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친구’는 남편… 중년 아내 생각은?

[김용의 헬스앤]

늙고 병든 아내를 직접 간병하는 노인 얘기는 울림이 크다. 노년의 진정한 친구는 부부가 최고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평생 지지고 볶아도 나이 들어 보니, 남편이 최고의 친구예요”

‘진정한 친구는 누구?’를 묻는 기사에 달린 댓글 중의 하나다. “친구의 최고는 부부다. 잘 지내봐라. 결국 좋아진다”는 댓글에 “우와, 정답이에요, 남편이 제일 좋아요. 무슨 말을 해도 내 맘을 알아주는 내 편, 서로에게 최고입니다”라는 답글도 달렸다. 가끔 나(아내)를 들볶아서 힘들게 하지만 그래도 내 남편만한 평생 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미우나 고우나 남편이란 의미다.

중년 부부는 앞으로 20~30년을 둘이서 살아야

친구는 학교 동창이나 사회 친구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부부처럼 중요한 관계도 없다. 친구의 사전적 의미는 ‘오래도록 친하게 사귀어 온 사람’을 말한다. 부부만큼 오랜 시간 같이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인생의 절반 이상, 더 나아가 2/3를 같이 지내는 부부들이 적지 않다. 자식을 출가시킨 중년 부부는 남은 20~30년을 둘이서 살아야 한다. 같이 있는 절대적인 시간을 놓고 볼 때 부부를 능가하는 친구는 없다.

부부만큼 서로를 속속들이 아는 사람도 없다. 한 침대에서 잠을 자다 보니 맨 정신엔 공개하기 힘든 버릇도 알게 된다. 코골이, 방귀 소리는 기본이고 잠꼬대, 이를 가는 소리까지 참아내야 한다. 어떤 중년 아내는 ‘신비주의’를 위해 아직까지 남편과 방귀를 안 텄다는 말도 한다. 수십 년 동안 자연스런 생리현상을 참느라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남편에 ‘신비감’을 주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건강부터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싱글이 가장 슬프고 힘들 때는 몸이 아플 때

‘자유’를 만끽하며 혼자 사는 사람이 가장 ‘슬프고 힘들 때’가 병으로 몸져 누운 경우다. 건강할 땐 솔로가 좋아도 아프면 도와줄 사람이 간절하다. 특히 위중한 골절상을 당한 경우 화장실에 혼자 가는 것조차 버겁다. 이럴 때 남편, 아내의 존재가 그립다. 나를 부축해줄 사람이 없어 왕래가 없던 친지나 전문 간병인을 부른다면 참담할 수밖에 없다.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며 간병하는 사람은 남편, 아내를 능가할 수 없다.

중년 부부는 서로를 보호하는 ‘건강 지킴이’가 될 수 있다. 같이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몸의 변화를 빨리 알 수 있다. 건강정보에 관심을 가지면 서로의 건강을 지켜 줄 수 있다. 위험한 심근경색증, 뇌졸중(뇌경색-뇌출혈)의 전조 증상을 빨리 알아채 119에 연락할 수 있다. 통증으로 몸을 가누기 힘든 상황에서 혼자 있으면 전화할 엄두가 안 난다. 이럴 때 남편이나 아내의 존재가 소중하다.

건강정보를 보는 사람의 70% 이상이 여성, 특히 중년 여성들이 많다. 몸의 변화가 심한 갱년기를 겪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자보다 건강에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남자도 갱년기를 거치지만 여자처럼 심하지 않아 여전히 술, 담배를 즐기는 경우도 많다. 남자가 여자보다 일찍 죽는 것은 술, 담배의 영향이 크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지난달 24일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기대수명은 86.6세로 남성(80.6세)보다 6년 더 길다.

늙고 병든 아내는 내가 직접 간병한다

95세, 100세 시대가 되면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건강수명)이 최대 화두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몸의 마비, 언어 장애, 혈관성 치매를 겪으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힘들다. 코로나19 유행 중 사망자의 절반이 요양병원-시설에서 발생했다. ‘현대판 고려장’이란 말이 심심찮게 나왔다. 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도 여러 명이 같이 쓰는 병실에선 위험도가 높은 각종 호흡기질환, 폐렴 공포에 노출되어 있다.

“아픈 아내를 위험한 요양병원에 안 보내고 내가 간병한다”는 90세 남성 노인의 얘기는 울림이 크다. 그는 아내를 돌보기 위해 근력 운동도 열심히 한다고 했다. 젊을 때부터 술, 담배를 안 하고 몸을 관리해 아직도 건강엔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는 “평생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다. 병든 아내를 끝까지 내가 살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글 서두에 “지지고 볶아도 나이 들어 보니, 남편이 최고의 친구예요”라는 글을 소개했다. “(지금 사이가 나빠도) 잘 지내봐라. 결국 좋아진다”고 했다. 중년 부부는 길면 3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서로의 건강을 살피고 지켜주는 진정한 친구는 부부가 최고다. 늙고 병든 아내는 자신을 간병하는 늙은 남편을 보면서 가끔 눈물을 보인다고 했다. 부부는 그런 것이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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