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가 부정적”…오랜 무직, 삶에 대한 인식까지 바꾼다

자발적인 니트 청년들의 인식 차이가 더 커

오랜 기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청년들이 삶에 대한 인식마저 부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랜 기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청년들이 삶에 대한 인식마저 부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지어 극단적으로 변할 위험까지 내포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 연구결과는 한국노동패널 학술대회에서 최근 발표됐다.

29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남재량 선임연구위원은 한국노동패널 2018∼2022년 자료를 분석한 ‘청년 니트(NEET) 장기 경험자의 삶 만족에 대한 비교 연구’ 논문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언급한, ‘니트’는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약자로, 일을 하지 않고 훈련이나 교육을 받지도 않는 상태를 뜻한다.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기 위해 자발적인 차원에서 니트가 된 청년들도 있으나 비자발적이고 결과론적으로 니트가 된 이들도 있다.

이에 남 연구위원은 15∼34세 미혼 니트 청년 중 구직활동을 안하는 ‘비구직 니트’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앞서 연구에 따르면 한국 니트 청년 비율은 평균 17.6%로 매우 높은 편이었다. 2020년에는 이 비율이 18.8%였다. 덧붙여 청년 니트 중 구직활동조차 하고 있지 않은 ‘비구직 니트’의 비율은 15% 수준으로 매우 높았다. 최근 5년간 비구직 니트 수는 100만명 수준(2018년 99만5000명·2019년 102만1000명·2020년 112만명·2021년 101만6000명·2022년 99만9000명)으로 2020년에는 비구직 니트 청년이 112만명에 달했다.

노동패널 조사 대상자들에게 삶에 대한 인식을 0단계(최악의 상태)에서 10단계(최선의 상태) 사이로 답하게 한 결과, 2018∼2022년 5년 연속 비구직 니트였던 청년과 그렇지 않은 청년의 인식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비구직 니트 청년들은 삶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다.

니트 비경험 청년들 중엔 7단계라는 응답이 34%로 가장 많았던 반면, 니트 청년들은 5단계라는 응답이 31.6%로 가장 많았다. 5년 연속 비구직 니트 상태인 청년들 중엔 현재의 삶이 ‘최악의 상태’인 0단계나 1단계라고 답한 비율도 각각 1.4%와 2.1%이었지만, 니트 비경험 청년들은 0단계와 1단계 응답률이 0.0%였다.

아울러 비구직 니트 상태를 2년 연속 경험한 청년들도 니트 비경험 청년에 비해 삶에 대한 인식이 다소 부정적이었지만, 0단계와 1단계 응답률은 각각 0.0%, 0.6%에 그쳤다.

연구팀은 “비구직 니트를 5년 연속 경험하는 경우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커졌다”며 “비구직 니트의 경험이 거듭될수록 부정적 인식이 극단적 인식으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고 분석했다.

남 연구위원은 5년 연속 비구직 니트였던 청년들이 니트 생활을 시작하기 전인 2015년 조사에서는 삶에 대한 인식이 니트 비경험자와 큰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타인에 대한 신뢰나 불신의 정도, 참을성과 신중성 등도 두 집단 사이에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남 연구위원은 “비구직 니트 장기 경험자들이 처음부터 삶에 대해 극단적인 인식을 가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비구직 니트를 장기간 경험할 경우 누구라도 삶에 대한 극단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장기 니트 경험자를 찾아 적절한 조차를 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니트 경험 장기화를 초래할 수 있는 정책들, 예컨대 교육수준별 청년 노동력 수급의 불일치를 초래하는 정책 등을 바로잡는 것이 보다 근본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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