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비만치료물질, 성장동력이 될까?

한미약품이 비만치료신약 개발에 성공할 경우 해당 제품을 생산하게 될 평택 바이오플랜트 내부 모습.

한미약품이 비만치료제 개발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현재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efpeglenatide)는 한미의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LAPSCOVERY)’를 적용한 비만 치료 신약 후보물질이다.

이 물질은 지난 2015년 당뇨 치료 물질로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이전 되었으나 사노피 내부 문제 등의 사유로 2020년 반환됐다.

다만, 사노피는 2021년 미국 당뇨병학회(ADA)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가 혈당 조절과 체중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고용량 투여하는 임상3상서 효과 기대”

이후 한미약품은 해당 물질을 한국인의 비만 기준에 맞는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기존에 진행했던 임상 3상까지의 데이터를 전부 확보했고, 비만치료제로 적응증을 변경해 개발 중이다.

한미약품이 비만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경쟁 상대로 삼고 있는 글로벌 비만치료제는 현재 시판중인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 등이다.

한미약품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위고비처럼 1주 1회 주사하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1) 작용제 계열 약물로, 당뇨환자 대상 임상에서 체중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릴리의 마운자로는 원래 제2형 당뇨병치료제로 개발돼 2022년 5월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을 받고 시판 중인데, 임상3상 단계에서 강력한 비만 치료 효과를 발견했고 이달 8일 ‘젭바운드’라는 상품명의 비만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현재까지 확인된 임상 결과로는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당뇨환자 대상 3상 연구(AMPLITUDE-M)에서 체중감소 효과는 10% 미만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위고비의 15%, 마운자로의 20% 이상 체중감소 효과에 비해 다소 약하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관계자는 “3상 연구에서 도출된 체중감소 수치는 당뇨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비만치료제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글로벌 경쟁제품들과 효과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 “향후 본격적으로 비만치료제로 임상 3상을 하게 되면 종전 대비 4배 이상의 고용량을 투여해 임상테스트를 하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있는 체중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한미약품은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비만 치료 목적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3상 시험계획(IND)을 신청했으며, 지난달에 승인받았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잠재력이 글로벌 대규모 임상을 통해 이미 확인된 만큼, 이런 개발 속도라면 올해 연말 임상 3상에 돌입해 2026~2027년경 국내 출시가 예상된다.

위고비-젭바운드와 경쟁 가능성

글로벌 경쟁제품인 위고비는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으나 생산부족 문제로 국내에는 2025년말 쯤 출시될 예정이고, 마운자로도 본격 판매까지는 1~2년 소요될 것으로 보여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 출시 시점이 글로벌 경쟁 제품과 크게 격차가 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편, 국내 비만치료제는 대부분 비급여 품목으로 분류되면서 한달에 약 130만~170만원에 이르는 높은 약품 가격이 소비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한미약품의 비만치료제 신약은 국내 자체 생산설비와 유통망을 이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고비, 마운자로 등과 차별성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체중감소 효과를 얻은 약물이기 때문에 고도 비만 환자 수가 서양에 비해 적고 평균적으로 비만 체중이 낮은 한국에선 오히려 과도한 체중감소 효과가 부작용을 보일 수도 있다는 문제점들이 제기돼 왔다.

따라서 한미약품 비만치료제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얻어낸 임상 결과를 내세워 국내 시장에서 더 높은 신뢰도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시판 시 이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현재로선 420명을 대상으로 하는 마지막 임상 3상 단계에서 비만치료제의 핵심 경쟁력인 확실한 체중 감소 효과를 얻어내야 하는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

또한 자체 개발 신약으로 개발된 만큼 국내용 제품으로 국한되지 않으려면 추가적인 기술수출 등을 통해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상품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동시에 진행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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