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해서 건강이 나빠졌다는데…왜 그럴까?

[송무호의 비건뉴스]

채식해서 건강이 더 나빠졌다는 분들도 있다. 지난 8년간 채식을 해서 당뇨, 통풍 등 있던 병도 다 고치고 훨씬 건강해진 나로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말이다.

이런 분들은 채식을 잘못된 방법으로 하였음이 분명하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채식이란 단어는 나물 채(菜), 먹을 식(食)자로 구성되어 있다. 단어 뜻만 본다면 채소만 먹는 것을 의미하지만, 채소만 먹어서는 건강을 유지할 수 없고, 곡식과 과일을 포함한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먹어야 한다.

채식을 시도하시는 분들이 간과하기 쉬운 점 중 하나는 곡식 섭취다. 곡식에는 칼로리와 영양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에 채식인의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성인이 하루에 필요한 열량을 보통 2000kcal 라고 볼 때 채소나 과일만으로 이만한 칼로리를 섭취하기는 어렵다. 왜냐면 채소·과일에는 수분 함유량이 80~90%로 높아, 먹는 양에 비해 실제 칼로리는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곡식을 안 먹고 채소와 과일만 먹으면 칼로리 부족으로 기운이 없고 저체중이 되어 근육이 빠질 수도 있다. 제대로 된 채식을 하려면 곡식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

한국인이 주로 먹는 곡식인 쌀은 수분 함량이 낮고 칼로리가 높아 적당히 먹으면 성인이 필요한 칼로리를 충분히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단백질과 지방 그리고 각종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 등의 영양분이 많이 들어있어 주식(主食)으로 삼아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백미(흰쌀)가 아닌 현미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백미를 먹으면서 채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백미는 피해야 할 가공식품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쌀(현미)의 구조는 바깥쪽에 영양 덩어리인 쌀눈(배아)과 쌀겨(미강)가 있고 안쪽에 백미(배유)가 차지하고 있다.

[그림=김하나]
현미의 바깥층은 섬유질이 많고 약간 거칠어 식감이 떨어진다. 따라서 식감을 좋게 하려고 정미소에서 여러 번 도정을 하여 식감이 부드러운 백미를 만든다.

현재 우리가 먹는 흰쌀, 즉 백미는 10분도(현미 중량의 10%가 감소한 쌀로 쌀눈과 쌀겨가 거의 제거된 상태) 이상의 쌀이므로 현미에 있는 영양분이 많이 깎여 나간 상태라 현미와 백미는 상당한 영양소 차이가 있다.

백미 먹느냐, 현미 먹느냐 따라 채식 효과도 큰 차이

물론 쌀의 영양분 중 기본 영양소인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은 백미에도 들어있으나, 필수 영양소인 각종 비타민, 미네랄 그리고 식이섬유는 쌀의 바깥층인 쌀눈과 쌀겨에 주로 들어있기에 바깥층을 제거한 백미에는 이런 필수 영양소가 부족해진다 [1, 2].

필자는 수술을 주로 하는 외과의사(Surgeon)라 수술 환자들 영양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래서 수술받은 환자들은 전부 현미밥과 채식을 드시게 한다. 이유는 이렇다.

수술 중에는 피를 많이 흘리므로 수술 후 빈혈이 필연적으로 생긴다. 이런 수술 후 빈혈을 극복하기 위해선 적혈구를 구성하는 헤모글로빈 재료인 철분 보충에 필요한데 현미에는 백미보다 4배나 더 많은 철분이 들어있다. (참고: 미국 국립의학원 자료에 의하면 성인 남성의 철분 평균 필요량(estimated average requirements, EAR)은 하루 6mg, 성인 여성은 8mg, 폐경 후 여성은 5mg이다 [3]).

밥 한 공기(200g) 만드는데 필요한 현미는 100g 정도이고 이 속에 약 1mg의 철분이 들어있으니, 하루 3끼 현미밥을 먹으면 이것만으로도 하루 평균 필요량의 거의 절반을 섭취한다.

더불어 철분 흡수를 돕는,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함께 드시면 빈혈 교정에 많은 도움이 되어 수혈이나 철분제 복용을 따로 안 해도 된다.

그 외 현미에는 뼈를 튼튼하게 만드는 중요 미네랄인 칼슘이 2배, 마그네슘 4배, 칼륨 3배, 아연 20%, 셀레늄 20%가 더 들어있고,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여 몸에 활력을 주는 비타민B군인 티아민 3배, 피리독신 3배, 비오틴 3배, 니아신 30%가 더 들어 있다.

항산화 기능이 있어 면역기능에 중요한 비타민 E(토코페롤)도 2배 더 많다. 여기다 식이섬유도 2배 더 많이 들어있어 변비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아래 도표) [4].

[출처=국립농업과학원, 국가표준식품성분표]

‘밥이 보약’이라 하지만, 사실은 ‘현미가 보약’이다

따라서 채식을 하는 분들은 가공식품인 흰밥보다는 자연식품인 현미밥을 먹어야 한다. 곡식뿐 아니라 채소나 과일도 자연 상태 그대로의 식품을 먹어야지, 가공된 식품은 건강에 좋지 않다.

사람들은 비교적 거친 상태인 자연식품보다는 부드럽고 달콤해진 가공식품을 더 좋아한다. 채소나 과일도 자연 상태 그대로 씹어 먹는 게 가장 좋은데, 이것을 먹기 좋게 즙을 내거나, 갈아서 주스로 마시면 영양 가치가 떨어진다. 건강에 중요한 섬유질이 대부분 제거되기 때문이다.

그 외 공장에서 나오는 모든 가공식품에는 몸에 좋은 섬유질이 제거되어 있는 반면, 몸에 해로운 여러 가지 합성 첨가물 및 방부제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가공된 채식 식품(시리얼, 라면, 흰 빵, 감자튀김, 도넛, 케이크, 쿠키,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주스, 설탕, 식용유 등)을 많이 드시는 분들을 요즘 말로 ‘정크 비건’(Junk vegan)이라 하는데, 이런 분들은 고기를 먹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영양의 불균형으로 건강이 나빠진다. 당연한 결과다.

채식이라고 다 같은 채식이 아니다

채식하려면 건강한 자연 상태의 식품을 먹는 채식을 제대로 해야 하는데, 가공된 식품을 먹는 채식과 구분하기 위하여 요즘은 ‘자연식물식(Whole-foods plant-based diet)’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고기만 안 먹는다고 채식이 아니다. 올바른 채식을 해야 한다. 잘못된 채식은 건강을 해친다. 채식도 공부가 필요하다.

참고문헌
1. AS Saleh, P Wang, N Wang, et al. Brown Rice Versus White Rice: Nutritional Quality, Potential Health Benefits, Development of Food Products, and Preservation Technologies. Comprehensive Reviews in Food Science and Food Safety 2019;18(4):1070-1096.
2. X Wu, T Guo, F Luo, Q Lin. Brown rice: a missing nutrient-rich health food. Food Science and Human Wellness 2023;12(5):1458-1470.
3. Institute of Medicine (US) Panel on Micronutrients (2001). Dietary Reference Intakes for Vitamin A, Vitamin K, Arsenic, Boron, Chromium, Copper, Iodine, Iron, Manganese, Molybdenum, Nickel, Silicon, Vanadium, and Zinc. National Academy Press. page 290-393.
4. 국립농업과학원, 국가표준식품성분표. http://koreanfood.rda.go.kr/kfi/fct/fctFoodSrch/

    송무호 의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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