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의 아킬레스건, 비타민B12 “부족” 어떻게?

[송무호의 비건뉴스] 8. 비타민B12 결핍

사람 발뒤꿈치 굵은 힘줄을 아킬레스건(腱, Achilles tendon)이라 한다. 무언가 치명적인 약점을 말할 때도 ‘아킬레스건’이란 표현을 종종 쓰는데, 고대 그리스신화 속의 영웅 아킬레우스에서 유래되었다.

채식이 건강에 좋은 다이어트 방법이라고 의학적으로 이미 검증되어 있지만, 채식에도 그런 아킬레스건이 하나 있다.

흔히 “고기를 하나도 먹지 않고 채식만 하면 영양분이 부족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채식을 해보지 않은 분이라면 당연한 걱정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9세 이상 남녀 약 1만 3천 명을 대상으로 채식인과 비채식인의 영양상태를 조사한 연구에서 칼슘, 마그네슘, 칼륨, 철분, 비타민A, 비타민C, 비타민E, 티아민, 리보플라빈, 엽산 등 대부분의 영양분들은 채식인이 비채식인보다 오히려 더 많아 채식은 영양학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나마 다소 부족한 영양소는 비타민B12였다 [1].

아이들은 고기를 먹어야 제대로 성장한다는 속설이 있으나, 독일에서 최근 나온 청소년 대상(6세~18세, 평균나이 13세) 연구에 의하면 채식만으로도 단백질, 철분, 칼슘 등 아이들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되어 고기를 안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비건을 오래 하는 경우엔 비타민B12가 부족해질 수 있으니 보충제를 먹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다 [2].

비타민(vitamin)은 생명을 의미하는 ‘vita’와 화합물을 뜻하는 ‘amine’이라는 라틴어의 합성어로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물질이라는 뜻이다. 이것은 미량으로 생체 내의 물질대사를 조절하는 작용을 하지만, 그 자체가 에너지원이나 신체의 구성 성분은 아니다.

모든 비타민은 인체가 스스로 만들 수 없는 물질이기에 반드시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비타민은 14종류가 있는데 식물이 만들 수 없는 비타민이 두 가지 있다. 비타민D와 비타민B12가 그것이다.

식물이 만들 수 없는 비타민은 D와 B12, 두 가지뿐

비타민D는 실제로는 비타민이 아니고, 우리 몸의 피부가 자외선을 통해 만드는 호르몬이다. 비타민B12는 흔히 동물성 식품에만 들어있어 채식하면 부족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비타민B12는 동물이 만드는 것이 아니고, 동물의 장내 세균들이 비타민B12를 만든다 [3]. 소화기관인 소장에서도 비타민B12를 생산할 수 있는 세균들이 있다 [4].

하지만 장내 세균 숫자는 대장에서 가장 많아(100 billion bacteria/g of feces), 대부분의 비타민B12는 대장에서 만들어진다. 음식과 함께 섭취된 비타민B12는 위에서 생산되는 내인자(intrinsic factor)와 결합한 후 소장의 끝부분 회장(ileum)에서 흡수되어 간에 저장되므로, 대장에서 만든 비타민B12를 인체가 바로 사용할 수는 없다 [5].

비타민B12는 세포의 DNA 합성과 지방 및 단백질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족하면 적혈구 생성 장애로 인한 ‘악성빈혈’(pernicious anemia)이나 신경 수초 형성 장애로 인한 손발 저림, 감각신경 이상 등이 생길 수 있다 [6].

인체에서 비타민B12 소비량은 극히 미량이라서(하루에 신체 총저장량의 약 0.13%만 사용 [7]), 완전 채식인 비건을 3~4년 하더라도 비타민B12 결핍증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드물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채식인들에게 비타민B12 보충제를 꼭 먹으라고 권한다 [8].

그래도 한국인은 그럴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한국인은 서양인과는 다른 특이한 식습관이 있는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된장, 고추장, 청국장, 김치 등 발효식품과 김, 미역, 파래, 다시마 등 해조류에 비타민B12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9, 10].

식품 발효과정에 참여하는 세균들이 비타민B12를 만들고, 해조류와 공생 관계에 있는 세균들이 합성한 비타민B12가 해조류에 축적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채식 위주 식사를 하는 분들에게 이들 식품은 비타민B12의 아주 좋은 공급원이다.

비타민B12 부족증은 채식인에게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드시는 분에게도 생긴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빈도가 증가하는데 65세 이상일 때 약 5%, 75세 이상에서는 약 10%에 비타민B12 부족증이 생긴다 [11].

위산 분비가 감소한 만성위염, 위축성 위염, 위 절제 환자, 염증성 장 질환 그리고 위산분비 억제제나 당뇨약인 메트폴민을 장기간 복용하는 분들도 비타민B12 흡수 장애로 인한 결핍증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를 필요로 한다 [12, 13].

채식 관련 강의를 하러 가면 저에게 “따로 영양제를 먹지 않냐”고 종종 질문 한다. 채식으로 영양이 부족할 것이란 선입견 때문이다.

저도 과거에 육식할 때는 영양제를 먹곤 했지만, 채식한 이후로는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 영양제를 일절 먹지 않는다. 채소와 과일에 들어있는 풍부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매일 충분히 먹고 있는데, 따로 영양제를 사 먹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채식 공부를 하다가 알게 된 비타민B12 결핍증을 걱정해서 필자도 직접 피검사를 해보았다. 채식 4년째에도 정상, 채식 7년째(2022.7.28) 검사에서도 역시 비타민B12 수치는 정상으로 나왔다. 빈혈 검사인 헤모글로빈 수치도 당연히 ‘정상’이다. 한국인은 채식하기에 최적화된, 축복받은 민족이다.

참고문헌
1. B Farmer, BT Larson, VL Fulgoni III, et al. A Vegetarian Dietary Pattern as a Nutrient-Dense Approach to Weight Management: An Analysis of the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1999-2004. Journal of the American Dietetic Association 2011;111(6):819-27.
2. U Alexy, M Fischer, S Weder, et al. Nutrient intake and status of german children and adolescents consuming vegetarian, vegan or omnivore diets: Results of the vechi youth study. Nutrients 2021;13: 1707.
3. F Watanabe, T Bito. Vitamin B12 sources and microbial interaction. Experimental Biology and Medicine 2018;243(2):148-158.
4. MJ Albert, VI Mathan, SJ Baker. Vitamin B12 synthesis by human small intestinal bacteria. Nature 1980;283(5749):781-782.
5. G Rizzo, AS Laganà, AMC Rapisarda, et al. Vitamin B12 among vegetarians: status, assessment and supplementation. Nutrients 2016;8(12):767.
6. F O’Leary, S Samman. Vitamin B12 in Health and Disease. Nutrients 2010;2(3):299-316.
7. EL Doets, A Szczecińska, AE Cavelaars, A Brzozowska. Systematic review on daily vitamin B12 losses and bioavailability for deriving recommendations on vitamin B12 intake with the factorial approach. Annals of Nutrition and Metabolism 2013;62(4):311-322.
8. R Pawlak, SJ Parrott, S Raj, et al. How prevalent is vitamin B12 deficiency among vegetarians? Nutrition Reviews 2013;71(2):110-117.
9. 곽충실, 황진용, 와다나베 후미오, 박상철. 한국 장류, 김치 및 식용해조류를 중심으로 하는 일부 상용 식품의 비타민B12 함량 분석 연구. 한국영양학회지 2008;41(5):439-447.
10. F Watenabe, Y Yabuta, T Bito, F Teng. Vitamin B12-Containing Plant Food Sources for Vegeterians. Nutrients 2014;6(5):1861-1873.
11. LH Allen. How common is vitamin B-12 deficiency? 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009;89(2):693S-696S.
12. RC Langan, AJ Goodbred. Vitamin B12 deficiency: recognition and management. Am Fam Physician 2017;96(6):384-389.
13. R Valdés-Ramos,* GL Ana Laura, MC Beatriz Elina, BA Alejandra Donají. Vitamins and Type 2 Diabetes Mellitus. Endocr Metab Immune Disord Drug Targets 2015;15(1):54-63.

글=송무호 의무원장

    송무호 의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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