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성대 마비’ 수술…세계 최초 사례에 500일 입원

미국서 코로나19 후유증 보고... 기관절개술 후 15개월 입원

최근 코로나19의 후유증으로 성대마비에 걸려 약 500일 가까이 입원하며 치료를 받은 사례가 의학계에 보고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가 발병한 지 4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의학계에 새로운 코로나19 후유증이 보고됐다. 미국 15세 소녀가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후유증으로 ‘성대 마비’ 증상이 나타나 심각한 호흡 곤란을 경험한 것이다. 이 환자는 결국 기관지 절개 수술을 받고 약 500일(15개월)간 입원치료했다.

미국 메사추세츠주에 소재한 ‘매스앤이어병원’ 소속 의료진은 최근 «미국소아과학회지(AAP)»에 해당 환자 사례를 보고했다. 안과 및 이비인후과 전문병원인 매스앤이어병원은 미국 하버드대 의대 산하 교육병원인 ‘매스 제너럴 브리검'(Mass General Brigham) 소속이다.

이번에 새롭게 보고된 코로나19 후유증인 ‘성대마비’ 증상은 특정 원인에 의해 한 쪽 혹은 양쪽 성대가 마비돼 움직이지 않고 막히게 된다. 이 때문에 목소리의 큰 변화가 생기며 기도의 움직임까지 영향을 줘 호흡 곤란, 기침, 사레 등을 호소할 수 있다.

의료진은 이번 사례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신경계를 침범하며 발생한 ‘신경학적 합병증’으로 추정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후각신경이 전달 통로인 ‘후각로’를 통해 중추신경계에 침투할 수 있어 광범위한 신경학적 합병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감염 때 후각이나 미각이 마비하는 증세도 이 때문이며, 심할 경우 뇌졸증이나 발작, 섬망, 근육경련 등의 운동장애 합병증을 유발한 사례도 보고됐다.

이번에 보고된 환자는 15세 여성 청소년이다. 코로나19 감염 진단 후 9일 만에 성대 마비 증상을 겪었고, 이후 나흘 후(진단 후 13일째) 호흡 곤란 증세로 응급실에 이송돼 5일 만에 급성 증상을 치료했다.

응급실 의료진은 내시경 검사를 시행해 양측 성대가 모두 움직이지 않는 성대마비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의료진은 성대마비의 원인을 찾기 위해 혈액검사, 의료영상 촬영 등의 정밀검사를 진행했음에도 뚜렷한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고, 코로나19 감염 후유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지었다.

응급치료를 통해 환자의 급성 증상을 해소했지만, 호흡곤란 증세가 지속했기에 결국 의료진은 목과 기도 사이를 일부 절개하고 호흡 보조용 튜브를 직접 기도에 삽입하는 기관절개술을 시행했다. 호흡용 튜브를 끼고 있기에 입원 치료가 필요했다. 15개월간의 입원 치료로 환자는 호흡 보조기의 도움이 없어도 괜찮을 정도로 호흡곤란 증상이 호전했고 퇴원해 일상으로 돌아갔다.

논문에 따르면,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증상이 코로나19 감염병의 후유증으로 보고된 적은 있으나, 환자의 연령대와 후유증의 증상 강도에선 지금껏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이전까지 16명의 환자가 보고됐고 나이는 28~72세로 성인과 고령층이었다. 대체로 일시적인 성대 마비 증상에 그쳤으며, 기능 장애 수준까지 진행한 환자는 2명에 불과했다. 반면, 이번 환자는 15세 청소년이었으며, 성대마비는 물론 호흡 곤란 증세까지 보여 수술이 필요했던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환자를 치료했던 크리스토퍼 하트닉 박사는 “젊고 건강한 청소년이 갑작스런 성대 마비로 수술을 받고 수 개월이나 치료를 받은 사례는 처음이라 학계에 보고한 의미가 크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성대마비 후유증이 성인과 고령층뿐 아니라 소아·청소년 환자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소아청소년과 진료 현장에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성대 마비는 코로나19 외에도 다양한 원인에서 발병할 수 있다. 아직 명확한 원인을 특정하진 못하지만, 갑상선 수술이나 경부 외상, 신경성 질환, 악성 종양, 흡연과 스트레스 등이 발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갑상선암이나 식도암 등으로 암세포(악성 종양)이 후두에 전이할 경우 성대 마비가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성대는 2개의 기관으로 이뤄져있기에, 한 쪽만 마비됐을 땐 증상이 목소리 변화 등에 그쳐 환자가 이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쉰 목소리가 2주 이상 지속한다면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며, 특히 3개월 이상 이어진다면 성대마비를 의심할 수 있다.

한편, 해당 사례에 대한 논문은 다음 링크(https://publications.aap.org/pediatrics/article/doi/10.1542/peds.2023-061897/196221/Bilateral-Vocal-Cord-Paralysis-Requiring-Long-term?autologincheck=redirected)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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