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한방으로 심장병 막을 수 있는 날이 올까?

유전자편집 주사 맞은 희귀심장병 환자 콜레스테롤 급감해 정상화

최근 유전자편집 나노 지질 주사 한 방으로 심장병 위험을 영구적으로 낮출 수도 있다는 소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사 한 방으로 심장병을 막을 수 있을까? 최근 유전자편집 나노 지질 주사 한 방으로 심장병 위험을 영구적으로 낮출 수도 있다는 소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획기적 심장병 치료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흥분감이 감돌고 있다.

11일~1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심장협회(AHA)》 과학 세션 회의에서 미국 생명공학업체 버브 테라퓨틱스(이하 버브) 연구진은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뉴욕타임스(NYT)가 12일 보도한 내용이다.

유전적으로 심장마비 위험이 높은 10명 대상의 소규모 임상시험이었지만 최고 용량의 주사를 맞은 환자 2명의 콜레스테롤이 급감해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유전자 편집 전문가와 심장 전문의들은 더 많은 환자를 대상의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겠지만 이 치료법이 예방 심장학을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있는 혁신유전체학연구소(IGI)의 유전자 편집 전문가인 표도르 우르노프 박사는 “좋은 의미에서 루비콘 강을 건넌 것과 같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시더스 시나이 메디컬센터 스미트심장연구소 예방심장학 책임자이자 미국 예방심장학회 회장인 마사 굴라티 박사도 “거의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올 법한 치료법이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형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버브의 연구 지원을 위해 6000만 달러를 내놓은 데 이어 2억5000만 달러를 지불하고 버브의 프로그램에 대한 추가 권리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일라이 릴리의 최고 과학 및 의학 책임자인 다니엘 스코브론스키 박사는 “지금까지 우리는 유전자 편집을 다른 치료법이 없는 매우 희귀한 질병을 위해 예비해야 하는 치료법이라고 생각해왔으나 더 안전하고 널리 사용할 수 있다면 일반 질병에 적용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버브 최고경영자(CEO)인 세카르 카티레산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있는 평균 연령 54세의 환자 10명을 모집했다. 고콜레스테롤혈증은 미국에서 100만 명당 1명에게서 발견되는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환자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자연적으로 높아져 흉통과 심장마비를 겪게 된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10명은 모두 시판되는 콜레스테롤 저하제를 복용했지만 심장전문의 권장수준까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없던 사람들이었다.

연구진은 이들에게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PCSK9라는 유전자를 차단하도록 유전자 편집이 가해진 지질 나노 입자를 한 차례 주사했다. 그 나노 입자에는 콜레스테롤 합성 부위인 간에서 편집되는 PCSK9 분자 공장이 포함돼 있었다.

나노 지질 입자는 혈액을 통해 간으로 직접 운반된다. 간세포에 들어가면 입자가 열리면서 두 개의 분자가 분출된다. 하나는 DNA가 유전자 편집 도구를 만들도록 지시한다. 다른 하나는 편집 도구가 편집이 필요한 유전자로 이동하도록 안내한다.

유전자 편집 도구는 연필과 지우개처럼 작동한다. 지우개는 표적 유전자의 한 글자를 지우고 연필은 새 글자를 써서 PCSK9이 발현하지 못하게 한다.

목표는 단 한 번의 콜레스테롤 저하 치료로 평생 심장 질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었다. 환자들은 다양한 용량을 주사 받았다. 가장 높은 용량을 주사 받은 세 사람의 LDL수치는 39~55% 감소해 콜레스테롤 권장수치까지 낮아졌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뿐 아니라 심장병 문제를 겪고 있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다른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만 매년 8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심장마비를 겪는다.

고용량을 주사 받은 환자들은 몇 시간 동안 발작과 같은 증상을 보였다. 이 연구의 독립적인 데이터 안전성 및 모니터링 위원회는 두 명의 환자에게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지만 이는 기저 중증 심장 질환으로 인한 것이라 판단해 연구를 중단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한 명은 주입 5주 후에 치명적 심장마비로 숨졌다. 부검 결과 관상동맥 몇 개가 막힌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환자는 주입 다음 날 심장마비를 겪었다. 그는 수액을 맞기 전부터 흉통이 있었지만 신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이 이를 알았다면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 치료법은 10년 전 연구자들이 콜레스테롤 수치가 엄청나게 낮아 보이는 희귀하지만 건강한 사람들을 발견하면서 시작된 연구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연구는 PCSK9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더 이상 기능하지 않게 됨에 따라 심장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런 연구결과는 유전자를 차단하는 항체 개발로 이어졌다. 환자들은 일주일에 한 번 그 항체를 스스로 주사한다. 그리고 PCSK9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RNA 주사를 1년에 두 번 맞는다.

콜레스테롤이 더 쉽게 조절되는 사람들에게 처방되는 스타틴과 이 항체 처방법이 더해지면 심장병 문제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위험은 여전히 높다. 심장병 진단을 받은 환자 중에서 중 60% 미만만 스타틴을 복용하기 때문이다. 더 효과적인 고강도의 스타틴을 복용하는 환자는 4분의 1에 불과하다.

굴라티 박사는 “환자들은 처음에 그것을 복용하고 나서 잊어버리거나 필요 없다고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브리엄 여성병원의 심장병 전문의 미셸 오노그 박사는 환자들이 약이나 주사를 복용하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에 ”유전자 편집을 통해 한 번의 치료와 평생 동안의 반응에 대해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유전자 편집이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심장 위험이 있는 젊은 사람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먼 훗날의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굴라티 박사는 유전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젊은 환자들을 초기에 유전자 편집하면 동맥이 굳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며 “그것은 믿을 수 없는 약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은 유전자 편집의 성공과 안전 그리고 그것의 효과가 지속되느냐에 달려있다. 첫 번째 환자가 치료받은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다행히 원숭이 대상의 이전 동물실험은 2년 반 동안 유전자 편집의 효과가 지속되고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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