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울음 적은 나라…한국 초저출산은 결국 집값 때문?

결혼 연령 늦어져 만혼이나 결혼 또는 출산을 포기하는 남녀 늘어난 탓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주택 시가총액이 급증하고, 출산율은 하락하는 패턴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초저출산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녀 출산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집값 또는 전세가격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아이를 낳는 ‘분위기’가 미래의 출산율에 영향이 크므로, 첫째 자녀 출산이 늘어나는 환경이 지속되어야 향후 출산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경제적 요인으로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로 전환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만혼이나 결혼 또는 출산을 포기하는 남녀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며 본격적으로 주택 금융을 공급한 2000년대 초반부터 주택 시가총액이 늘었으며 출산율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주택 시가총액이 일정하게 유지되던 2000년대 중반~2010년대 중반에는 출산율이 일정하게 유지됐다.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주택 시가총액이 급증하고, 출산율은 하락하는 패턴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앞서 국토연구원은 2009년부터 2022년 출산율과 주택 및 전셋값, 사교육비, 경제성장률, 실업률, 1인당 소득증감률,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등을 활용해 출산율 결정 요인을 분석했는데, 첫째 자녀 출산을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전국 기준으로 주택가격(매매·전세)이 차지하는 비율이 30.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전년도 출산율이 27.9%, 사교육비가 5.5%였다.

둘째 자녀의 경우 주택가격 요인이 28.7%로 다소 낮아졌다. 사교육비는 9.1%로 높아졌고 전년도 출산율은 28.4%만큼 영향을 줬다. 셋째 자녀는 주택가격 요인이 27.5%로 더 줄고, 사교육비는 14.3%로 높아졌다.

연구원의 분석 결과, 주택 매매가격이 1% 상승할 때 다음해 출산율은 0.00203명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전세가격 1% 상승은 다음해 출산율을 0.00247명 감소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교육비 중에서는 고등학교 시기 사교육비가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이와 관련해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첫째 자녀 출산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주택 부문 정책 지원이 중요하다”며 “둘째 이상의 자녀 출산을 위해서는 사교육 부문에 대한 정책 지원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했다. 한 가정에서 첫째 자녀를 늘리는 정책과 둘째·셋째 자녀를 더 낳도록 하는 정책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우선, 연구원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선 자녀를 출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출산율을 결정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전년도 출산율은 당해 연도 출산율과 양(+)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전년도 출산율이 하락하면 다음 해 출산율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토연구원은 무주택 유자녀 가구에 대한 특별공급물량을 확대하고, 추가 청약가점 부여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박 연구위원은 “자금력이 부족한 신혼부부가 무리한 대출 없이 적은 초기 자금으로 주택을 취득할 수 있으면서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지분적립형 등 주택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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