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허리뼈가 끊어졌다고?”…척추분리증 뭐길래

최근 허리가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매우 놀랐다. A(63)는 지난해 말 은퇴한 후, 건강관리를 위해 인근 공원에서 꾸준히 걷기 운동을 해왔다. 하지만 몇 달 전부터 허리가 불편해지기 시작하더니 최근 통증까지 심해져 신경외과를 찾았던 것이다.

이런저런 검사 끝에 나온 병명이 ‘척추분리증’. “허리뼈가 끊어졌다”는, 무시무시한 이름이었다. 그런 이름 탓에 “무섭고 희귀한 질병”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많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리 몸의 기둥이라 불리는 척추뼈는 모두 33개다. 목 쪽 경추 7개, 가슴 쪽 흉추 12개, 허리 쪽 요추 5개, 엉덩이 쪽 천추 5개와 미추 4개. 척추뼈는 각각 원통 모양의 척추제, 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 양옆과 뒤로 뻗어진 돌기로 이루어져 있다.

척추분리증은 척추제와 척추제 사이를 이어주는 이음새 뼈 ‘협부’에 금이 가거나 협부가 끊어진 상태다. 척추 연결고리가 끊어져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 5% 이상이 갖고 있는, 비교적 흔한 증상이기도 하다.

대동병원 척추센터 정동문 소장(신경외과 전문의)은 “허리에 통증이 발생하면 대부분 허리디스크라고 불리는 ‘추간판 탈출증’을 의심하지만, 이는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가 돌출되는 질환”이라며 “그에 비해 척추뼈 구조에 이상이 생긴 척추분리증은 엄연히 다르다”고 했다.

선천적으로 생길 수도, ‘피로 골절’로 생길 수도 

척추분리증은 협부가 선천적으로 약하게 태어났거나 노화, 외상, 반복적인 허리 충격, 바르지 못한 자세 등이 원인이 돼 생긴다. 레슬링, 체조, 다이빙, 축구 등 과격한 운동을 하다 협부가 반복적으로 과부하를 받으면 오는 ‘피로 골절’로도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선천적인 경우, 별다른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내다가 사춘기에 접어들며 성장이 빨라지면서 증상이 나타나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흔히 4번, 5번 요추에 많이 발생한다. 장시간 같은 자세로 있는 경우, 허리를 뒤로 급히 젖히는 경우, 오래 서 있는 경우, 너무 많이 걷는 경우, 앉아 있다 갑자기 일어나는 경우 등에 허리 통증이 온다.

하지만 이렇게 생긴 통증 대부분은 잠깐 왔다가 없어지거나 가벼워서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큰 증상 없이 지내다가 척추분리증이 심해지거나 노화로 척추의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면 위쪽 척추뼈가 앞으로 밀려나면서 ‘척추전방전위증’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위 척추뼈가 아래 척추뼈보다 배 쪽으로 미끄러져 나가면서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리는 질환이다. 특히 걸을 때 증상이 심해지므로 오래 걷기가 쉽지 않다. 또 허리를 앞으로 굽힐 때 호전되는 것을 느낀다.

척추관 내 신경이 압박받아 허리나 엉덩이로 시작해 다리로 뻗치는 통증, 다리 저림, 시림 등 감각 이상 등이 나타난다. 그대로 놔둘 땐 엉덩이나 다리 마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동문 소장은 “허리 통증이 발생하면 노화로 인한 만성질환 또는 갑자기 무리해서 쉬면 나아진다는 등의 이유로 내버려 두는 경우가 많다”면서 “통증이 지속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반드시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했다.

진단은 엑스레이를 통해 척추뼈 구조를 확인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척추뼈가 밀려나거나 분리된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CT 촬영을 하기도 한다. 디스크 상태. 신경 압박 정도, 인대, 근육 등을 확인하는 MRI 촬영을 추가할 수도 있다.

증상이 대수롭지 않으면 약물요법, 물리치료, 보조기 등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한다. 그래도 통증이 지속하거나 15분 이상은 걷지 못하는 경우, 발목·발가락 감각 이상 또는 마비 증상이 있는 경우라면 신경차단술 같은 시술이나 수술로 갈 수도 있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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