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에 참전했던, 맨발의 마라톤 GOAT

[이성주의 건강편지]

2023년 08월 07일ㆍ1584번째 편지


마라톤의 GOAT(Greatest of All Time)는 누구일까요?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1만m와 5000m에 이어 마라톤까지 석권한 체크(체코는 잘못된 이름)의 ‘인간 기관차’ 에밀 자토펙,  ‘살아있는 전설’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 등을 꼽을 수도 있지만, ‘맨발의 기관차’를 빠뜨릴 수 없지요.

1932년 오늘(8월 7일)은 ‘맨발의 마라토너’ 아베베 비킬라가 에티오피아 자토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날입니다. 마침 그날 LA 올림픽에서 마라톤이 열렸습니다.

아베베는 대한민국과 인연이 깊습니다. 에티오피아 황실 근위대의 병사로 6·25 전쟁에 참전해서 자유를 위해 싸웠으며 1966년에는 9.28 서울 수복 기념 국제마라톤에 참가해 우승합니다. 그 대회가 풀 코스를 완주한 마지막 대회였습니다.

아베베는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세계 체육계에 그야말로 혜성처럼 나타납니다. 원래 마라톤에 참가하기로 했던 대표선수가 다치자 ‘대타’로 나섰고, 발에 맞는 운동화가 없자 맨발로 달려 당시 인간의 한계라고 여겼던 2시간 20분 벽을 깨고 2시간 15분 16초의 기록으로 우승, 아프리카 최초의 금메달리스트가 됐습니다. 탱크를 앞세워 조국을 침략, 6년 동안 점령했던 이탈리아에서 우승하자 서방 언론은 흥분했습니다.

“에티오피아를 점령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이탈리아군이 필요했지만, 로마를 점령하는 데에는 에티오피아 군인(당시 아베베는 하사관) 한 명이면 충분했다.”

아베베는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는 경기 5주 전 충수염(맹장) 수술을 받아 세계 언론들이 꼽는 금메달 후보에서 빠집니다. 그러나 9월 16일 수술을 받은 그는 9월 27일 병원 마당에서 훈련을 재개했고 10월 21일 우승해 세계를 놀라게 합니다. 도쿄올림픽조직위는 아베베의 우승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에티오피아 국가를 준비하지 않아, 국기가 올라갈 때 일본 국가를 틀어야만 했습니다.

아베베는 4년 뒤 멕시코올림픽에선 뜻밖에 17㎞ 지점에서 경기를 포기하고 도로 밖으로 나와 팬들을 실망시키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당일 기자회견에서 아베베가 경기 몇 주 전 왼쪽 다리뼈가 부러졌지만, 금메달을 딴 동료 마모 올데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기 위해 출전한 것이 밝혀져 세계를 또 한번 감동시켰습니다.

이듬해에는 정말 쓰러집니다. 훈련을 마친 뒤, 황제가 하사한 폭스바겐을 몰고 가다가 빗길에 교통사고가 나 목이 부러지고 척추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것입니다.

그러나 아베베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듬해 휠체어를 탄 채 양궁을 들고 노르웨이에서 개최된 장애인올림픽의 전신인 ‘스토크 맨더빌 게임스’에 출전해 금메달을 땄습니다. 엄청난 윗몸 근력운동으로 양궁에서 우승한 그는 “내 다리는 더 이상 달릴 수 없지만 나에게는 두 팔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장애인 탁구 대회에서도 우승했습니다. 아베베는 1973년 4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납니다. 교통사고 후유증인 뇌출혈 때문이었습니다.

아베베는 뜻이 강한 사람에게 한계는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한때 그의 상처투성이 발이 화제가 된 적이 있지요? 강한 의지를 뒷받침하는 노력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발이었지요. 아베네는 기적 같은 승리의 바탕에는 노력과 인내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남과 경쟁해서 이기는 것보다 내 고통을 이겨내는 것을 소중하게 여겨왔다. 고통과 괴로움에 지지 않고 끝까지 달렸을 때 승리로 연결됐다.”

오늘은 마라톤과는 관계가 없는 사랑 노래이지만 ‘계속 달려라’는 뜻의 ‘Keep on Running’ 준비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톰 존스의 노래로 알려져 있지만, 자메이카 가수 재키 에드워즈가 처음 발표했고, 1965년 스티브 윈우드가 리드보컬을 맡은 스펜셔 데이비스 그룹의 히트곡으로 세상에 알려졌지요?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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