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없이 태어난 女, 이제 임신도 가능”…자궁이식수술 첫 성공

삼성서울병원 다학제 자궁이식팀, 2019년 결성... 2021년부터 환자와 함께 준비

삼성서울병원 다학제 자궁이식팀의 지난 1월 자궁이식수술 당시 집도 모습. [사진=삼성서울병원]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이 태어난 35세 여성이 성공적으로 자궁이식수술을 받았다. 월경도 가능해졌고 임신도 준비중이다. 세계적으로도 난이도 높은 수술인 자궁이식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은 국내 최초의 환자가 됐다.

이 여성은 자궁이 없었지만 결혼 후 임신을 결심하고 2021년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이후 삼성서울병원은 이식외과와 산부인과 등을 중심으로 다학제 자궁이식팀을 구성하고 지난 1월 자궁이식수술에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고 17일 전했다.

태어날 때부터 자궁이 없던 이 환자는 ‘MRKH(마이어-로키탄스키-퀸스터-하우저) 증후군’을 갖고 있었다. 선천적으로 자궁, 질 등 생식기가 없는 기형 질환으로 염색체 이상으로 발생하는 증후군이다. 여성 5000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증자의 자궁과 미세 혈관들 연결…정교한 기술이 관건인 자궁이식수술

이번 수술이 성공함에 따라 환자는 임신도 가능하다. 지난 1월 수술 후 10개월째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안정적으로 이식 상태를 유지 중이다. 특히, 이식받은 자궁은 규칙적인 월경 주기를 보이는 등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어, 환자는 최종 목표인 임신을 준비 중이다.

의료진은 환자와 수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한 후 이식 수술뿐 아니라 이식 장기의 생존 전략, 임신과 출산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함께 준비하고 계획을 세웠다. 국내 첫 시도인 만큼 법적 자문과 보건복지부의 검토,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사까지 신중하게 진행했다. 삼성서울병원이 2019년부터 다학제 자궁이식팀을 꾸린 후 관련 임상연구를 시작해온 덕분이었다.

수술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7월 환자의 어머니로부터 생체 기증을 받아 첫 이식 수술을 시행했지만, 이식 자궁에서 동맥과 정맥의 혈류가 원활하지 않아 2주만에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 환자는 절망 속에서도 재차 이식수술을 결심했고 뇌사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 이식 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해선 각종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에 6개월의 기간을 기다려야 했다.

자궁이식팀은 앞선 수술 경험의 삼아 모든 과정을 다시 꼼꼼히 살핀 한편, 공여자의 장기적출 과정부터 이식까지 완벽한 시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자궁이식이 성공하기 위해선 기증자의 자궁과 연결된 작고 긴 혈관 하나하나를 다치지 않도록 정교한 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식 후 29일만에 최초로 월경 경험…자궁이 안착했다는 신호 

이렇게 만전을 기한 수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병원에 따르면, 환자는 이식 후 29일만에 ‘생애 최초’로 월경을 경험했다. 자궁이 환자 몸에 안착했다는 신호다. 첫 월경 이후에도 규칙적인 생리주기를 유지 중이다. 이식 후 2주, 4주, 6주, 4개월, 6개월째 조직검사에서 거부반응 징후도 나타나지 않아 이식한 자궁이 환자 몸에 완전히 자리잡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현재 환자와 자궁이식팀은 인공 수정을 통한 임신을 시도하고 있다. 자궁이식팀의 이동윤, 김성은 교수(산부인과)는 이식 수술에 앞서 미리 환자의 난소에서 채취한 난자와 남편의 정자로 수정한 배아를 이식한 자궁에서 착상을 유도 중이다. 이들 의료진은 지난 2020년 세계에서 세 번째,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장 이식을 받은 환자의 임신과 출산에 성공하는 등 장기이식 환자에 대한 출산 경험이 풍부하다.

박재범 교수(이식외과)는 “국내 첫 사례다 보니 모든 과정을 환자와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간다는 심정으로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면서 “첫 실패 당시엔 참담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환자와 함께 좌절하지 않고 극복해 그토록 바라던 아기를 맞이할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유영 교수(산부인과)는 “환자와 의료진뿐 아니라 연구에 아낌없이 지원해준 후원자들까지 많은 분들이 도움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어려운 선택을 한 환자와 이를 응원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남은 과정 역시 희망이 계속되길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궁이식수술은 세계적으로도 100여 건에 불과할 정도로 난이도 높은 수술이다. 이번 수술 성공으로 선천적인 자궁 기형 환자나 질병으로 자궁을 적출한 환자에 대한 난임치료의 새 지평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진료 방향을 회의 중인 삼성서울병원 다학제 자궁이식팀의 모습. [사진=삼성서울병원]
2000년 사우디서 첫 시도…출산 성공 사례는 40건 수준

자궁이식수술은 지난 2000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시도됐다. 하지만, 당시 환자는 이식 100일 만에 거부반응을 보여 이식 자궁을 다시 떼어냈다.

이식 자궁 안착까지 성공한 첫 사례는 2014년 스웨덴에서 나왔다. 이후 관련 연구가 축적하면서 이식 성공 사례도 현재 109건까지 늘어났다. 자궁 이식 후 임신과 출산에 성공한 사례는 각각 70건과 40건 수준이다.

한편, 이번 수술은 지난 9월 미국에서 개최된 국제 자궁이식학회에서 성공 사례로 인정받았다. 특히 1차 수술 실패로 시행한 재이식 수술을 시행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라 해외 학계도 주목했다. 국내에선 17일 개최하는 대한이식학회 추계 국제학술대회에서 처음으로 공식 발표한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번 성공을 발판 삼아 또 다른 환자의 자궁이식을 준비 중”이라면서 “국내의 자궁이식 성공 경험이 계속 쌓이면서 MRKH 환자 등 자궁 요인으로 인한 불임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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