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키트루다’…“삼중음성 유방암 완치 가능성 키웠다”

한국인 하위 분석 공동연구자 삼성서울병원 박연희 교수

삼성서울병원 박연희 교수.

삼중음성 유방암은 세 가지 수용체의 발현이 모두 음성 상태인 난치성 암종으로 손꼽힌다. 젊은 환자에서 발생률이 높은데다, 암의 진행도 공격적이고 치료 예후 또한 불량하다. 이러한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에 새 치료 옵션으로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가 실효성 근거를 쌓고 있다. 더욱이 최근, 한국인 환자가 대거 참여한 임상 데이터까지 추가로 확보한 상황이다.

국제 암학회서 공개된 한국인 임상 분석 결과를 보면, 키트루다를 수술 전과 후의 보조요법으로 사용했을 때 암의 병리학적 관해율이나 사망 위험을 크게 줄이는 효과를 나타냈다. 결과에 따라서는 서양인에서 보고된 효과보다 더 큰 치료적 혜택을 시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임상에 참여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는 “연구에서 평가한 ‘병리학적 완전관해’는 암의 완치 확률을 예측하는 데 필요한 주요 지표 중 하나”라며 “키트루다 수술 전후 보조요법이 한국인 환자에서도 분명한 치료 효과를 입증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예후가 불량한 유방암 환자에서 완치 가능성을 높인 데이터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연말 싱가포르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학술대회(ESMO Asia 2023)에서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대규모 3상 임상인 ‘KEYNOTE-522 연구’에 한국인 하위 분석 데이터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해당 연구는 2기 및 3기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키트루다를 수술 전과 후의 항암 보조요법으로 썼을 때의 효과를 평가한 결과였다.

특히, 이번 한국인 데이터 분석에는 서울아산병원 안진희 교수를 비롯해 삼성서울병원 박연희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임석아 교수, 연세암병원 김민환 교수 등 국내 의료진 4명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데 의미가 깊다.

박 교수는 “KEYNOTE-522 연구에는 한국인 임상 참여자가 상당히 많았는데, 한국인 환자에 대한 하위 분석을 해보자고 의견이 모아져 진행하게 됐다”며 “국내 의료진 주도로 발표된 결과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KEYNOTE-522 연구에 등록된 환자는 총 1174명으로, 한국인 환자는 86명이 참여했다. 등록된 한국인 환자의 연령대는 41세에서 43세로, 글로벌 환자군(48~49세)에 비해 비교적 젊은 환자가 많았다. 삼중음성 유방암의 경우 폐경 전 환자가 많은데 실제 임상 환경이 잘 반영됐다는 평가다.

박 교수는 “1100명이 넘는 전체 임상 참여자 중 아시아 환자는 210여 명이었고, 그 중 한국 환자가 86명으로 가장 많았다”며 “글로벌 환자군과 통계적으로 직접 비교할 수준의 모수는 아니었지만 분명히 의미있는 데이터”라고 짚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키트루다는 38.6개월(중앙값)의 추적 기간 동안 한국인 환자에서도 1차 유효성 평가 기준을 모두 개선하며 질병의 진행 및 사망 위험을 감소시켰다. 무엇보다 연구의 1차 평가변수로 잡힌 병리학적 완전관해(pCR)와 무사건 생존(EFS) 지표를 모두 충족시켰다는 부분이다.

키트루다 수술 전후 보조요법을 받은 한국인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병리학적 완전관해율은 68%로, 위약군 47% 대비 21% 더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글로벌 환자군의 병리학적 완전관해율이 63%, 위약군은 56%로 7%의 격차를 보인 것과 비교해 더 큰 격차를 보인 것이다.

또한 키트루다 치료군에서 한국인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무사건 생존율은 93%로 위약군(70%) 대비 23%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질병의 진행 및 사망 위험을 81% 감소시켰다. 이는 키트루다를 투약한 글로벌 환자군의 경우 무사건 생존율이 85%로 위약군(77%) 대비 8% 높은 수치를 보였고, 질병의 진행 및 사망 위험을 37% 줄인 것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박 교수는 “약물에 따라 인종별로 효과에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있고, 약제 급여 과정에서도 한국인 임상 결과가 있는지에 따라 평가가 갈리기도 한다”며 “키트루다 수술 전후 보조요법은 좋은 효과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많은 환자들이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한국인 데이터는 실제로 한국 환자들이 키트루다로 치료했을 때 이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예상치를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며 “삼중음성 유방암은 젊은 환자가 많고 재발이 잦은 문제적 유방암으로 한국인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빠르게 급여 검토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삼중음성 유방암(TNBC)은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인간표피성장인자 수용체2(HER2) 등 발현이 모두 음성인 유방암이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10~15%를 차지하며, 40세 미만과 BRCA1 변이가 있는 인원에서 흔하게 발생한다. 가장 공격적인 유방암으로 첫 진단 후 5년 이내에 재발 위험이 가장 높고, 다른 유형의 유방암에 비해 예후도 나쁜 것으로 알려졌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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