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만성 대사질환…인식 바꿔야 할 시점”

한국 찾은 글로벌 석학 "고혈압, 당뇨처럼 장기간 약물치료 중요해져"

비만 분야 글로벌 석학인 미국 알바니메디컬센터 로버트 부쉬 박사가 대한비만학회가 주관한 국제학술대회 ‘ICOMES 2023’에 참석했다. [사진=코메디닷컴]

“비만 관리에 개념이 바뀌고 있다. 진행과 재발을 반복하는 ‘만성 대사성 질환’이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의료계가 바라보는 비만 질환은 단순히 미용 목적으로 살을 빼려는 다이어트 행위와는 결이 다르다. 비만은 고혈압이나 인슐린 저항성, 이상지질혈증, 지방간, 내장비만 등 여러 대사성 위험인자들과 영향을 주고 받는다. 때에 따라서는 질환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거나 결과물이 되기도 한다.

의료전문가들이 비만을 ‘대사증후군’이라는 큰 범주에 묶어 보는 이유기도 하다. 최근 이러한 비만 질환에 인식이 바뀌면서 관리 전략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약물 오남용 문제가 큰 의료용 마약 펜터민(식욕억제제) 등을 대체할 실탄도 쌓이고 있다. 단순 식욕 억제보다는 심장 및 혈관 등에 부가적인 혜택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란 평가다.

비만 연구 분야에 글로벌 석학인 미국 알바니메디컬센터 로버트 부쉬 박사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그는 대한비만학회가 주관하는 국제 비만‧대사증후군 학술대회(ICOMES 2023)에 주요 연자로 참석해 이 같은 조언을 남겼다.

부쉬 박사는 “비만은 정신적인 문제를 비롯해 여러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하는 만큼 이제 예방과 치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비만이란 만성질환을 제대로 이해하고 치료에 대한 올바른 접근법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성질환 관리 분야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생활습관 변화다. 그럼에도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다른 만성질환과 같이 대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장기적인 약물치료가 무엇보다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ICOME 2023 학술회 전경. [사진=코메디닷컴]
이에 따르면, 비만 관리 전략에는 총 네 단계가 강조된다. 균형 잡힌 영양 섭취와 신체 활동을 늘리는 생활습관 교정이 비만 관리의 첫 단계다. 이후 두 번째 단계부터 ‘치료’라는 말이 들어간다. 의료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한 병적인 상태라는 얘기다.

인지 및 행동을 교정하고 전문가 상담 등을 병행하는 ‘인지행동 중재치료’로 약 5%의 체중 감량을 기대할 수 있으며, 중재치료에도 효과를 보지 못한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약물치료가 시작된다.

그는 “약물치료에는 날트렉손·부프로피온과 펜터민·토피라메이트 복합제, 올리스타트 등과 최신 비만약으로 주목받는 리라글루타이드 및 세마글루타이드 등의 GLP-1 유사체 계열 작용제가 이용된다”며 “지금껏 발표된 임상 논문들을 짚었을 때 최소 5%에서 15% 정도의 체중 감량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 방법으로 내시경 시술과 외과적 수술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외과적 수술의 경우, 비만 환자 누구나가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비만 수술의 대명사로 쓰이는 베리아트릭 수술(Bariatric Surgery)은 합병증을 동반한 난치성 고도비만 환자에서 복부를 절개하지 않고 작은 내시경(복강경)을 이용해 진행하는 외과적 수술법이다.

여기서 부쉬 박사는 약물치료의 역할을 되짚었다. 그는 “비만 관리에서 약물치료는 첫단추가 되는 생활습관 교정과 최종 단계인 외과적 수술 사이를 채워주는 중요한 기둥 역할을 한다”고 언급했다. 때문에 기존 비만 치료제들의 주요 기능인 식욕 억제와 더불어 체중 감량 효과, 혈당 조절, 심혈관 혜택 등을 기대할 수 있는 GLP-1 계열 치료제의 진입에는 상당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치료제는 체내에서 인슐린 분비를 유도해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GLP-1 호르몬의 유사체로 작용한다. 췌장의 베타 세포에서 생성되는 GLP-1 호르몬은 인슐린 합성 및 분비, 혈당량 감소, 위장관 운동 조절, 식욕 억제 등에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쉬 박사는 “주 1회 주사제인 세마글루타이드의 임상프로그램인 STEP 연구 결과들을 보면, 세마글루타이드 약물치료와 함께 지속적으로 체중관리를 시행한 환자군에선 총 68주간의 임상평가 기간 연구 시작시점 대비 최대 18.2%의 체중 감량 결과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약물치료 20주차(5개월) 시점에 세마글루타이드 치료군에서 8.8%의 체중이 감소한데 반해 위약(가짜약) 치료군에선 오히려 체중이 6.5% 증가하며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며 “리라글루타이드 및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GLP-1 작용제 옵션은 다양한 인구 집단에서 지속적인 체중 감량 혜택을 확인한 약물로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Obesity is a chronic disease(비만은 만성질환이다)’ 슬로건을 건 노보 노디스크 제약 부스 모습. [사진=코메디닷컴]
한편 이번 국제학술대회에 메인 스폰서 기업으로 참여한 노보 노디스크의 제약 부스에는 참석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으며 높아진 위상을 보여줬다.

이 회사는 비만 치료제 시장에 GLP-1 작용제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알린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를 개발했다. 삭센다는 1일 1회 주사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각각 2014년, 2017년에 허가를 획득했다. 뒤이어 주사 횟수를 줄인 주 1회 주사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2021년 6월 미국 승인 후 올해 4월 국내 허가 작업을 끝마치고 출시를 준비 중인 상황이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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