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비뇨기암 요로상피암, 면역항암제 실제 써보니…

[바이오VIBE]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이상철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이상철 교수.

“전이성 방광암 치료에 있어 ‘면역항암제’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해졌다. 확실히 부작용 발생 부담이 적고 오랜 기간 치료 효과가 유지된다. 다만, (연구설계 문제로 인해) 보험급여가 2년 동안 한정적으로 지원되는 부분은 아쉬운 점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이상철 교수는 최근 코메디닷컴과 가진 인터뷰에서 방광암(전이성 요로상피암) 치료 분야 면역항암제의 역할에는 높은 점수를 매겼다. 독성 부작용 문제가 컸던 기존 항암화학요법과 비교해 효과와 안전성 모두를 크게 개선시켰다는 점을 주목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항PD-1 계열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가 방광암 2차 치료에 최초로 보험급여를 적용받으며 재발 환자 진료현장에도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방광암 2차 치료에 처방 적응증을 가진 면역항암제는 키트루다가 유일한 상황이다.

키트루다는 글로벌 임상시험인 ‘KEYNOTE-045 연구’를 통해 PD-L1 발현율에 상관없이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OS) 개선효과를 입증했다. 때문에 글로벌 표준지침으로 통용되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도 이 같은 혜택을 인정해 권고등급이 가장 높은 ‘Category 1’ 선호요법으로 키트루다의 사용을 추천했다.

통상 방광암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52만 명의 환자가 진단을 받고, 전체 암 가운데 사망자 수 기준으로는 1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약 85%의 환자가 60세 이상인 고령으로 70%에 달하는 환자가 재발을 경험하며,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 자체가 까다롭다.

여기서 요로상피암은 방광 및 요관, 신우에 모두 발생할 수 있다. 남성에서 발생률이 높은 편이며 흡연, 음주 등이 주요 위험인자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성암 기준 전립선암, 신장암과 더불어 3대 비뇨기과 암종으로 일컫는다.

이 교수는 “요로상피암은 전립선암과 신장암에 비해 예후가 안 좋고 진행도 상당히 빠른 편”이라며 “특히 고령일수록 위험인자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고 치료 효과가 적어 키트루다와 같은 면역항암제의 사용이 필요한 환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령 전립선암이나 신장암 같은 경우, 수술을 한두 달 정도 미루더라도 암이 진행하거나 전이될 확률이 적지만 방광암은 얘기가 다르다”며 “요로상피암은 2기 이상에서 근치적 방광적출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데 방광 적출이 두려워 치료를 연기하고 선제적 항암요법도 받지 않은 채 한두 달만 지나도 전이가 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방광암은 암의 재발 빈도나 예후에 있어서도 상황이 좋지 않다. 더욱이 침윤성 방광암과 전이성 방광암은 굉장히 예후가 불량하기 때문에 수술하더라도 30% 정도는 암이 전이되거나 계속해서 진행된다. 내시경 치료와 주기적인 관리를 하면 생명에 별다른 지장이 없는 표재성 방광암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이 교수는 “방광암은 전이되면 ‘완치’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물론 특별한 유전자를 갖고 있거나 약제에 반응이 아주 좋아 전이 상태에서도 완치되는 환자들이 있지만 이례적인 경우”라며 “뇌경색 등의 질환처럼 발병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적절한 약물 치료로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렇다면 치료법은 어떨까. 면역항암제가 처방권에 등장하기 전까지는 항암화학요법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항암화학요법은 탈모나 위장장애 등 여러 부작용이 많아 환자들이 힘들어한다. 방광암은 1차 표준요법으로 백금 기반 항암제와 ‘젬시타빈(gemcitabine)’이라는 약제를 병용해 사용한다.

이 교수는 “항암제는 빠르게 자라는 암세포에 대응하기 위한 약이다. 그러다 보니 머리카락, 위장관, 손톱, 발톱 등과 같이 우리 몸에서 빨리 자라는 일반 세포도 영향을 받는다”며 “골수 역시 세포가 빨리 자라기 때문에 빈혈 유발, 혈소판과 백혈구 감소로 인해 멍이 들고 감염증이 발생하는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면역항암제의 진입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면역 치료에 과하게 반응하는 일부 환자를 제외하면 부작용이 두드러지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그는 “아직 오래 사용했을 때의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가 없기 때문에 정답은 아무도 알 수 없다”면서도 “일반적으로 약제를 오래 사용할수록 효과도 좋아지기 때문에 전이 치료시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한 방안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국내에서는 작년 급여 적용 이후, 올해 8월 기준으로 1년 동안의 처방 경험을 쌓게 됐다. 급여 기준에 따르면, 키트루다는 이전에 수술 전 보조요법 그리고 수술 후 보조요법, 1차 치료(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사용) 도중 실패하거나, 재발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2차 항암제를 투약할 때엔 1차 치료와 달리 기대치를 낮출 수밖에 없다. 통상 2차 항암 환자는 치료 성공 가능성도 낮아진다”며 “이미 전이가 진행된 환자에서는 완치라는 개념이 거의 없기에 최대한 오랜 기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항암제가 가진 주요 역할”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키트루다를 급여 적용 이전 시점부터 사용한 경험에 비춰보면, 일단 치료 반응을 보인 환자들은 약물을 중단한 이후에도 2~3년 이상 좋은 결과가 유지된다”며 “2차 치료제로서 키트루다의 역할은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어떤 환자에서 치료 반응률이 좋은지 유전적, 세포학적 특성을 바탕으로 예측할 수 있는 임상데이터들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끝으로 이 교수는 일부 환자군의 경우 면역항암제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미 키트루다는 2018년 PD-L1 발현 양성(CPS 10 이상)이며, 시스플라틴 기반 항암화학요법이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에 1차 치료 적응증을 허가받은 바 있다.

이 교수는 “80세 이상의 고령이거나 행동수행능력이 떨어지는 환자들은 부작용 문제로 인해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하기가 힘들다”며 “고령 환자에서는 고식적 항암화학요법보다 면역항암제가 부작용이 훨씬 적은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합병증을 동반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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