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생각 피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워”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통념에 반하는 연구결과

부정적인 사건들에 대한 두려움을 억누를 수 있도록 돕는 훈련을 받은 사람들의 정신 건강이 실제로 개선되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신 건강에 대한 오랜 신념은 부정적인 생각에서 오는 불안과 우울증을 완화하기 위해 두려움에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사건에 대한 생각을 억제하는 것은 사람의 정신건강을 향상시킨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즈(Science Advances)》에 발표된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2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자들은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인 사건들에 대한 두려움을 억누를 수 있도록 돕는 훈련을 받은 사람들의 정신 건강이 실제로 개선되었다고 보고했다. 임상시험을 시작할 때 정신 건강 증상이 더 심했던 사람일수록 개선효과가 더욱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케임브리지대 MRC 인지 및 뇌과학 연구팀 책임자인 마이클 앤더슨 교수는 억압이 필연적으로 실패하기 때문에 잘못된 대처과정이라는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통념에 반하는 연구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프로이트 이래로 한 세기 동안 우리는 고통스럽고 두려운 생각을 의식에서 밀어내면 행동, 꿈, 감정, 동기 및 움직임에 무의식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면서 “사실 이런 생각은 신경과학과 심리학의 증가하는 증거들과 상충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억제적 통제, 즉 인간이 반사적인 반응을 무시하는 능력으로 알려진 뇌 메커니즘에 대한 앤더슨 교수의 선행 연구에서 비롯했다. 앤더슨 교수는 “만약 불쾌한 생각이 여러분의 마음에 떠올랐고 지금 당장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다면, 여러분은 친절하게 그것을 의식에서 밀어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16개국에서 온 120명의 성인을 상대로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모두 부정적 생각을 억제하기 위해 3일간의 온라인 훈련을 받았다. 앤더슨 교수는 참석자 모두에게 자신을 괴롭혔던 20개의 잠재적 사건(코로나19로 사망한 부모), 36개의 일상적이고 중립적인 사건(안경사에 가는 것), 20개의 기쁨 또는 긍정적인 사건(자매의 결혼식 참석)의 목록을 작성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각각의 잠재적인 사건에 제목을 붙였고, 사건에 대한 한 문장의 설명과 사건과 관련된 중심적인 세부사항을 제공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부모가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어 참가자들에게 그들의 다양한 미래 사건들의 제목을 반복적으로 제시했다. 앤더슨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당신은 화면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빨간색 신호가 나타나면 먼저 해당 사건의 성격을 인식하라는 지시가 될 것입니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나요? 그것은 부모님이 코로나19에 걸릴까 걱정하는 내 마음입니다.“

그리고 나서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그 사건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그만둘 것을 요청했다. 그 사건을 상상하거나 다른 것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기된 기억이 유발할 수 있는 어떤 이미지나 생각을 차단하는 것이다. “해당 신호가 화면에 나타나는 나머지 4초 동안 정교한 생각을 억제하고, 떠오르는 모든 정신적 이미지를 억누릅니다. 머리에 멍이 들지 않게 하고, 그것에 대한 생각을 접어라. 그러면 화면에서 다른 신호가 나타나고 다른 사건에 대한 신호가 화면에 나타납니다.”

연구진은 각각의 잠재적인 사건들을 3일 연속으로 여러 번 조사했고, 3일째에는 참가자들에게 각각의 상상된 미래의 사건들에 대한 그들의 감정을 평가하도록 요청했다. 그리고 나서 참가자들은 그들의 정신적, 감정적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 고안된 설문지에 응답했다.

앤더슨은 “여러분에게 가장 괴로운 것들을 지속적으로 억제하려고 하면 여러분의 정신 건강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질문에 초점을 맞췄다”며 “그에 대한 답은 기본적으로 우울증을 감소시키고, 불안을 감소시키고, 걱정을 감소시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3개월 뒤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다시 실시했다. 참가자들의 우울감과 부정적인 감정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앤더슨 교수는 “우리는 그들에게 그 3개월 동안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지 않았지만 참가자의 약 80%는 계속 부정적 생각을 억제해왔고 그 결과 정신건강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우울증, 불안장애 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같은 감정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은 이 접근법의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왜냐하면 그들의 두뇌 활동에서 약간의 차이가 그들이 부정적인 생각을 억누를 수 없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고 앤더슨 교수는 말했다. 실험 초기에 가장 증상이 심했던 사람들, 즉 가장 우울했던 사람들, 가장 불안했던 사람들, 유행병과 관련된 PTSD의 가장 큰 증거를 가진 사람들이 3일간의 훈련 후에 정신 건강에서 가장 큰 이득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PTSD를 가졌지만 부정적인 생각을 억제한 참가자는 부정적인 정신 건강 점수가 16%, 긍정적인 정신 건강이 10% 향상됐다. 반면 중립적인 사건을 억제한 참가자들은 각각 5%와 1%의 향상만 보였다.

또 감정적인 문제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3개월간의 추적 기간 동안 이 전략을 계속 사용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억압된 사건을 더욱 생생하게 기억하는 ‘반발 효과’의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앤더슨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가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일부 정신적, 정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h5292)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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