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충동도 타고난다? “12가지 유전자 변이 발견”

우울증, 심장질환 및 폐질환과 관련된 유전자와 겹쳐

유전적 소인이 다른 스트레스 요인과 결합되면 자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자살과 관련한 최대 규모의 유전학적 연구에서 자살충동과 관련된 12가지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다. 이들 유전자 변이는 자살 위험뿐 아니라 우울증, 심장질환 및 폐질환과 관련된 유전자와 겹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정신의학저널(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 발표된 국제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4일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를 이끈 미국 유타대 헌츠먼정신건강연구소(HMHI)의 애나 도처티 교수(정신과)는 “자살하는 사람들은 그 위험과 관련된 심각한 건강 상태를 가지고 있다“면서 “유전정보를 사용하여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건강 위험을 특성화할 수 있다면 정신 건강 관리 시스템과의 접촉이 필요한 환자를 더 잘 식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다양한 인종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포함하여 22개의 다른 인구집단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약 4만4000건의 문서화된 자살 시도와 조상이 확인되는 91만5000명 이상의 대조군의 유전자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진은 자살 시도와 관련된 유전적 변이를 발견한 후 이를 이전에 발표된 1000여 가지의 다른 건강 문제에 대한 유전적 데이터와 비교했다. 도허티 교수는 “이를 통해 자살에 대한 유전적 위험이 우울증, 심장병 및 기타 여러 위험 요소에 대한 유전적 위험과 어떻게 겹치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하나의 유전자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유전자가 중첩돼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유전자는 만성통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폐질환, 심장질환을 포함한 신체적, 정신적 건강문제와 관련성이 높았다. 도허티 교수는 “정신 건강 상태뿐만 아니라 특히 흡연 및 폐 관련 질환과 같은 많은 신체 건강 상태와 상당히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자살로 사망한 사람의 의료 기록만 봐서는 알 수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건강 요인 중 하나를 가진 사람이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높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지만 유전적 소인이 다른 스트레스 요인과 결합되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연구진의 일원인 HMHI의 힐러리 쿤 교수(정신과) 교수는 설명했다.

연구진은 여러 유전자 변이가 세포 스트레스 관리, 손상된 DNA 복구, 면역 체계와 교신 같은 세포활동을 제어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변이는 또한 뇌에서 많이 발현되며 항정신병 및 항우울제의 표적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이들 변이와 자살 시도 간의 연관성을 보여줄 뿐이지만 위험을 평가하고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도처티 교수는 “우리는 자살과 이러한 건강 요인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생물학적 토대를 탐구하고자 하다”면서 “가장 설득력 있는 약물 표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ajp.psychiatryonline.org/doi/10.1176/appi.ajp.21121266)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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