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아픔을 넘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지금, 여기’

[채규만의 마음이야기]

우울증의 핵심은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대한 상실감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인간이 현명한가 쥐가 똑똑한가?

인간이 똑똑한가 쥐가 똑똑한가에 관한 실험을 했다. 미로를 만들어 놓고, 한 곳에 치즈를 넣은 후 쥐를 미로에 노출하면, 쥐는 여러 미로를 탐색하다가 치즈가 있는 곳을 찾아 치즈를 즐긴다. 이번에는 치즈를 다른 곳으로 옮기면, 쥐는 이전에 치즈가 있었던 곳으로 곧장 가지만, 치즈가 그곳에 없으면 다른 곳을 탐색해서 결국에는 다른 곳에서 치즈를 찾아 먹는다.

인간은 어떤가? 인간도 쥐와 마찬가지로 시행착오라는 행동을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게 되는데, 문제는 과거 자신에게 효과적이었던 행동이 이제는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은 경우에도 평생 같은 행동을 반복해서 자신이 원하는 만족감과 행복을 추구하려고 한다. 가장 흔한 예가 중독 행동이다. 중독의 행동이나 물질을 통해서 결과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의 만족이나 행복을 얻지 못해서 자신의 삶이 망가져도 그 행동을 반복한다.

즉 동물은 주어진 상황에 쉽게 적응하는 융통성이 있는데, 인간은 때로는 융통성 없이 자기 생각이나 고집을 부려서 스트레스나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인간이 똑똑한가 쥐가 똑똑한가?

현대 심리치료의 대가 중의 하나인 스티브 헤이즈(Steven Hayes)박사에 의하면 인간의 행복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융통성(Flexibility)이라고 주장했다. 우울, 불안, 및 각종의 정신 병리의 근저에는 효과적이 아닌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에 고착되어서 평생 자기 안에 갇혀 있는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우울증은 상실감에 대한 집착

우울증의 원인은 아주 다양하지만, 우울증의 핵심은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대한 상실감이다. 우리는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서, 재물, 사회적인 지위, 자녀, 부부, 개인적인 성취감 등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다르다. 우울증 때문에 시달리는 내담자를 상담하다 보면, 자신의 자녀가 불의의 사고로 인한 사망한 경우, 소중한 친척이 갑자기 자살로 사망한 경우, 배우자나 부모가 심장 마비로 사망하였을 때 등,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을 경험한 사람들이 애도 과정에서 우울증에 빠진 경우가 많았다. 우울증은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대상, 물건, 지위 등의 상실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감정이 우울이다.

상실에 대한 자연스러운 감정이 우울증으로 변해서 우리에게 역기능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상실감에 대한 융통성 없는 집착 때문이다. 즉 이미 죽은 아들이 자신의 옆에 없는데도 그 아들을 마음속에서 떠나 보내지 못하고, 아들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여기면서 매일 상실감에 집착하는 것이 우울증이다. 과거에 이미 발생한 사건을 “내가 그렇게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내 삶이 이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았을 것인데.” 하면서 과거의 일에 집착하고 벗어나지 못하면 우울증이 된다.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상실했을 때, “내가 왜 그렇게 행동을 해서 이러한 결과를 가져왔나?” 하면서 자신을 심리적으로 공격하고 과거에 집착하면 우울증이 된다. 이렇게 볼 때 우울증은 자신의 삶이 현실에 융통성 있게 적응하지 못하면, “이제 너는 네 삶을 돌아보면서 현실에 맞고, 적응하면서 살아야 행복할 수 있다!”라는 내부의 경고 메시지인 셈이다.

우리의 삶을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해야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와같이 한때는 자신에게 효과적이었지만, 이제는 효과적이 아닌 행동을 반복할 때 문제가 되기에 자신의 삶에서 효과적이 아닌 행동을 과감하게 고치고 수정해야 한다. 회사의 생산력이 떨어지고 위태할 때, 과거 회사가 호황을 누리던 시기를 안타까이 하고 우울증에 빠져서는 회사가 살아남을 수 없다.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해야 회사가 회생하고 위기를 기회로 발판 삶아서 도약할 수 있다. 우리의 삶도 똑같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행복을 주거나 삶의 만족감을 주지 못하면 과감하게 인생을 구조를 조정해야 한다.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 삶을 구조조정해야 한다.

과거에 일어난 상실감은 이제 과감하게 내려놓고 떠나 보내야

아직도 소중한 사람이나, 물건, 기회, 지위를 상실해서 후회하고 우울한 삶을 사시는 분이 계신다면 이제 상실감을 내려놓고, 과감하게 마음의 구조를 조정해야 한다. 즉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매여서 우리의 소중한 삶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현실적으로도 아무리 후회하고 애도해 봤자 죽은 자녀가 돌아올 수 없다. “이것을 알지만 안 돼요.”라고 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과거에 집착한 것도 내가 선택적으로 집착하는 것이고, 이제 죽은 자녀를 그만 내 마음속에서 내가 보내고 나의 소중한 삶을 사는 것도 내 선택이다.”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내 안에 생각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함을 활성화해야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흘러가는 물에 떠내려가는 낙엽 위에 나의 아쉬움이나 상실감을 모두 떠내려 보내고 마음을 비우자.

우울증의 킬러는 지금 여기(Here and Now)에 삶을 사는 것

“지금 여기 삶”을 사는 것은 과거에 집착한 우울증에 정 반대되는 삶을 사는 삶이다. 즉 오늘도 내가 살아서 숨을 쉬고,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삶 자체에 감사하고, 오늘도 주어진 삶을 어떻게 즐기면서 살 것인 거하면서 사는 삶을 살면 우울증이 침범하고 우리의 삶을 오염시킬 공간을 주지 않는다. 우울증과 싸우는 삶이 아니고, 내가 지금 여기의 삶을 살면 우울증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게 되고 우울증이 나도 모르게 사라진다.

우울증을 극복하는 마음 챙김의 삶

요즘에 심리치료에서 가장 뜨거운 용어는 마음 챙김(Mindfulness)이다. 마음 챙김의 의미는 현재의 상태에 목적을 가지고 집중하면서, 마음에서 일어나는 각종의 생각 감정 행동을 비 판단적으로 바라면서 알아차리고 그러한 생각과 싸우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마음 훈련이다. 일종의 마음 수련이라고 봐야 한다. 즉 우울증에 관련된 생각에서 벗어나는데 마음 챙길 훈련이 아주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미 밝혀졌기에 다음 기회에 자세히 소개할 것이다.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항상 새날의 삶을 살아야

우리는 연초나 신년이 되면 새날이라고 흥분하고 새해에 새로운 각오를 하면서 산다. 그러나 그러한 새해에 대한 감동은 얼마 가지 않아서 줄어든다. 우리는 언젠가는 우리의 삶을 마감한다는 그 마지막 날을 기점으로 현재를 바라보면 우리는 오늘이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고, 새날이 될 수도 있다. 바닷가의 모래사장이 밀물과 썰물이 들어오고 나가면 아주 새로운 모래사장이 되는 것 같이 우리의 마음도 항상 새로운 상태에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 나라는 존재는 과거에 관련된 존재이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미래 삶에 관련해서 우리의 삶을 바라볼 수 있고, 항상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우울증의 원인이 되는 과거에 관련된 상실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고, 항상 지금 여기의 삶에 집중하면서 마음을 비우고 살면 우울증은 저절로 마음속에서 사라진다. 우울증은 극복할 수 있다.

    채규만 교수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