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으로 조현병 환자 가려낼 수 있다”

조현병 환자의 말에 숨겨진 특징 찾아내

AI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은 환자의 말에서 미묘한 특징을 특성화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개발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조현병은 전 세계적으로 약 2400만 명 이상이 앓고 있는 정신 질환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조현병 환자의 범죄가 이어지면 질병의 조기 발견과 치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정신과 진단은 거의 전적으로 환자 및 가까운 사람들과의 대화에 의존하고 있다. 혈액 검사나 뇌 스캔과 같은 검사도 하지만 최소한의 역할에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정신 질환의 원인에 대한 더 풍부한 이해와 치료 모니터링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유니버시티 컬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과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AI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은 환자의 말에서 미묘한 특징을 특성화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조현병 환자 26명과 대조군 26명에게 5분 동안 ‘동물’ 범주에 속하거나 ‘p’로 시작하는 단어를 최대한 많이 말하도록 했다. 참가자들의 답변을 분석하기 위해 연구진은 방대한 양의 인터넷 텍스트를 학습해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단어의 의미를 표현하는 AI 언어 모델을 사용했다. 연구진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떠올린 단어를 AI 모델이 예측할 수 있는지, 그리고 조현병 환자에서 이러한 예측 가능성이 감소하는지 테스트했다.

연구 결과 AI 모델은 대조군 참가자의 답변을 조현병 환자의 답변보다 더 잘 예측했다. 이러한 차이는 증상이 심한 환자에게서 더 크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는 뇌가 기억과 생각 사이의 관계를 학습하고 소위 ‘인지 지도’에 이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UCL 퀸스퀘어 신경학 연구소 및 옥스퍼드대의 메튜 누르 박사는 “최근까지 언어의 자동 분석은 의사와 과학자들의 손이 닿지 않는 영역이었다. 하지만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언어 모델의 등장으로 이러한 상황이 바뀌고 있다”며 “이 연구는 언어 및 의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의학 분야인 정신의학에 AI 언어 모델을 적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다양한 언어 환경에서 더 많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 기술을 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지 테스트할 계획이다. 누르 박사는 “최첨단 AI 언어 모델과 뇌 스캐닝 기술을 결합해 뇌에서 의미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그리고 이것이 정신 장애에서 어떻게 잘못될 수 있는지를 밝혀내기 시작했다”며 “의학 분야에서 AI 언어 모델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이러한 도구가 안전하고 견고한 것으로 입증되면 향후 10년 이내에 병원에 배치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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