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논란의 제초제 성분 10년 사용 연장

세계 1위 제초제 ‘라운드업’ 성분인 글리포세이트

최근 10년간 학계에선 글리포세이트를 농작물에 사용하는 것이 안전한지 여부와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건강 위협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제초제 성분 글리포세이트가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 10년간 더 사용될 수 있게 됐다고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1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EU 집행기관인 유럽위원회(EC)는 유럽식품안전청(EFSA)과 유럽화학물질청(ECHA)이 수행한 종합적인 안전성 평가를 바탕으로 “새로운 조건과 제한을 전제로” 글리포세이트의 사용을 10년 전 연장한다는 성명을 16일 발표했다. 여기에는 ‘수확 전 농작물 건조 시 사용 금지’와 ‘비표적 유기체 보호를 위한 특정 조치의 필요성’이 전제조건으로 포함됐다. 또 유럽 각국 정부는 특히 생물 다양성 보호 차원에서 위험이 너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자국에서 글리포세이트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글리포세이트는 독일 바이엘이 인수한 미국 농생물업체 몬산토에서 1974년 개발한 제초제 ‘라운드업’에 들어가 있는 화학성분이다. 라운드업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제초제다.

최근 10년간 학계에선 글리포세이트를 농작물에 사용하는 것이 안전한지 여부와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암연구소(IARC) 연구진은 글리포세이트와 암 발병 간에 연관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2017년 EU 연구진은 글리포세이트 사용 방식이 소비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개선되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후 여러 기관에서 안정성 조사가 광버뮈하게 이뤄졌지만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

EU에서 글리포세이트 사용허가는 2017년에 5년 연장됐다. EU는 지난해 12월 허가 만료를 앞두고 EFSA가 이 화합물에 대한 약 2,400건의 연구를 평가하고 각국 정부에 권고할 수 있도록 허가 기간을 1년 더 임시 연장했다.

10년 동안 허가를 연장하려는 EC의 제안은 회원국으로부터 찬성 또는 반대 어느 쪽도 과반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여기서 과반수라 함은 27개 회원국 중 전체 EU인구의 65%에 해당하는 최소 15개국의 찬성을 얻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EC는 12월 15일 승인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자체적 결정을 내려야 했다.

EFSA는 7월 “인간과 동물의 건강 또는 환경과 관련하여 “중대한 우려 영역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글리포세이트의 특정 불순물의 안전성과 수생 식물에 대한 위험성을 포함한 일부 요인을 평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CHA는 지난해 글리포세이트가 발암성, DNA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 생식력이나 자손의 건강에 유해한 물질로 분류되는 과학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이 제품이 심각한 눈 손상을 유발할 수 있고 수생 생물에 유독하다는 경고는 그대로 유지했다.

이번 결정에 대한 과학계 의견도 갈렸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대(KCL)의 로빈 메스나지 교수(독성학)는 “글리포세이트 사용이 금지되면 이를 대체할 화학물질이 더 독성이 강할 수 있고 식품 생산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면서 EC 결정을 환영했다. 그는 “상충되는 연구가 너무 많은데다 부실한 연구도 많다”면서 “글리포세이트를 사용하는 농부만 조심하면 소비자에게까지 위험을 초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 ‘건강 및 환경 연합’(HEAL)의 활동가인 나타차 싱고티는 “이 물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EC가 자신들의 제안을 강행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그는 ”수십 년에 걸친 노출을 되돌릴 순 없더라도 보다 지속 가능한 농업 관행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만든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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