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왕 에디슨이 예언한 ‘미래의학’이 온다

[송무호의 비건뉴스]

1879년 전구를 발명하여 인류에게 위대한 빛을 선사해 준 토머스 에디슨. 많은 사람이 첫손으로 꼽는 최고의 발명가다. 그런데 그는 발명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으로 주옥같은 명언들도 많이 남겼다.

토머스 에디슨. [사진=Pixabay]
특히 그는 1903년, 사람 치료하는 의학에 대해 놀라운 예언을 했다.

“미래의 의사는 약을 주지 않고, 식이요법과 질병의 원인 및 예방에 대해 알려주어 환자의 몸을 보살피게 할 것이다”(The doctor of the future will give no medication but will instruct his patients in the care of the human frame, in diet and in the cause and prevention of disease).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2004년, 에디슨이 예언했던 그 의학을 실현하는 ‘미국 생활습관의학회’(American College of Lifestyle Medicine)가 탄생했다. 미국인의 건강을 해치는 가장 큰 원인이 나쁜 생활습관에서 기인한다는 자각을 한 까닭이다.

사람들을 병들게 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가장 나쁜 요인이 무엇일까? 술? 담배? 비만? 고혈압? 당뇨? 심장병?.

놀라지 마시라. 사람을 병들게 하고, 빨리 죽게 만드는 가장 나쁜 요인은 ‘잘못된’ 음식이다.

2018년 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미국의학협회지’(JAMA) 보고에서도, 2019년 195개국을 조사한 저명 의학저널 ‘란셋’(Lancet) 보고에서도 음식선택, 특히 가공육, 붉은 고기, 고염식의 과다 섭취와 통곡물, 과일, 채소의 섭취 부족이 조기 사망에 이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1, 2].

아래 도표에 나와 있듯이 잘못된 음식선택은 담배보다 사망률을 더 높였다.

도표 출처: CJL Murray, et al. JAMA 2018.

 

‘생활습관의학’의 목표는 식습관,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해서 비만, 당뇨, 고혈압, 심장병 등 현대인이 가장 많이 겪고 있는 만성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다. 증상만 완화하는 ‘대증요법’이 아닌, 질병의 ‘원인 치료’를 목표로 한다.

혹시 주변에서 고혈압이나 당뇨병에 약을 먹어 완치된 환자를 본 적이 있는가?

필자는 모친이 ‘경도 고혈압’일 때 약 한 알부터 시작하여 점점 가짓수가 늘어나고, 당뇨까지 생긴 후엔 약을 한주먹씩 드시다가 결국 합병증으로 돌아가시는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봐 왔기에 ‘현대의학의 한계’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

약은 만성질환을 해결할 수 없다

그런데 현대의학은 약으로만 치료하려고 한다. 머리 아프면 두통약, 열나면 해열제, 혈압 높으면 혈압약, 혈당 높으면 당뇨약을 처방한다. 전부 다 대증요법이다.

미국인의 사망 원인 3위가 약물이란 사실을 아는가? 2018년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미국인 사망 원인 1위는 심장병, 2위 암에 이어 3위가 약물이었다. 약물 의료사고로 매년 25만 명이 사망한다는 놀라운 결과였다 [3]. 그래서 약은 많이 먹을수록 건강과 멀어진다.

생활습관의학이 기존 의학과 가장 차별화되는 것은 식습관이다. 가능한 한 동물성 식품을 배제하고 식물성 식품, 그중에서도 가공되지 않은 식물성 식품(Whole-food, plant-based diet)을 지향한다. 현대인들이 고통받는 대부분 만성질환 원인이 과도한 육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국민병’이 되어버린 당뇨병을 살펴보자. 최근(2023년 10월) 하버드 대학 연구진이 약 22만 성인을 대상으로 고기 섭취와 당뇨병 발생과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1주일에 2번 이상 소고기·돼지고기·양고기 등 붉은 고기를 먹으면 당뇨병 위험이 증가하는데, 많이 먹는 사람은 별로 먹지 않는 사람에 비해 위험률이 62%나 증가하니 당뇨병 예방을 위해서는 고기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4, 5].

2022년 대한당뇨병학회 보고에 의하면 국내 당뇨병 환자 수가 600만 명을 넘어섰고, 당뇨병 고위험군인 당뇨 전(前) 단계 인구가 약 1500만 명인 점을 감안할 때 무려 2000만 명이 넘는 수가 당뇨병, 또는 당뇨병 위험에 시달리고 있어 머지않아 ‘당뇨병 대란’ 온다고 했다 [6].

전체 당뇨병 환자 중 65세 이상이 약 40%이며, 특히 65세 이상 여성의 경우 2명 중 1명(51%)이 당뇨병을 앓고 있어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한국의 의료비용 부담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당뇨병 진료비는 2015년 약 1조8천억 원에서 2020년 약 2조 9천억 원으로 5년 새 60% 이상 증가했다 [7].

당뇨병은 지난 10년간 한국인에게 ‘질병 부담’이 가장 큰 질환으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당뇨병이 만성으로 가게 되면 합병증으로 만성신부전, 실명, 당뇨발, 심장병, 중풍, 암, 치매의 위험도가 덩달아 높아지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당뇨병은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병인가?

당뇨병은 치료가 안 되고,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는 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상식이다.

하지만 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 필자도 50대 초반에 당뇨병으로 진단이 되었으나 식습관을 채식으로 바꾸고 당뇨병이 완치되었다. 필자만의 우연한 경험이 아니다.

세계 최상위 의학 저널인 NEJM 보고에 의하면, 약 3천 명의 당뇨 전 단계 환자를 무작위로 혈당 조절약인 ‘메트폴민’ 투약군과 생활습관 개선군(채식지향, 주당 150분의 빠른 걷기 운동 등을 통한 7% 체중 감량 목표)으로 나누어 평균 2.8년간 당뇨병 발병 여부를 조사한 결과, 대조군과 비교할 때 당뇨병 발병률이 메트폴민 군에서 31% 감소, 생활습관군에서 58% 감소되어, 생활습관 교정이 약보다 당뇨병 예방에 더 효과적이었다 [8].

당뇨병 환자의 관리 방법에도 문제가 많다. 약을 먹으면서도 항상 식사요법에 신경을 써야 한다.

문제는 당뇨병 식단이 밥상 차릴 때마다 매번 칼로리와 영양소를 확인해야 하기에 제대로 지키기가 어렵다는 것.

당뇨식은 식품을 6개 군(群)으로 나누어 필요한 칼로리에 따른 교환 단위 수를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정상체중인 경우 하루에 필요한 열량은 약 2000kcal이기에 곡류군 10 단위, 어육류군 5 단위, 채소군 7 단위, 지방군 4 단위, 우유군 2 단위, 과일군 2 단위를 아침·점심·저녁으로 나누어 섭취하라고 한다.

아무 식품이나 서로 바꿔 먹어서도 안 되기에 복잡하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들에게 무엇을 먹는가는 늘 고민거리다.

도표 출처: 대한당뇨병학회.

 

하지만 생활습관의학의 당뇨병 치료방침인 채식에서는 칼로리나 영양소를 따질 필요 없이 식물성 식품이면 어떤 종류든지 배불리 먹어도 된다.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삼가야 하는가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너무 간편하지 않은가?

과연 그렇게 해도 혈당이 잡힐까?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당뇨학회의 엄격한 가이드라인에 따른 당뇨식을 한 군과 채식을 한 군의 혈당 변화를 22주간 관찰한 연구에서 HbA1c(당화혈색소)가 당뇨식 군에서 0.56% 감소, 채식 군에서 0.96% 감소로 나와 채식이 혈당조절에 더 효과적이었다 [9].

국내 연구에서도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현미를 포함한 채식을 먹는 군과 백미를 포함한 병원 당뇨식을 먹는 군의 혈당 변화를 3개월간 조사한 결과, 현미·채식 군에서 HbA1c 0.9% 감소, 백미·당뇨식 군에는 HbA1c 0.3% 감소로 나와 식사량의 제한이 없는 현미·채식이 칼로리 및 음식 종류까지 관리하는 병원 당뇨식보다 혈당조절에 훨씬 더 효과적이었다 [10].

채식으로 HbA1c가 0.9% 감소한 것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당뇨약인 메트폴민을 3개월 이상 사용할 때 감소하는 HbA1c 수치가 평균 약 1.1%다 [11].
즉, 채식은 약 못지않게 혈당을 떨어뜨린다.

필자에게 오는 환자 중엔 만성질환자가 많아 건강을 위해 채식을 권장하는데, 당뇨병이 있는 환자 중에 단시일 내에 혈당이 현저히 떨어져 저혈당에 빠지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그래서 약 용량을 낮추기도 하고, 심지어는 약을 아예 끊는 예도 있다. 즉 이런 분들은 애당초 약 대신 음식만 바꾸었으면 당뇨가 완치되었을 분들이다.

당뇨뿐만이 아니다. 병원에 오는 환자들의 질병 중 60~70%는 생활습관 잘못이 원인이다 [12].

이런 환자에게 기존 방법인 혈압을 낮추는 약, 혈당을 낮추는 약,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을 사용하는 것은 원인 치료가 아니기에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

이것은 싱크대에 수돗물이 넘쳐 부엌 바닥이 흥건한데 수도꼭지를 잠글 생각은 않고 바닥만 열심히 닦고 있는 상황이나 다른 바 없다. 어리석은 일이다.

‘생활습관의학(Lifestyle Medicine)은 우리 미래를 어떻게 바꿀까

이에 반해 생활습관의학은 질병의 원인 치료를 추구한다 [13].

생활습관의학 지침대로 채식하고, 금연하고, 하루 30분 운동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4가지 생활습관만 지켜도 만성질환의 발생을 약 80%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당뇨병 93%, 심장마비 81%, 중풍 50%, 암 36% 예방) [14].

약물치료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고, 약을 먹던 환자는 약을 끊을 수도 있고, 불필요한 수술을 피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전엔 채식을 권장하는 의사들이 없었던가? 물론 우리나라에도 채식 의사 단체가 있지만, 채식 동호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생활습관의학은 차원이 다르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을 심장병에서 구원한 주치의이자 캘리포니아대 교수인 Dean Ornish, 책임 있는 의료를 위한 의사회(Physicians Committee for Responsible Medicine) 설립자이자 조지워싱턴대학 교수 Neal Barnard, 예일대학 예방의학 교수 David Katz 등 세계적인 학자들이 생활습관의학 선구자이며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만도 현재 약 1만 명이 넘는 회원들이 학회, 세미나, 강연, 캠페인 등 프로그램을 통해 생활습관의학을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고, 피어리뷰(peer review) 저널도 발행한다.

특히 전 세계적인 보급을 위해 ‘국제생활습관의학 전문의’ 자격시험(*)을 보는데 작년에는 17개국에서 시행하였으며 응시자 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 대한생활습관의학교육원(현, ‘대한생활습관의학원’)이 설립되었고, 2023년엔 시험 응시자 수가 100명을 넘어섰다).

기존 의학으로는 만성질환이 해결되지 않아 하루하루 약 가짓수만 늘어난다. 하지만 생활습관의학에서는 먹던 약을 하나둘씩 뺀다. 약을 늘리는 의사에게 갈 것인가? 약을 줄이는 의사에게 갈 것인가?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에디슨이 예언한 ‘미래의학’이 왔다. 그 이름은 ‘생활습관의학’이다.

송무호 의학박사·정형외과 전문의

참고문헌
1. CJL Murray, US Burden of Disease Collaborators. The state of US health, 1990-2016: burden of diseases, injuries, and risk factors among US states. JAMA 2018;319:1444-1472.
2. A Afshin, PJ Sur, KA Fay, et al. Health effects of dietary risks in 195 countries, 1990–2017: a systematic analysis for the 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 2017. The lancet 2019;393:1958-1972.
3. CNBC https://www.cnbc.com/2018/02/22/medical-errors-third-leading-cause-of-death-in-america.html
4. X Gu, JP Drouin-Chartier, FM Sacks, et al. Red meat intake and risk of type 2 diabetes in a prospective cohort study of United States females and males. 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023;118(6):1153-1163.
5. CNN Health https://edition.cnn.com/2023/10/19/health/red-meat-type-2-diabetes-risk-study-wellness/index.html
6. 청년의사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6852
7. 메디칼타임즈 https://www.medicaltimes.com/Main/News/NewsView.html?ID=1149286
8. WC Knowler, et al. Reduction in the incidence of type 2 diabetes with lifestyle intervention or metformin. Diabetes Prevention Program Research Group.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02;346:393-403.
9. ND Barnard, J Cohen, DJA Jenkins, et al. A low-fat vegan diet improves glycemic control and cardiovascular risk factors in a randomized clinical trial in individuals with type 2 diabetes. Diabetes Care 2006;29(8):1777–1783.
10. YM Lee, SA Kim, IK Lee, et al. Effect of a brown rice based vegan diet and conventional diabetic diet on glycemic control of patients with type 2 diabetes: a 12-week randomized clinical trial. PloS one 2016.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155918
11. JA Hirst, AJ Farmer, R Ali, et al. Quantifying the effect of metformin treatment and dose on glycemic control. Diabetes Care 2012;35(2):446-454.
12. GJ Egger, AF Binns, SR Rossner. The emergence of “lifestyle medicine” as a structured approach for management of chronic disease. Medical Journal of Australia 2009;190:143-145.
13. MA Hyman, D Ornish, M Roizen. Lifestyle medicine: treating the causes of disease. Alternative Therapies in Health & Medicine 2009;15(6):12-14.
14. Ford ES, Bergmann MM, Kröger J, Schienkiewitz A, Weikert C, Boeing H. Healthy living is the best revenge: findings from the European Prospective Investigation Into Cancer and Nutrition-Potsdam study. Arch Intern Med. 2009;169(15):1355-1362.

    송무호 의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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