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는 ‘당류 권고치’ 정책에서 정말 당당한가?

[박효순의 건강직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광풍처럼 스쳐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민의 비만율(과체중 및 복부비만)이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 등 활동량 감소와 식생활 왜곡이 초래한 일로 분석한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 기간 이전인 2019년에 비해 코로나 기간인 2020년과 2021년에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비만 인구가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남자는 40대, 여자는 30대와 60대에서 비만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2022년 이후 코로나 기간보다 국민 비만율이 다소 낮아졌다는 보고가 있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보면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런 문제점의 저변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가공식품 및 패스트푸드 등에 대한 당류 기준치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지나친 당류의 섭취는 비만과 당뇨병을 비롯해 다양한 질병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현재 식약처는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 등의 식품영양 정보에서 당 10g을 하루 섭취 당류 영양권고치의 10%로 환산해 표기한다. 동네 마트나 슈퍼에 가서 탄산음료를 비롯한 가공식품 등의 영양정보 표시사항을 살펴보면 잘 드러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경우 하루 2000㎉를 기준으로 10%에 해당하는 200㎉를 일일 당류 섭취 상한으로 권고한다. 약 50g에 해당하는 당류이다. WHO 기준으로 따지면 당류 10g은 일일 상한 권고치의 20%에 해당한다. 100%는 50g이다. 식약처 기준으로는 100%가 100g이다.

몇 년 전까지는 당류 영양정보 표시사항 부분이 공란으로 되어 있었다. 국민이든 업계든 학계든 대부분이 WHO 기준으로 환산해서 계산했다. 그래서 기자는 10여 년 전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당류 권고량을 %로 환산해 이 공란에 게시할 것을 보건당국 등 각계 요로에 주장했다. 한번은 식약처와 영양학 교수, 식품 업계가 참가하는 세미나에서 이런 주장을 했다가 강력한 반발에 부닥쳤다. 당류는 나트륨이나 다른 영양소와 달리 %로 환산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반대의 큰 근거였다. 천연당도 있고 첨가당도 있어서 단순하지 않다고 한 영양학 교수는 밝혔다. 이 의견에 식약처 공무원도 찬동하고, 업계는 ‘말도 안 되는 말씀’이라고 크게 손사래를 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후로부터 1~2년 있다가 기자는 우연히 슈퍼에 들렀다가 일부 가공식품에 당류 % 표시가 된 것을 발견했다. 식약처에 문의하니, 천연당·첨가당 따지지 않고 10g은 10%로 표기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공청회도 하고 경과 기간도 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주변에 의대 교수님을 포함해 전문가 몇 명에게 이 사실에 대해 문의했으나 그렇게 시행되는 사실을 아는 분이 없었다. 이때 전문가들 상당수가 천연당·첨가당 따지지 말고 첨가당의 경우만 따져서 “10g=20%로 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런 내용을 최근까지 기사에 여러 차례 적시하며 식약처의 당류 정책이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식약처의 해명이나 반박을 들은 적이 없다.

한국의 당류 1일 섭취 상한선은 % 표시를 하면서 갑자기 2배로 늘어난 셈이다. 기자가 당류 % 표시를 주장한 것은, % 표시를 함으로써 당류 섭취에 대한 경각심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결과는 기자의 생각과 상당히 엉뚱하게 나타난 것이다. 그 이후에 기회 있을 때마다 ‘당류 경고문구’ 표기를 주장했다. 예를 들어 ‘지나친 당류 섭취는 건강에 해롭습니다’ 이런 식이다. 미국영양학회는 이미 몇 년 전에 가공식품에 당류 경고문구를 표기해야 한다고 미국 중앙 정부에 권고했다.

정책이나 법·제도·규정의 변경은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보다 전향적 자세로 국민건강권을 보호하려는 의지를 보건당국은 가져야 한다. 당류 과다 섭취로 인한 비만, 당뇨병 등 만성 질환들이 크게 늘고 있고, 갈수록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다 강력한 당류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박효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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