌다. 하지만 수도권으로의 환자쏠림현상은 해결되고 있지 않다.

권력과 돈, 그리고 정보를 가진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이 중에서 건강과 관련된 의료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력한 정치인인 야당대표가 지역에서 순회중에 크게 다쳐 빠른 치료가 필요했고, 지역의 의료기관에서도 치료가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의료기관이 아닌 서울의 대형종합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다는 것은 일반사람들에게 주는 의미가 크다. 만약 가족의 간병이 문제였다면 거주지인 인천(그의 지역구는 인천 계양구이다)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옮겨야 했지만 인천에서도 꽤 먼 서울의 대형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러한 문제는 이 정치인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전에도 전직 대통령들이나 유력한 정치경제인사들이 건강문제로 입원하는 경우 거의 대부분이 빅5로 대변되는 서울에 위치한 대형종합병원들이었다. 2017년 문재인대통령이 건강보험보장강화대책을 발표한 것도 서울에 있는 대형종합병원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수도권의 대형종합병원으로의 환자쏠림현상의 주된 원인이 단순히 의사의 숫자나 인프라의 문제가 아닌 서울에 위치한 대형의료기관이 우리나라에서는 최고라는 인식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재계 유력인사들이 이러한 선택을 하는 상황에서 지역의 의료기관들이 아무리 인력과 인프라를 잘 구축한다고 하더라도 환자들에게 지역에 있는 의료기관을 신뢰하고 선택할지에 대하여 의문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사건은 역설적으로 지방에 살고 있는 환자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서 서울과 수도권에 위치한 대형종합병원에 오는 것이 탁월하고 현명한 선택임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이러한 상황이 바뀔 수 있을까? 바뀌려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 수도권 대형병원 환자쏠림현상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봐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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