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vs 최악 저출산

[최낙천의 건강세상, 건강국가]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나 미스터투의 ‘하얀 겨울’, 엑소의 ‘첫눈’과 같은 시즌송이 길거리와 카페에서 들려오는 걸 보면, 초등학교에 다니는 필자의 두 딸이 가장 기다리는 크리스마스가 바로 코앞이라는 게 실감이 든다. 뭐 꼭 산타를 믿고 있는 아이들만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겠는가? 대한민국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해의 마지막 공휴일이라는 것만으로도 살짝 설렘 한 스푼 정도 더해지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닐까?

사실 크리스마스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전 국민이 맞이한 첫 번째 법정 공휴일이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기독탄생일’이라는 이름으로 개신교 신자였던 이승만 대통령에 의해 신정, 삼일절, 식목일,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추석 등과 함께 1949년 10월 처음 법정 공휴일로 지정됐다. 그 덕에 1950년 1월 1일~3일 신정연휴에 앞선 첫 번째 법정 공휴일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크리스마스 당일 우리나라 국민들은 추가적인 주중 휴일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1949년 12월 25일은 일요일이었기 때문이다.

생명 탄생은 모두가 축복해야 할 일

연중 가장 긴 공백 끝에 찾아오는 휴일이라는 지극히 세속적인 이유 외에 크리스마스의 특별함은 1975년에 법정 공휴일로 제정된 석가탄신일과 더불어 우리의 역사적 사건이나 세시풍속과는 관련이 없는 ‘외국인의 탄생일’을 기념하고 있다는 데 있다.

예수나 석가가 인류에게 준 가르침과 긍정적 영향을 생각하면 수긍이 가면서도 탄생일을 국가가 공휴일로 지정할 정도인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가 직면한 저출산 문제를 생각해 보면 생명의 탄생은 모든 국민이 축복해야 할 일이 맞는 것 같다.

최근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화두는 “저출산” 문제이다. 2000~2014년 연간 40만명대를 유지하던 신생아 수는 2017년 30만명대로 감소한 이후 지속적으로 쪼그라들어 8년만에 20만명 선도 위협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전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가파른 출산율 감소이다 보니 외국의 언론도 관심있게 다루는 지경이다.

12월 2일자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칼럼에서 “한국은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인구감소 문제에 있어 두드러진 사례연구 대상국”이라며 “이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 세대를 구성하는 200명이 다음 세대에 7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 같은 인구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통계청 발표를 보면,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며 우리나라의 인구구조가 최악 시나리오를 향해 가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역대 장래인구추계를 비교·분석한 결과, 최악의 경우 50년 뒤인 2072년에는 대한민국 총 인구가 3000만명 초반대로 떨어져 현재보다 3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절대적 숫자의 감소에 더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활동인구 및 노인인구 구조의 변화는 더욱 심각하다. 최악이 아닌 중위추계를 보더라도 15~64세 생산연령인구의 비중은 2022년 71.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가장 높다. 하지만 2072년에는 45.8%로 유일하게 50%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72년 47.7%까지 치솟으면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다 보니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인구는 2022년 40.6명으로 가장 낮은 수준인데, 2072년에는 104.2명으로 1위로 뛰어오른다.

실효성 있는 파격 정책 내놔야 할 때

이러한 저출산 문제는 국가를 유지하는 기본적 시스템에도 많은 변화를 야기한다. 헌법상 병역의 의무를 지는 20대 남성 인구는 2022년 27만여 명에서 계속 감소해 2038년 18만여 명, 2072년 11만여 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된 1948년 이후, 국방과 치안이라는 국가를 지탱하는 기본적 기능이 이분법적 성역할론에 기반해 유지돼 왔으나 현재의 제도와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는 세상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현재의 저출산이 지속된다면 양성평등 차원의 여성의 병역이나 모병제는 정치적 수사가 아닌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가올 미래를 조금만 현실감 있게 상상해보면 2023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굳이 인간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오신 예수가 아니어도, 베들레헴의 별을 따라 나선 3명의 현자가 없더라도 전 국민의 축복을 받아야 할 일이다. 인구 감소로 국가의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 생명의 탄생은 구원이 맞다. 국가와 지역사회는 새롭게 태어난 아이가 한 가정의 부담으로 끝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지는 않더라도 새로운 생명이 우리 사회의 진정한 구원자임을 믿고 우리 사회의 지속을 위해 어떻게 양육 부담을 사회가 나누어 질 것인지 제도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최근 일본에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표한 ‘3자녀 이상 가구 대학 무상교육’은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셋째 아이부터 대학을 무상으로 다닐 수 있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한 가구에 자녀가 세 명 이상이면 모든 자녀에게 대학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정책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실효성 있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의 변화가 아닌가 싶다. 필자는 내년 총선 때 국회의원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저출산 해결에 대한 의지를 살펴보려 한다.

최낙천 대표

    최낙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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