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골수종 10년 새 2배 ‘껑충’…열에 아홉은 노인이라고?

70세 이상 환자 ‘자가조혈모세포이식’ 불가...약물 치료가 관건

혈액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평균 발생 연령이 68세인 ‘이 질환’은 대표적인 노인성 혈액암으로 불린다. 3대 혈액암으로 꼽히는 다발골수종은 우리 몸에서 면역세포를 만드는 형질세포가 혈액암으로 변해 골수에서 증식하는 질환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인구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환자 수도 크게 증가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다발골수종을 진단받은 국내 환자 수는 1만 명을 넘겼다. 이는 10년 전(4658명)과 비교해 두 배 이상이 늘어난 수치다.

다발골수종의 초기 증상은 빈혈, 골절 등으로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증상이기에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또 고령 환자가 많아서 필연적으로 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 골다공증, 퇴행성 관절염 등과 같은 다양한 만성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에 무기력, 피곤, 부종과 같은 다발골수종 징후가 생기더라도 기존 만성질환의 증상과 구별이 어려워 고령층 환자 진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부분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 자료에서도 2022년 기준 고령(60대~80대 이상) 환자는 전체 다발골수종 환자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이같은 비율은 10년 전인 2012년에 76.8%로 보고된 뒤 매년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다발골수종의 진단을 위해서는 혈액 및 소변 검사와 함께 골수검사를 시행한다. 이때 혈액이나 소변에서 검출되는 비정상 단클론단백(M 단백)을 확인하고 골수 내 클론성 형질세포를 확인하게 된다. 필요에 따라서는 단순 방사선검사(X-ray) 및 전산화 단층 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과 같은 영상학적 검사를 진행하거나 종양에서 조직 검사를 통해 진단하기도 한다.

이처럼 진단이 어려운 다발골수종은 치료 역시 쉽지 않다. 대부분의 환자가 재발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다발골수종 치료는 일반적으로 항암 치료와 함께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해 장기 생존율을 높이는 방향을 고려하게 되지만, 문제는 70세 이상의 고령 환자들이다.

이들 연령대는 국내 요양급여 기준 상 이식 가능 연령에 포함되지 않아 자가조혈모세포이식 없이 항암 치료만을 진행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2022년 기준 골수이식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70대 이상의 고령 환자는 전체 다발골수종 환자에 절반을 넘긴 52%로 집계됐다. 더욱이 이들은 장기 기능이 저하되는 사례가 많아 치료 합병증 및 삶의 질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이호섭 교수는 “고령 환자의 경우 나이, 동반 질환 여부, 전신 상태, 인지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적합/중간/쇠약’으로 분류하는 지표(Frailty Index)를 바탕으로 전략적으로 항암 치료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보통 젊은 환자에게 자가조혈모세포이식 전에 시행하는 1차 치료보다는 부작용이 적은 약제 조합을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임상현장에서는 70세 이상의 고령 환자들을 대상으로 ‘VRd(보르테조밉+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요법으로 항암 치료를 시작해 대개 8주기 간 진행한다. 이후 보르테조밉를 제외하고 ‘Rd(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요법을 질병 진행 시까지 지속적으로 투여하게 된다.

이러한 치료 방향은 암치료에 글로벌 기준을 선도하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나타난다. 해당 연령대의 이식이 불가능한 환자들의 경우 VRd 요법을 가장 강력한 선호요법(category1)으로 추천했다.

대한혈액학회 다발골수종연구회는 “우리나라에서 70세 이상의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1차 치료에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 해당되지 않는다”며 “고령에서는 나이에 따른 여러 기준을 바탕으로 약제를 감량해 치료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령 환자는 1차 치료 목표 설정 시 약물치료에 따른 효과 뿐만이 아니라 삶의 질이나 치료 합병증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필수적”이라며 “상당수의 고령환자가 동반 만성 질환을 갖거나 상대적으로 병약한 상황이기에, 지나치게 적극적인 치료에 따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령 중에서도 전신 상태가 비교적 좋지 않거나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 3제 요법보다는 약물을 줄인 2제 요법을 고려하게 된다. 이를 테면 VRd 요법을 견디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일부 고령 환자들은 처음부터 레날리도마이드, 덱사메타손 2가지 약제를 병용하는 Rd 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해 유지하는 방법을 고려하는 것이다.

다만 덱사메타손은 스테로이드 제제로 지속 투여 시 고혈압 및 당뇨 등 여러 부작용 위험이 있어 Rd 요법 진행 후 덱사메타손은 중단하고 레날리도마이드 단독 요법을 유지하기도 한다. 또 이식이 불가능한 환자를 대상으로 ‘DRd(다라투무맙+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병용 요법도 임상 연구에서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이호섭 교수는 “고령층 다발골수종 환자들은 1차 치료에서 자가조혈모세포이식 옵션이 제외되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를 잘 파악해 전략적으로 초기 치료법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치료 중 발생하는 이상반응에 따라 적극적으로 용량, 용법을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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