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빨리 먹을까”…먹는 양 조절, 뇌세포 따로 있다

미주신경 지나가는 뇌줄기의 고립로 꼬리핵(cNTS)의 신경세포들

연구에 따르면 입에서 나오는 신호는 먹는 속도를 조절하고, 장에서 나오는 신호는 먹는 양을 조절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얼마나 빨리 먹고 언제 식사를 멈출지 조절하는 생쥐의 뇌세포가 발견됐다. 이 뇌세포들은 입에서 나오는 신호에 반응해 먹는 속도를 조절하고 장에서 나오는 신호에 반응해서 먹는 양을 조절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 신경망은 인간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된다는 점에서 인간 식욕에 대한 이해를 더 넓혀줄 연구라는 평가가 나온다. 22일(현지시간) 자체 발표된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네이처》가 보도한 내용이다.

과거 연구에 의해 뇌에서 장까지 연결되는 미주신경이 생쥐가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어떤 영양소를 섭취했는지를 감지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미주신경은 전기 신호를 사용해 이 정보를 뇌줄기(뇌와 척수를 이어주는 기관)의 작은 영역으로 전달한다. 이 영역은 생쥐와 인간이 식사를 중단할 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여겨진다.

‘고립로 꼬리핵(cNTS)’이라고 불리는 이 영역에는 프로락틴 방출 호르몬(PRLH) 신경세포와 글루카곤(GCG) 신경세포가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구는 마취된 생쥐의 내장에 액체 음식을 채우는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생쥐가 깨어 있을 때 이 신경세포들이 어떻게 식욕을 조절하는지 불분명했다.

이 의문을 풀기 위해 UCSF의 재커리 나이트 교수(생리학) 연구진은 생쥐의 뇌에 유전적으로 변형된 광센서를 이식했다. 이를 통해 PRLH 신경세포가 전기 신호에 의해 활성화될 때 형광신호를 방출하도록 했다. 이어 연구진은 지방, 단백질, 설탕, 비타민, 미네랄이 혼합된 유동식 ‘인슈어(Ensure)’를 쥐의 내장에 주입했다. 10분 동안 더 많은 양의 음식이 주입되자 신경세포가 점점 더 활성화됐다. 이 활동은 주입이 끝나고 몇 분 후에 최고조에 이르렀다. 대조적으로 연구진이 생쥐의 내장에 식염수를 주입했을 때 PRLH 뉴런은 활성화되지 않았다.

연구진이 쥐에게 유동식 사료를 자유롭게 먹도록 허용하자 쥐가 사료를 핥기 시작한 지 몇 초 만에 PRLH 뉴런이 활성화됐지만, 핥기를 멈추자 바로 비활성화 됐다. 이는 PRLH 신경세포가 입에서 나오는 신호인지 장에서 나오는 신호인지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입에서 나오는 신호가 장에서 나오는 신호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나이트 교수는 설명했다.

연구진은 레이저를 사용해 자유롭게 먹는 생쥐의 PRLH 신경세포를 활성화함으로써 생쥐의 먹는 속도를 줄일 수 있었다. 추가 실험에서는 단맛을 맛보는 능력이 대부분 결여된 쥐에게 먹이를 주는 동안 PRLH 신경세포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이는 미각이 신경세포를 활성화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또한 GCG 신경세포가 장에서 보내는 신호에 의해 활성화되고 생쥐가 식사를 중단하는 시기를 제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이트 교수는 “입에서 나오는 신호는 먹는 속도를 조절하고, 장에서 나오는 신호는 먹는 양을 조절한다”고 말했다.

논문을 검토한 하버드대의 첸 란 교수(신경과학)는 미각이 식욕을 조절하는 방법에 대한 독창적인 통찰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 연구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러한 신경회로는 인간과 생쥐 모두에서 잘 보존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가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3-06758-2)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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