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목선 만드는 ‘바비 보톡스’, 뜻밖의 부작용은?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어느새 2023년도 저물고 있습니다.

올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흥행을 거둔 영화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의외로 잘 모르는 한국인들이 많을 듯 합니다. 한국 흥행 성적은 신통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총 수입 14억 달러를 돌파하며 영화 역사상 흥행 순위 15위, 역대 북미 흥행 11위, 워너 브라더스사 역대 최고 흥행, 역대 여성 감독 작품 흥행 1위 등 수많은 기록을 새로 쓴 올해의 전 세계 박스 오피스 1위의 영화는 ‘바비(Barbie)’입니다.

바비(2023). [사진=imdb]
말 그대로 ‘인형 같은 외모’ 인 바비의 모습은 대중들에게 그리 긍정적인 이미지로 기억되지 않습니다. 금발 벽안의 팔등신이라는 획일화된 여성상, 때로는 성 상품화의 상징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I’m a barbie girl, in the barbie world
나는 바비 걸, 바비 세상에 살지.
Life in plastic, it’s fantastic!
플라스틱 속 인생, 환상적이야!

후렴구가 우리 귀에도 익은 ‘아쿠아 AQUA’의 ‘바비걸 Barbie Girl’이란 노래 가사에도, 바비는 ‘머리가 비고 문란한’ 이미지로 그려집니다. 노래 가사 때문에 ‘아쿠아’는 바비 제조사와 소송전을 치를 정도였습니다. 당장 ‘Life in plastic’ 이란 가사도 ‘플라스틱 속 인생’라는 뜻과 함께, ‘인생은 성형(plastic surgery)’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형 제조사 입장에서 억울한 점들도 있습니다. 바비 인형이 처음 만들어진 1950년대엔 여성들의 역할이 ‘가정주부’에 머물렀고, 인형들도 거의 ‘아기’나 ‘동물’의 모습이었습니다. 당시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성인 여성 인형이 파격이며 진보였던 것입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직종에서 당당하게 일하는 바비 인형은 소녀들이 자신의 미래를 꿈꾸게 하는 매개체였습니다.

비현실적으로 가늘고 긴 다리와 허리도 ‘옷을 갈아 입히기 용이한 설계’ 때문이었다는 것이 제조사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1/6 스케일 기준으로 키는 175cm, 허리둘레 46cm(18인치)라는 비현실적인 신체상이 소녀들의 거식증을 조장한다는 비판에, 제조사는 1997년 허리둘레를 늘리도록 재설계하기도 했습니다.

1997년 이후 허리둘레가 늘어난 바비인형. [사진= 영문 위키 백과]
‘바비 영화’라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이미지는 아마도 ‘금발의 팔등신 인형 같은 캐릭터들이, 핑크빛의 화려하고 비현실적인 삶을 살아가는 뻔한 연애 영화’ 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2023년의 영화 바비는, 가부장제를 비판하며, 페미니즘이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세련되고 부드럽게 풀어내었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연기나 비주얼에서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2023년 전 세계 흥행 1위를 기록하게 됩니다.

이 영화 속의 바비 세상은 다양한 인종의 인형들이 체형이나 외모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착한’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현실에선 영화의 흥행이 성형 시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2천만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한 ‘바비 보톡스 Barbiebotox’가 대표적입니다.

바비 역의 마고 로비. [사진=imdb]
시술을 받으면 주연 배우 ‘마고 로비’처럼 긴 목을 가질 수 있다는 영상으로 인해,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바비 보톡스 열풍’이 일기도 하였습니다.

‘바비 보톡스’는 목 옆쪽의 승모근(등세모근)에 보톡스를 주사하는 시술로,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시행되고 있습니다. 승모근이 발달하면 목이 짧고 다부져 보일 수 있어, 보톡스로 근육을 줄여 목이 길어 보이는 효과가 있는 것입니다.

승모근의 위치. 승모근이 발달하면 목이 짧고 다부져 보일 수 있다. 

주로 결혼식을 앞둔 신부들이 예쁜 목선을 위해 시술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결혼식을 앞둔 분들에게 1회성으로 주사를 해 드립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정기적인 승모근 보톡스 시술을 권하지 않습니다. 우선, 다량의 보톡스가 내성을 키워 향후 보톡스 효과를 전반적으로 떨어뜨릴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어깨를 지지하는 근육을 약화시키는 시술이므로 물건을 드는 힘이 약해져 불편할 수도 있고, 장기적으로는 어깨 관절의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박준규 원장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